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유기농산물 소비활성화는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농업인 조직인 (사)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와 롯데슈퍼가 공동 추진하고 있다. 국내 유기농업 생산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대규모 유통망을 갖춘 롯데슈퍼가 참여함으로써 유기농산물 소비촉진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유기농산물 생산 농가들의 안정적 출하는 물론 롯데슈퍼가 유기농산물을 취급함으로써 동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유기농산물을 구매해 소비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협약체결 당시 445→현재 460개 매장으로 확대
유통마진 줄여 일반 농산물과 가격차 해소 주력


최근 안전한 식품과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친환경 유기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유기농산물은 생활협동조합 등 친환경 전문매장을 제외하면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동네 슈퍼마켓이나 가게에서 취급할 수 있을 만큼 물량이 많지 않고 가격도 일반 농산물에 비해 비싸다.

이런 측면에서 (사)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친농연)와 롯데슈퍼가 협력해 친환경 유기농산물 유통에 나선 것은 소비촉진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자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친농연과 롯데슈퍼의 ‘유기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및 소비 확대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은 지난 2015년 5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약(MOU)을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협약체결 이전인 2014년 10월부터 유기농산물 소비확대를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충분한 준비를 거쳐 결실을 맺었다. 롯데슈퍼와 유기농산물 생산자단체가 직거래 체계를 갖춤으로써 생산 농업인은 안정적 판로를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동네에서 손쉽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기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롯데슈퍼는 상생협약과 함께 직거래에 따른 유통비용 절감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환원하는 것은 물론 유기농산물 생산농가도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친환경 유기농산물 생산자단체와 대형 유통업체가 상생협력을 체결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친환경 농산물 소비활성화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사실이다.

친농연은 협약과 함께 유기농산물 생산농가 조직화와 우수 생산단지 조성 및 우수 농가 발굴 등을 통해 계약재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유기농산물에 대한 철저한 생산관리는 물론 롯데슈퍼의 상품개발에도 협조·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농식품부도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상생협약을 계기로 친환경인증 농산물의 소비자 신뢰제고를 위한 인증관리 강화와 생산기반 조성, 연구개발, 소비촉진을 위한 제도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슈퍼의 경우 전국 직영 매장을 유기농산물 판매장(샵인샵, 전문점, 로컬푸드매장 등)으로 전환하면서 유기농 생태마을 조성과 농가 영농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슬로건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하는 건강한 밥상, 유기농’이다. 업무협약과 함께 전국 109개 매장에서 상추, 쌀, 참외 등 68개 유기농산물에 대한 특별 할인행사를 실시해 동네 소비자들의 발길을 모았다.

롯데슈퍼 매장은 협약체결 당시 445개에서 현재 460개로 늘었다. 친농연에서 공급하는 20여개 유기인증 채소류 이외에 연간 68개 품목을 취급한다. 친농연이 주력 구매처로 기상이변 등에 의한 생산부족으로 원활한 공급이 안 되는 품목은 별도 구매처를 확보해 수급 안전망을 갖췄다.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을 우선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최충훈 롯데슈퍼 차장은 “친농연에서 구매하는 유기농산물은 일반 농산물과의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해 유통마진을 포기하고 있는데 연간 9억원을 투자하는 개념”이라고 전했다. 최 차장은 또한 “친농연에서 구매하는 품목도 현재 ‘유기인증’에서 내년에는 ‘무농약 인증’으로 확대한다”고 강조했다.
 

▲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충남지회 유통사업단 직원들이 롯데슈퍼에 공급하는 유기인증 채소류를 포장하고 있다.

●현장 사례/(사)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20여 품목 공급…올해 매출 25억 기대”

내년 무농약인증 품목도 공급 계획
학교급식·백화점 등 공급 확대 박차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유기인증 채소류 20여 품목을 롯데슈퍼에 납품하고 있다. 전국 유통망을 갖춘 대형 매장과의 공급계약 체결로 안정적 출하처를 확보함으로써 생산에 전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기존 친환경제품 전문 매장의 한계를 넘어 일반 유통매장에 공급함으로써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소비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친농연과 롯데슈퍼의 직거래 계약은 농가 입장에서 출하안정과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고, 롯데슈퍼도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단체와 연계한데 따른 이미지 제고는 물론 유기농산물을 포함한 전체적인 판매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병일 (사)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업본부장(49)은 “자체 유기농 브랜드 20여 품목을 롯데슈퍼에 납품한다”며 “상추 등 쌈채소류와 딸기·토마토 등 과채류, 유기농 감귤 등 과일류”라고 설명했다. 롯데슈퍼 유기농 코너인 ‘건강한 밥상’에 진열된다. 지난해 상생협력 체결 이후 연말까지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5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발주 물량에 맞춘 안정적 공급체계를 갖추는 것. 특히 올해는 7~9월 사이 고온으로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지 못했다. 유기농산물 특성상 폭염 등의 기상이변에 안정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친농연은 롯데슈퍼에 공급품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내년에는 현행 ‘유기인증’ 채소류 이외에 ‘무농약 인증’으로 공급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유기인증 축산물인 한우 ‘정육’에 대한 제안서를 통해 축산물도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친농연이 취급하는 전체 품목은 60여 종에 이른다. 채소류를 비롯해 차조·기장 등 잡곡과 과일 등 다양하다. 롯데슈퍼 이외에 2011년부터 광역지자체 급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충남도 광역 학교급식의 경우 천안, 부여, 보령, 홍성 등으로 시·군 친농연이 급식사업 원료를 친농연 충남지회 사업단에서 구매한다. 내년에는 논산, 공주, 아산, 태안 등이 추가된다.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 운영업소에 지난 7월부터 원료 농산물을 공급한다. 특정 시기에 특정 품목을 주문받아 납품하는 올해는 지난 9월 천안 ‘거봉’포도를 공급했다. 이와 함께 농협중앙회 협력업체 코드를 확보했다. 9월부터는 이마트에 표고버섯을 공급하고 있다.

