반으로 줄어든 경매, 난산업 무너진다

▲ 19일 aT 화훼공판장 난 경매장에서 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낮은 경락가와 높은 유찰율 등 이날 난 경매 결과는 무너지고 있는 최근의 난 산업을 고스란히 확인시켜줬다.

19일 오전 8시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 난 경매장.  이날 이 시간부터 일주일에 이틀하던 난 경매가 하루로 변경됐다. ‘난 시장 상황이 호전될 경우’란 단서가 달렸지만 사실상 월, 목요일 이틀 진행되던 경매 가운데 목요일 경매를 무기한 중단키로 한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 대비 중도매인 매출 절반이상 감소
경매물량 적은데다 경매가도 절반 가까이 하락 ‘초토화’
출하자 생산원가도 못미치는 시세표에 허탈·유찰도 많아


경매 기간이 축소된 뒤 첫 경매일이었던 19일 난 경매장은 난산업의 어두운 분위기가 그대로 투영됐다. 예년 같으면 12월 난 시장은 그나마 최대 성수기로 통하는 연말연시와 인사철 등을 앞두고 활기를 보일 시점이었지만 올 연말엔 전혀 상반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경매장에서 만난 난 업계 관계자들은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9월 28일 이후 난 시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난 중도매인인 박양규 목동란원 대표는 “10년간 난 중도매인을 하고 있는데 최근(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처럼 힘든 시기는 없었다”며 “예를 들어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 한 달 1000만원 매출이 났다면 지금은 200만~3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주변 상인들이 모두 절반 이상 매출이 줄어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익명의 한 중도매인은 “화원에 상품 구색을 맞추려고 왔을 뿐 경매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12월과 1월 인사시즌에도 난 시장이 회복되지 못하면 2월 이후엔 파산할 난 업체가 상당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9월 28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12월 14일 현재까지 난 전체 경매금액과 물량은 전년 대비 26%, 17% 줄었고 감소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목요일 경매가 더 깊게 가라앉아 목요일 난 출하 물량과 경매단가는 전년 대비 각각 51%, 34% 급감했다. 인사철과 연말연시, 5월 가정의달, 개업식 행사 등 선물용 수요가 전체 난 수요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난 산업이 큰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날 경매 결과도 경제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들었다. 목요일 경매가 진행되지 않지만 월요일 경매 물량은 늘지 못했고, 더욱이 크게 줄어든 물량에도 불구하고 경매가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출하자들은 생산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시세표를 받아야했고, 유찰도 상당했다.

박승동 aT화훼공판장 난 경매실장은 “작년 이맘때 월요일 경매에 호접란은 8만~9만본 들어왔는데 오늘은 5만본, 1만본 들어온 심비디움은 5000본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대표적인 난인 철골소심의 경우 1만원이 농가 생산원가인데 대부분 6000~7000원에 낙찰됐고, 반입된 동양란의 절반은 유찰되는 등 한마디로 30년 경매 인생 중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1년 안에 버틸 농가와 중도매인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박 실장은 이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면 5만원 이하의 난 선물은 허용되는데 공직 사회에 이어 주요 기업들도 인사시즌에 난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아예 정문에서부터 난을 제지한다”며 “이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비롯해 정말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목요일 경매 중단과 관련해 권오엽 aT 화훼공판장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특히 목요일 출하 물량과 경매단가가 감소해 난 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목요일 경매를 장점 중단키로 했다. 목요일 경매 중단으로 인한 중도매인의 피해가 없도록 필요한 물량은 정가·수의매매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난 시장 상황이 호전될 경우 난 경매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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