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일수 연장과 하나로마트도 이에 포함시키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하나로마트 매대 모습.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일수를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농민들은 법 개정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아 비판이 일고 있다. 더구나 이번 법 개정에 국내 농산물 판매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하나로마트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여 농산물 판로 부진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 김종훈(울산 동구·무소속) 의원을 포함한 10여명의 의원들은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2013년 1월부터 대형마트, SSM에 대해 월 2회 휴무(주로 2·4주 일요일)를 의무화시켰다. 김종훈 의원은 법 개정의 목적을 유통 서비스 노동자의 건강권과 중소 영세상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김종훈 의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대표 발의
월 2회 휴무→4회, 백화점·면세점까지 포함토록
“농산물 판매 악영향·품위 저하 우려” 반발 고조


▲어떻게 달라지나=이번 개정안에는 의무휴업 대상에 백화점과 면세점을 포함시켰고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의 의무 휴업일수를 월 4회로 확대됐다. 이에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는 매주 일요일 또는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한 경우 일요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백화점은 매주 일요일, 시내면세점은 매월 일요일 중 하루를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

문제는 기존 연간 총매출액 중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농수산물 매출액 비중이 55% 이상인 대규모점포는 의무휴업에 제외됐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령에 따라 제외 대상을 받았던 농협의 하나로마트가 이번 법 개정으로 포함되는 것이다. 만약 개정 법이 통과돼 시행된다면 기존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유일하게 의무휴업에서 제외가 됐던 하나로마트가 대형마트와 동일하게 월 4일의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농산물 판매 악영향 예상=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제출을 두고 생산자단체와 농산물 유통업계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개정 법안의 폐기를 거론하고 있다.

과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 일수를 2일에서 3일로 연장하는 것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대형마트 휴무 매장이 늘어나면서 농어업법인의 매출액이 감소했는데 휴일 일수를 늘리면 농수축산업계의 피해는 막대할 수밖에 없다”며 “휴무일을 늘리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실효성이 없고 농어민 피해만 커진다”며 반발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안은 의무휴업 일수가 2일에서 4일로 늘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국내 농축수산물 판매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나로마트까지 포함돼 국내 농산물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의해 산지출하조직 구매선과 구매량이 감소하고, 산지출하조직 납품량과 납품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형마트 휴무일 전후 도매시장 반입물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자들의 농산물 구매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가뜩이나 농산물 판매가 어려워 국내 농축수산물 소비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소비를 제한한다면 농민들은 어떻게 하냐”며 “더욱이 농산물 판매를 사실상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하나로마트까지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시키면 농산물 판매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 일수를 제한하는 것은 농산물의 특성상 저장성이 약해 품위가 떨어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하나로마트의 경우 자체 판매와 더불어 대형마트에 납품도 하는 상황에서 의무휴업 연장은 농산물 판매 급감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FTA로 인해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농산물 판매를 규제하는 것이 과연 대안인지 묻고 싶다”며 “국내 농산물 판매가 감소하면 그 자리를 수입 농산물이 차지하는 것은 분명한 일이고, 법 개정이 이러한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산물 판매가 둔화되면 외국 농산물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국내 농산물 소비를 근본적으로 막는 법안이 만들어지면 농가 피해는 당연한 일이다. 특히 국내 농산물 판매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나로마트의 영업일수를 줄이는 것은 농민과 조합원의 직접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이 법 개정은 파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법 개정안의 목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강조했는데, 실상 사회적 약자라는 농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부분을 해당 의원실을 통해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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