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버리는 물건은 모두 돈을 들여서 내버리게 되어 있다. 쓰레기를 유료 비닐봉지에 넣어서 버리게 된 전날 쓰레기 모으는 장소는산처럼 물건이 쌓여 있었다. 내일부터는 돈을 들여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몇가지 귀중한 것을 공짜로 쓰레기통에서 얻게 되었다. 첫째는 “사상계(思想界)”잡지를 창간호부터 합본(合本)한 것이었다. 내가 1년 동안 인생노트를 연재했던 잡지이고 귀중한 역사적 문헌이 많이 실려 있는 귀중본이다. 이런 횡재가 또 어디 있겠는가. 또 하나는 귀중한 고물이나 화병따위를 올려 놓는 장식용 진열장이었다. 여러해 된 물건으로 손때도 보기 좋게 묻은 일품이었다. 나는 그 진열장을 서재에 옮겨다 놓고 벼루, 필통, 옛날 자기들을 보기좋게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얻는 기쁨보다 문화의식이 소멸하는 한 국의 사회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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