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넘치는 강의…쉽게 배우니 자신감 쑥쑥

▲ 순창군귀농귀촌지원센터의 ‘시골집 고치기 실습교육’에 참가한 수강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아래쪽은 도배실습교육.

 

순창에서 귀농지원센터와 같은 시기에 자리를 잡은 흙건축연구소의 김석균 소장은 거듭해서 단열을 강조했다. 첫날 기본 강의 때는 주제가 <시골집 체크포인트>였고 마지막 날에는 <자연건강과 생태건축> 이었다. 단열에 대한 관심은 수강생도 마찬가지다. 가지가지 질문이 이어졌다. 미장, 시멘트, 화재 등.

미장·시멘트·단열 비결 등 전수
수강생들, 직접 해보며 몸으로 익혀
이해 잘 되는 강의에 대만족


“미장한 게 안 갈라지게 하려면 방법이 없어요. 한 쪽 벽에 시험미장을 서너 군데 해보는 겁니다. 모래와 황토와 볏짚 섞는 비율을 달리해서 발라놓고 갈라지나, 안갈라지나 다음날 봐야합니다.”

“시멘트를 꼭 써야 할 곳은 백시멘트가 낫습니다. 일반시멘트는 독성이 너무 강합니다. 고대로마 건축의 핵심은 소석회와 생석회의 물성에서 찾았던 겁니다. 자연시멘트가 탄생된 것이지요.”

“흙은 불연재입니다. 볏짚보드로 단열을 하고 흙 미장을 하면 40-50분 가열되어야 흙이 터지고 볏짚보드는 불꽃 없이 꾸물꾸물 타 들어갑니다. 화재에 아주 우수합니다. 스티로폼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도배를 가르치는 이숙자(55) 강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아들에게도 도배 일을 권한다고 말하는 분이다. 공무원하는 것보다 도배사로 살아가는 게 어떨지 설득 중이라고 했다. 그만큼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일까, 강의 전달력이 보통이 아니다.

경기도 고양에서 온 현우동(34) 씨도 동감이다. 몇 군데 귀농교육을 다녀봤는데 이곳 강사들은 귀농센터의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명확하고 소신이 뚜렷한 게 특징이라고 했다. “능력이 있어도 열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강의다.”

강사는 벽지, 도배도구, 접착제로 필요 용품을 나눠 설명하더니 접착제의 종류별 기능을 용도별로 설명한다. 실습생들에게 직접 하게 하면서 실무요령도 곁들인다. 강의를 많이 해 봤는지 물었더니 개인 대 개인으로 가르친 적은 있어도 여러 사람 강의는 처음이라고 한다.

다른 강의도 그럴까?

창원에서 온 노인옥(54) 씨는 처음에는 이런 걸 여자가 어떻게 배우나 싶어서 남편 혼자 가라고 했단다. “그런데 정작 와서 보니 진짜 잘 왔다 싶어요. 강사가 뒤처리 일거리가 많아지는데도 우리한테 하나씩 해보게 해서 쉽게 배워요. 돌아가면 가장 먼저 로켓화덕 만들어서 매년 메주 쑤는 친정어머니 하나 드리려고요.”

장진성(42) 강사는 6박 6일 마지막 날에 사람들 앞에 다시 섰다. 타일공사를 한 화장실에 양변기와 세면대를 설치하는 날이다. 양변기 속의 여러 부속들을 조립하고 특히 수위 계측 장치의 작동원리를 설명한 뒤에 설치할 위치 잡는 법을 순서대로 진행했다.

“벽면에서 배수 파이프 중심까지 정확하게 30Cm 띄워야 합니다.”

