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입·출하 지연과 소비 위축 등으로 인해 가금 사육 농가들의 경영 손실이 늘어나고 있다.

산란계의 경우 계란 운반 차량에 대한 이동 제한 조치로 인해 계란이 산지에 적체되고 있고, 소비자들의 AI 우려로 육계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출하 지연에 따른 사료비 등 사육비만 증가하고 있다. 토종닭의 경우 정부가 산닭 매매가 이뤄지는 전통시장을 폐쇄해 출하 및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주나 알류 출하·판매 막혀…“더이상 보관할 장소도 없어”
육계사육농가 “생산비보다 가격 떨어져 사육 포기 고민 중”


▲이동 제한으로 계란 적체 발생=산란계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종란이나 계란 등의 알류의 이동을 제한해 도소매로의 출하 및 판매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동 제한이 장기화되며 더는 계란을 보관할 장소가 없는 궁지에 몰렸다.

이만형 다한영농조합법인 조합장은 “경기 지역의 경우 계란 운반 차량에 대한 운반 금지가 이뤄지며, 적체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포천시의 경우 지난 11월 22일 관내 산란계 농가가 고병원성(H5N6형) AI 확진 판정을 받고, 이어 12월 3일 의심축이 신고 되자 5일부터 9일까지 계란 운반 차량을 대상으로 운반 금지 명령을 내렸다.

전국적으로 고병원성 AI가 산발적으로 확산되자 경기도는 9일부터 일주일간 계란 운반 차량에 대해 운반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포천시에 위치한 산란계 농가들은 총 2주간 계란 출하를 하지 못하게 됐고, 계란 창고에는 출하하지 못한 계란이 가득 차 있는 상황이다.

이만형 조합장은 “보통 10만수 사육에 120평가량의 보관창고를 소유한 산란계 농가는 6일 정도 출하를 못하면 창고가 계란으로 가득 차는데, 2주간 출하를 하지 못하면 오죽하겠나”라며 “정부가 적체된 계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생산비 이하로 떨어진 육계 가격=육계의 경우 소비 감소와 출하 지연으로 거래가격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육 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포천에서 육계 사육을 하는 변대철 씨도 최근 사육 중단을 고민 중이다.

변대철 씨에 따르면 8일 기준 대한양계협회가 발표하는 산지 육계 가격(대닭/kg당)은 1200원이지만, 현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kg당 900원이다. 병아리를 마리당 620원에 구매해 난방에 들어가는 유류비와 사료비까지 포함하면 kg당 1400~1500원은 받아야 하지만 절반 수준에 거래돼 사육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업계는 이 같은 원인을 AI 발생에 따라 인체 위해성 논란이 불거지며 닭고기 소비가 위축되자 비계열 사육 농가들이 출하할 곳을 찾지 못했고, 유통 시장에 산닭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전체 닭고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농가들은 정부가 사육 농가들의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AI의 인체 감염 전파 확률이 낮다는 것과 소비 촉진 홍보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닭 판매 막혀 갈 곳 없는 토종닭=토종닭 업계는 AI 확산 방지 대책으로 진행 중인 산닭시장 폐쇄로 고통을 겪고 있다. 토종닭의 경우 전체 유통 물량 중 30%가 전통시장에서 산닭 형태로 판매되는데, 정부가 최근 한 달여간 전통시장에서 산닭 판매를 금지하며 출하 지연 등으로 인해 농가 및 유통 상인들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들은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산닭시장 폐쇄 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산닭시장 조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AI 비발생 지역의 산닭시장 영업 재개 △산닭시장 종사자 피해 보상 방안 마련 △과학적 근거에 의한 AI 방역조치 추진 등을 요구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정부는 매년 AI가 발생할 때마다 전통시장에서 산닭을 판매하는 것이 AI의 주요인으로 지목하며 폐쇄조치만 진행했다"고 불만을 터뜨리며, “정부에 요구한 산닭시장 영업재개와 종사자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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