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 전문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의 하재호 소장은 15일 광주광역시에 있는 세계김치연구소 건물에서 고객의 요구에 맞는 연구에 충실하겠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하며 연구소의 도약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재호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은 자타공인 ‘식품 분석 전문가’로 인정받은 연구자다. 막걸리의 항암 성분인 ‘파네졸’과 ‘스쿠알렌’을 발견한 사람이라고 하면 적어도 관련 업계에선 ‘아~!’하는 반응이 나온다. 김치의 주요 기능성 성분인 ‘만니톨’을 최초로 발견한 것도 그다. 그런 그가 지난 11월 18일 자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세계김치연구소의 제3대 소장에 취임했다. 하 소장은 취임 일성으로 ‘고객이 요구하는 연구’, ‘연구의 생산성과 비용의 효율성 증대’ 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실패한 과제는 핑계를 생각하고, 성공한 과제는 방법을 생각한다”는 연구 철학을 조직 내부에 확산시켜 세계김치연구소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취임 한 달여를 맞은 하 소장을 만나 김치 전문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수장으로서 국내 김치 산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가공기술·안전유통기반 연구
김치 소재로 신산업 창출 모색
중국인 기호 맞춰 제품 차별화
고객 요구 맞는 연구 수행 박차


▲국내 김치 산업은 원료 수급, 유통 문제, 소비 감소, 저가 중국산 김치 공세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소가 추진해야 할 부분은?

=우리 연구소는 안팎의 여러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적인 측면과 학문적인 측면으로 각각 노력하고 있다. 김치원료 수급 안정화를 위해 배추 산지에서 김치 원료의 저장·절임·부산물 처리 등 제반사항을 규모화 함으로써 김치원료 공급의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김치원료종합처리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김치 소비 확대를 위해 ‘맛있는 김치’ 뿐만 아니라 김치 가공기술 등을 개발 중에 있으며, 김치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안전유통기반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학문적 측면에서는 ‘김치산업론’의 개념을 정의하고 김치 산업을 확대·재정립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는 ‘김치산업’을 ‘김치제조업’으로 좁게 보고 있으나, 우리는 김치제조업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을 함께 묶어 광의의 ‘김치산업’으로 정의하고, 농림수산업, 미생물산업, 젓갈산업, 외·급식산업 등 김치제조업과 그 전·후방의 관련 산업을 함께 조망하고, 하위 산업 간의 융합 발전과 김치를 소재로 한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중장기 연구개발 전략 및 지원·육성 정책을 ‘김치산업론’을 통해 수립하고 있다.

▲수출 분야가 김치 산업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특히 대중국 수출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 김치 수출 활성화를 위해선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

=중국 수출 활성화를 위한 우선 과제로 유통기술 확보와 품질 차별화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워낙 큰 나라지만 ‘cold-chain’(콜드체인) 시스템 등 유통환경이 열악해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은 유통이 쉽지 않다. 실제로도 최근 한 업체가 중국으로 김치를 수출했으나, 중국 내 유통과정에서 김치가 과발효돼 전량 반품된 사건이 있었다. 우리 연구소는 물리·화학·미생물 등 각종 기술을 접목시킨 ‘hurdle technology’를 도입해 김치 유통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 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인의 기호에 맞는 차별화된 김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연구소에서는 중국인 맞춤형 김치 개발을 위한 기호도 조사 및 품질기준 설정을 위해 대중국 수출용 우수김치 품질기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 외에도 중국인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건강기능성, 위생안전성 등을 강조한 김치 등 다양한 김치제품을 선보인다면 우리 김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중국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011년 설립 이후 연구소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연구소가 설립된 지는 6년이 됐지만, 이곳 광주 청사로 이전하기 전에는 약 30명의 인원이 연구, 행정, 신청사 건립 업무까지 처리하면서 인력이나 시설적인 면에서 정상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2년 11월에 광주 청사로 이전 후 신생기관으로서 연구 성과 창출을 위한 연구 환경 조성 및 인프라 및 행정시스템 구축에 집중했으며, 그 결과 지금까지 약 6년 동안, 특허 등록 39건(출원 93건), SCI 논문 87건, 기술이전 계약 11건 등 연구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설립기를 지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본격적인 발전을 도모하고자 노력 중에 있다. 특히 최근 아토피 예방, 항비만 등 기능성을 보유한 유산균 발굴에 성공했으며, 연구 결과를 ‘Nature’(네이처) 자매지인 ‘Scientific Report’에 게재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김치 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방향과 비전은?

=소장으로 취임하면서 밝힌 경영방침은 크게 △고객의 요구에 맞는 연구를 수행하자 △연구의 생산성과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자 △세계화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자 △본원인 한국식품연구원과의 소통을 강화하자 등 4가지다. 이 중 제가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고객의 요구에 맞는 연구 수행’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한 일도 중장기 연구전략 수립을 위한 ‘김치산업 현안 발굴 전문가 협의회’를 마련한 것이다. 협의회 결과를 토대로 현재 향후 임기 동안 수행할 경영성과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앞으로도 세계김치연구소가 국내 김치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문 연구기관이라는 목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국민, 정부, 그리고 산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궁극적으론 ‘김치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세계 일류 김치종합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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