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식품 수출은 미국과 중동(GCC), 아세안(ASEAN)에서 우리 농식품 소비가 늘고 온라인·모바일 등 신규 판로 개척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확실시되지만, 브렉시트와 사드배치,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등 대외환경 악화로 당초 목표였던 81억달러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쌀과 삼계탕, 김치의 중국 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한동안 침체를 겪었던 신선식품 수출이 회복된 것은 올해 수출농업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올 한해 수출농업을 세 가지 이슈로 정리해 되돌아본다. 


1. 올해 농식품 수출액 65억달러 안팎 전망
81억달러 목표 달성 실패했지만…

배·사과 등 신선식품 호조
시장 다변화·마케팅 강화 덕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14일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중국·중동 등 신시장 중심의 판로 개척을 통해 올해 농식품 수출 81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4년 61억8270만달러, 지난해 61억730만달러였던 점을 감안할 때, 수출업계에서 다소 과한 목표 수치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정부의 수출확대 의지는 강했다. 지금 시점에서 11월 말 기준 농식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늘어난 59억1460만달러. 최근 3년간 12월 평균 수출액이 6억달러 내외라는 것과 올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평균 5%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 농식품 전체 수출은 65억달러 안팎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간의 농식품 수출실적은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이나, 정부가 공표한 81억달러의 80% 수준에 그쳐 사실상 목표 달성은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목표 달성이 어려웠던 주된 이유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국내 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재재 우려 등 대외환경이 좋지 않았고,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식품 수출업계가 피해를 입으면서 결과적으로 농식품 수출 확대에 부담을 주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출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의 경우, 세계 금융시장의 허브인 런던발 리스크로 한동안 환율 불확실성이 상존했다. 사드배치 결정으로 일부 신선품목의 대중국 검역타결이 지연되거나, 신규 품목 및 업체의 중국 진출이 좀 더 까다로워지는 등 비관세장벽에 대한 체감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사드배치 강행에 따른 보복조치로 한류 콘텐츠 유입을 차단하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공식 발표하면서, 한류 인기로 중국에서 농식품 수출 확대 효과를 누린 국내 식품 수출업계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김치·버섯 등 신선품목은 입항거부·하역지연 때문에 납기일을 넘기거나 품질 저하로 폐기 또는 반송 조치돼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정부가 물류비 긴급 지원을 했으나 전반적인 물류비용 상승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부분도 없지 않다. 농식품 무역업체 관계자는 “수확기를 맞는 하반기에 우리 농식품 수출이 집중되는데, 수출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악재들이 연이어 발생해 애로가 많은 한 해였다”며 “언제 있을지 모르는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수출업계와 활발한 소통을 통해 한 발 앞선 정책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수출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도 있다. 지난해 부진했던 신선식품 수출은 올해 배·사과를 비롯한 과실류와 김치 등의 시장다변화 및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11월 말 현재 9억6300만달러(37만4400톤)로 기록, 지난해 동기보다 금액은 7.4%, 물량은 11.6% 증가했다. 이달부터 본격 수출이 개시되는 딸기·파프리카를 비롯한 주력 품목을 고려한다면, 올해 신선식품 수출은 전년(10억30만달러)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가 올해 중국 내륙 및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중동시장을 우리 농식품의 수출유망시장으로 보고 케이푸드 페어(K-Food Fair)와 같은 대규모 판촉·홍보활동을 추진하며 수출 확대를 이끌었고,  유망품목(샤인머스캣 포도 등 10개) 육성사업 ‘미래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수출 먹거리 찾기에 나선 것도 소기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 지난 1월 29일 군산항에서 개최된 대중국 쌀 수출 기념식. 2000톤 수출이 목표였으나 11월 현재 대중국 수출량은 346.2톤으로 집계됐다.