앵커볼트(anchor bolt, 건축공사에서 기계나 가구 따위를 콘크리트 벽면이나 바닥에 설치할 때 이를 고착시키는 볼트) 없이 고정시키는 비법이 있다고 하니 사람들이 더 고개를 길게 빼고 모여들었다.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바닥에 수평기로 정 위치를 잡고 측면은 실리콘으로 고정하면 앵커볼트 없이도 튼튼하게 붙어 있다고 한다. 당김세기(인장강도)가 작용하지 않고 누름세기가 작용하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마지막 날에 하는 공부 하나는 옥내 배선과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원격 제어 원리를 배우는 것이었다. 실습도구들은 놓고 시범을 마치고 바로 실내 배선과 전등 및 전열기구 연결을 시작했다.

전열선과 전등선은 배전반에서부터 서로 다른 스위치를 써야 한다. 부하가 달라서 전선의 용량이 다르다는 것을 간단한 계산식을 써 가며 설명했지만 전류와 전압, 전력 관계에서는 저항체인 전열기구까지 등장하면서 조금 어려워지기도 했다. 강사는 냉장고, 세탁기, 전기장판 등을 예로 들면서 설명했다.

5일째 되는 날에 황숙주 순창군수가 마을 이장 안내로 격려방문을 왔다. 고치고 있는 집의 오랜 내력과 마을 전설을 이장이 들려줬고, 군수는 귀농자의 정착지원과 출산,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희식(농부. 귀농정책연구소 부소장)


●이수형 순창귀농귀촌지원센터 소장
"귀농자 자립기반 마련위해 내년에 4채 더 계획"

 

-벌써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만족하세요?
“잘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교육 과정은 집수리의 다양한 노하우를 배우는 것인데, 교육생들이 궁금한 점을 실습과 질문을 통해 충분히 해소한 것 같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과 6박 6일을 합숙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저까지 총 3사람의 센터 활동가들이 본 강의와 실습 진행, 실습자재 조달, 숙식 관리, 행선지 예약, 회계 등을 하고 순창 군내 참가자들이 도와줍니다.”

-참. 순창군에 거주하는 참가자도 몇 사람 있더군요.
“4명입니다. 일부러 그렇게 조직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나면 집수리팀을 구성해서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기반을 삼고자 합니다.”

-협동조합이나 작목반처럼요?
“그렇지요. 꼭 농사가 아니더라도 취향과 재능을 중심으로 지역의 요구를 잘 간파해서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우리 센터는 중요한 사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참석자들의 열의가 대단해 보여요. 몸을 사리지 않고 힘든 일도 잘 하네요.
“모집할 때 ‘귀농귀촌교육 이수시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지를 했어요. 그래도 이틀 만에 정원의 2배가 신청했고 전형을 통해 반을 탈락시켰습니다. 다들 필요와 열의가 있어 자발적으로 온 분들이라 그럴 겁니다.

-농촌 지자체가 도시민 유치 경쟁이 심한데 여긴 조건이 까다롭네요?
“순창군으로부터 귀농센터 운영을 위탁받은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지향하는 교육의 원칙입니다. 농촌에 필요한 건 인구수 보다 농의 가치를 지켜갈 인재들입니다. 순창군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순창군에 한정되지 않고 농촌 어느 곳에서도 도움이 되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순창군과 갈등은 없나요?
“오히려 귀농본부의 특색있는 내용이 순창군 귀농지원시스템을 더 홍보하는 효과가 있고, 직간접적인 성과도 내고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귀농본부의 전문역량을 존중하고 원활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와 민간의 좋은 상생모델로 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첫날 마을회관에서 마을 분들을 모시고 다같이 식사를 드시는 걸 보고 감탄했어요,
"마을 어른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예비귀농자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도록 저희가 식사 대접을 합니다. 단체로 마을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꼭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를 합니다."

-이 빈 집은 어떻게 구하셨나요? 수리가 끝나면 활용을 하시겠지요?
“빈집 수리 프로젝트로 확보한 거구요. 이미 수강생 중에 젊은 부부가 ‘귀농인의 집’ 입주형식으로 이사를 오시기로 되어있습니다. 내년에 4채 더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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