일반 거래처도 대형마트, 백화점, 한살림, 일반 벤더 5~6개가 있다. 이중 롯데슈퍼 비중이 60%로 가장 높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 26억원에서 올해 4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향후 매출 비중이 높은 롯데슈퍼의 공급 품목을 다양화하면서 학교급식 납품처 증대에 주력할 것”이라며 “전체적인 공급물량을 늘려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소비저변을 확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상진 홍성유기농영농조합 대표
“연 10회 이상 교육, 조합원 관리 철저히”

고추·양파 등 8개 작목반 활동 중
연합회와 계약해 적정가격 보장

▲ 정상진 홍성유기농영농조합 대표가 친환경인증을 받은 양배추를 설명하고 있다.

“홍성유기농영농조합은 국내 유기농업의 발상지라는 ‘홍성’이란 이미지에 걸맞게 생산·재배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상진 홍성유기농영농조합 대표(46)는 “신규 조합원이 가입할 때 자체 생산관리위원회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친환경농업에 대한 의지를 검증한다”며 “또한 교육 참여를 의무화해 연간 10회 이상 생산·인증 관련 교육을 받도록 규정했는데 의무교육 시간을 70% 이상 이수하지 않으면 재교육 시키고, 다음해 단체인증에서 제외시킨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관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친환경인증 농자재 공동구매에 참여하고, 농산물 출하 전 잔류농약도 전수검사를 받아야 한다.

홍성유기농조합의 출발은 2005년. 정 대표는 “대학졸업 후 귀향해 풀무생협에서 생산자로 활동하다 2005년 풀무생협이 ICOOP과 연계해 규모화하자 중소농과 고령농을 결집해 20명이 15ha를 경작하면서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120농가, 91ha로 늘었다.

정 대표는 또한 “경축순환농업을 하는데 채소와 축산, 쌀이 주력품”이라며 “이중 채소가 120종으로 70ha(7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쌈채, 양배추, 감자, 양파 등의 재배 비중이 높다. 채소는 생산관리 담당자가 1~2월부터 농가당 품목과 수량 및 면적을 배분해 계획 생산한다.

현재 고추·양파·호박(단호박)·냉이·쌈채 등 8개 작목반이 활동 중이다. 쌀은 21ha(30%)로 ‘새누리’ 품종에서 ‘삼광’ 품종으로 전환했다. 밥맛 차이에 따른 것이다. 쌀은 올해 무농약 120톤과 유기인증 80톤을 수확했다. 한우는 12농가에서 무항생제 인증 600두를 사육한다.

유통은 쌀의 경우 두레생협, 축산물은 바른생협에 납품한다. 채소류는 롯데슈퍼 공급 비중이 높다. 또한 홍성 학교급식센터를 통해 학교급식 원료로도 공급하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와 지역 로컬푸드 매장도 주요 공급처이다.

정 대표는 “롯데슈퍼의 경우 개별 농가가 아닌 연합회와 계약함으로써 적정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지속적 발전을 통한 유기농산물 소비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슈퍼에는 대파, 브로콜리, 양배추 등 양채류 공급이 많다.

홍성유기농조합의 매출 비중은 롯데슈퍼와 학교급식이 비슷하다. 학교급식의 경우 지난달 서울시 광역학교급식 참여를 위해 광역지자체협약에 참여했다. 이는 서울시 관내 관공서 공공급식과 어린이집, 복지시설, 도립병원 등의 급식이 포함돼 규모가 크다.

정 대표는 특히 “조합에서 연간 4000~ 5000평의 콩을 재배하는데 이를 이용한 두부와 콩나물을 생산해 학교급식과 로컬푸드 매장, 꾸러미 사업 등에 활용한다”며 “내년에는 단호박죽, 돼지뒷다리살 소시지, 사골국물 등 6종의 가공제품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광운 기자 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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