2. 중국 수출 길 열리다
쌀 7년·삼계탕은 10년만에 진출

중단됐던 김치·버섯 수출 재개
철저한 시장조사·홍보 '숙제'  


중국은 물량 면에서 우리의 최대 농식품 수출시장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중국으로 수출된 우리 농식품 물량(11월 말 기준)은 86만2900톤으로 제일 많고, 금액으로는 9억9400만달러 규모로 일본(10억6130만달러)에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2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우리 쌀과 삼계탕의 중국 수출길이 열리면서 향후 대중국 농식품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쌀은 우리 정부가 중국에 2009년 5월 우리 쌀 수입 허용을 요청한 이래 근 7년 만에 빗장이 열렸다. 올 1월 29일 전북 군산항에서 열린 ‘대중국 쌀 첫 수출 기념식’을 시작으로 한국산 쌀이 중국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삼계탕은 대중국 수출협상을 시작한지 10년 만인 6월 29일 첫 수출 길에 오른 후 통관 과정을 거쳐 8월부터 유통되기 시작했다.

한동안 중단됐던 김치와 버섯 수출도 올해 재개됐다. 검역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김치는 중국 정부가 우리 김치 수입이 가능하도록 수입김치 위생기준을 개정하면서, 지난해 12월 첫 공급이 이뤄졌고 올 상반기부터 한국산 김치가 본격 유통되기 시작했다. 2011년 덤핑문제로 대중국 수출에 고배를 마셨던 버섯도 지난 11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칭다오물류센터에서 7.1톤 규모로 입고되면서 중국 수출을 재개했다.

이처럼 쌀과 삼계탕, 김치, 버섯의 중국시장 진출은 수출시장 다변화와 농가 소득안정 등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부 품목의 경우 부실한 시장 조사와 현지 바이어 확보,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해 수출실적은 아직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명확한 타깃층을 대상으로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수출해 공략한다면 중국시장에서 우리 농식품이 안착, 향후 수출물량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삼계탕 수출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인구도 많고 삼계탕과 유사한 음식이 없어 수출 가능성이 높은 국가”라며 “다만 일본시장에 삼계탕을 안착시키기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중국시장도 실적을 따지기 보단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3. 전통 홍보방식 탈피 수출판로 개척 노력
중국판 카카오톡에 쇼핑몰 개설<한식왕>

온라인·모바일 홍보 적극 활용
내륙 2·3선 도시까지 판매 확대

▲ 중소 식품업체의 중국시장 진출을 돕는 바이어 매칭 모바일웹 ‘한신식품’ 메인화면

그간 우리 농식품의 수출판로 개척이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현지 유통업체 연계 판촉, 케이푸드 페어와 같은 대규모 홍보행사 개최 등 주로 오프라인 방식 위주였다면, 올해는 온라인·모바일 등 새롭게 각광받는 판로를 개척하는데 중점을 뒀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이러한 변화가 활발했는데, 누적 가입자 수가 11억명(올 9월 기준)에 달하는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微信, 웨이신)’에 농식품부와 aT가 지난 10월 한국식품 전용 쇼핑몰 ‘한식왕(韓食王)’을 개설해 중국 내륙 2·3선 도시까지 판매망을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난 11월 중소 식품 수출업체와 중국 바이어 간의 실시간 접촉이 가능한 모바일웹 ‘한신식품(韓新食品)’을 통해 모바일 B2B 플랫폼이 새롭게 구축됐고, 이달 초 중국 닝보항 보세구역에 우리 농식품 체험부터 바이어 상담, 수출업체 알선까지 한 자리에서 이뤄질 수 있는 ‘한국식품 O2O(Online to Offline)’ 체험관‘이 조성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외에 미래클프로젝트를 통해 육성된 유망상품의 수출을 돕고자 해외 역직구 사이트 입점 상담회 및 중국 주요 26개 도시 105개 아기용품점에서 우리 영유아식품 판촉 활동이 진행되는 등 기존과 차별화된 판로 개척으로 대중국 수출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다.

이현우·박성은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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