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것 다해봤는데, 모든 게 헛수고가 됐어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지난 3일, ‘2017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이 통과된 다음, 농해수위 관계자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쌀 생산조정제 예산이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예감한 일부는 전날부터 목소리에 힘이 빠져있었다. 여러 농해수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토론도 하고, 사정도 하고, 때론 윽박도 질렀는데, 기획재정부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제발 1만ha라도 해보자고도 했지만, 기재부는 쌀 생산조정제 자체를 거부했다”, “기재부는 쌀 생산조정제가 이미 실패정책이라고 단언하고 있었다” 등이다. 그 외의 상황을 보더라도 결국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쌀 생산조정제 예산이 기재부의 벽을 넘지 못한 게 지금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결국 국회는 쌀 생산조정제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신 부대의견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조적인 공급과잉으로 인한 쌀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쌀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를 채택했을 뿐이다.

내년에도 국회에서 쌀 생산조정제가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농해수위원들은 쌀 생산조정제를 다시금 농해수위 책상에 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의 “이대로 가면 내년에도 쌀로 난리 날 게 뻔하다”는 질문에, “가뭄이나 홍수가 나서 흉년이 들 수도 있지 않느냐”고 답한 기재부. 이것이 재정당국의 ‘쌀 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기재부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쌀 생산조정제는 ‘농(農)’이란 테두리에서만 맴돌 수밖에 없다.

국회와 농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 기재부를 설득할 수 있는 철저한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두 차례의 쌀 생산조정제는 실패했다’, ‘변동직불금의 또다른 변형이 쌀 생산조정제다’, ‘생산량 증가에 따라 가격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등에 대한 답들이다. 또 다시 긴 싸움이 예상된다. ‘할 것은 다했는데…’라는 아쉬움이 내년에 새로운 동력이 돼, 기재부에게 말할 수 있길 바란다. “부대의견에서 언급된 대책이 바로 쌀 생산조정제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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