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공장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쟁을 보면서 먹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를 생산하는 농업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우선적으로 필요함을 느낀다.

생명의 대지와 하늘, 인간 등 삼재(三才)가 어울려 생산된 건강한 먹거리와 첨단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LED 인공조명과 화학적 영양소를 투입해 생산된 농산물 중 과연 무엇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케 하고 인류를 지속 가능케 하는 진정한 먹거리인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농업과 먹거리를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하는 비양심적인 과학과 자본 그리고 정치를 경계한다.

자연환경의 변화나 생태계 순환질서와는 무관하게 통제된 인공 환경에서 투입대비 산출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작동하는 식물공장의 농작물 생산시스템은 농업의 주체를 생산자 농민이 아니라 공업 분야 단순 기술자와 공장 노동자로 전락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농업은 먹을거리의 생산뿐 아니라 홍수를 예방하고, 가뭄 피해를 줄이며, 농촌이 가지고 있는 전통 문화에 대한 보존 및 정서 함양 등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식물공장은 이러한 가치를 부정하고 오직 식품 생산으로만 농업을 보는 문제점이 있다.

1970년대부터 식물공장을 본격 도입한 일본의 사례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지원하면서 식물공장 산업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사례를 보면 400여개 식물공장 중 인공광형 식물공장 75%가 적자를 보고 있으며, 식물공장을 추진했던 절반의 기업이 도산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즉,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면 관련 기업은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내나, 정작 사업자(농민)는 이익이 나지 않는 정부 보조금 사업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 귀결될 것이다.

임송택·양승룡 교수가 2011년 발표한 '식물공장은 지속가능한 대안인가(농업경영 정책연구 제38권 제4호)'에 의하면, 상추 1kg을 생산하는데 식물공장의 생산비는 1만4428원으로 시설상추 생산비 보다 14배 가량 높으며,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60배나 높다. LED광원이 상당히 발전한 지금 시기에 아무리 기술력이 높아져도 고투입 에너지 문제 자체를 상쇄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일반 시설채소보다 60배나 많은 식물공장이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의 대안이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이다.

현재의 식물공장 기술력으로는 엽채류와 일부 특용작물에 한정해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 식물공장 옹호론자들은 식물공장이 한국의 식량자급율을 높일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 국내 식량자급율이 낮은 이유가 엽채류 때문인가? 식물공장에서 생산되는 엽채류와 식량자급율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앞으로 식물공장에서 밀, 콩, 옥수수 등을 재배하겠다는 것인가?

많은 친환경 관련 단체들이 LED를 이용한 식물공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친환경농산물이 될수 없음을 수차례 지적 했지만, 2013년 정부는 관련법을 개정해 친환경농산물(무농약)로 인정했다.

농약만 사용하지 않았다고 친환경농산물이 될수 없다.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해 식물공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친환경이 아니고 반환경적 농산물이다. 친환경농산물(무농약)로 인정한 관련 규정을 즉시 폐지해야 한다.

몇 년 전 정부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에서 식물공장이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술혁신인양 앞 다투어 식물공장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어떠한가? 지금까지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개선해 우리 미래 농업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말을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동안 투입된 예산은 얼마이며, 이에 대한 정확한 효과는 얼마인지 밝혀야 하며, 이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에서도 최근 도시농업에 식물공장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내 많은 유휴지를 그대로 방치한 채 식물공장을 추진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캐나다와 유럽 등 많은 대도시에서는 도시의 경관을 가꾸고, 시민들의 공동체성을 증대하며, 농업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알려나가는 교육의 일환으로 도시농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선진 사례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마을단위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농업에 대한 소중한 가치와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도시농업을 추진할 것을 주문하는 바이다.

(사)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박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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