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철 건국대학교 교수

식품 소비시장의 메가트렌드 중 하나로 제기되는 것이 식품안전성과 자국식품의 세계화노력이다. 이에 따라 각국의 민족 고유의 전통음식, 즉 에스닉 푸드(ethnic foods)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에스닉 푸드는 각국의 풍부한 재료와 전통적인 조리방법으로 만들어진, 그 나라의 음식문화가 반영된 전통음식이다. 

여러 사람이 외식을 같이 할 경우 고민하는 것이 ‘무엇’을 먹을 까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대표적이고 가장 선호하는 메뉴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전통음식이면서 우리나라의 향토음식이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에스닉 푸드는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오랜 기간 익숙해진 미국식 메뉴(스테이크 등), 일본의 전통 음식(스시 등), 중국의 다양한 전통 요리(훠궈, 딤섬 등)를 꼽을 수 있다. 또한 고급 요리로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전통음식을 들 수 있다. 이어서 베트남의 쌀국수, 인도의 커리 등의 전통음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양꼬치 전문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곳곳에 터키(케밥), 태국(팟타이, 똠양꿍) 등의 전통음식점이 위치하고 있다.

식품 안전 중시·건강 관심 증가 

2013년도 통계청 도소매업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음식점, 인도 음식점 등이 포함된 기타 외국식 음식점 수는 2013년 1588개로, 2007년 537개에 비해 약 3배 늘었다. 세계 각국의 음식문화거리로 유명한 이태원과 외국인 밀집지역인 안산 등에서 시작한 에스닉 푸드 식당은 지금 건대, 홍대, 신촌, 강남 등의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에스닉 푸드에 대한 관심과 에스닉 푸드 식당이 확대하는 배경에는 여행 자유화와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있다. 우리나라 에스닉 푸드 식당의 시작은 1980년 후반으로 예상한다. 세계화에 따라 시장이 개방되기 시작했고,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1993년 외국인 산업 연수생 제도 등이 그 시작을 알린다. 우리나라 국민의 외국 여행 경험이 늘면서 외국 (전통)음식 경험 또한 늘어 국내에서 재차 경험하길 원하면서 물색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각국 전통음식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 수는 조사를 시작한 2006년 53만7000명에서 2014년 말 현재 156만9000명으로 연평균 14.4% 증가해 왔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이 69만4256명으로 전체 외국인 중 약 40%를 차지한다. 다음으로는 중국인 25만9166명(14.9%), 베트남 19만9950명(11.5%), 필리핀 7만610명(4.0%)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31.4%로 가장 많고, 이어서 서울이 26.4%로 서울·경기 지역에 절반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 중 약 44.2%가 외국인 근로자로써 국내 거주 외국인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국산 농산물로 식재료 바꿀 기회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 결혼비율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이르러 급증하였다. 2014년 현재 결혼이주여성은 25만3791명이며, 그 중 국적 취득자는 15만8064명으로 62.3%에 해당한다. 결혼이주 여성은 한국계 중국인이 7만3063명으로 전체의 28.8%로 가장 많으며, 이어서 중국, 베트남, 필리핀 순이다.

최근 들어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이들 가정과 가구원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럴 때 에스닉 푸드를 다문화 이해를 위한 교육의 일환을 활용할 수 있다. 나라별 요리를 알고 직접 조리하면서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고, 특히 특정 국가의 전통음식 문화체험은 주거나 의복과 같은 다른 문화 체험과는 달리 강렬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향토음식과 에스닉 푸드는 고유함, 정통성이라는 관점에서 비슷하다. 국내 외식 산업은 경제 성장과 식품 산업의 발달과 함께 식생활의 변화와 소비자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식품 안전성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역 먹거리, 로컬 푸드(local food)인 향토음식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향토음식은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그 지방의 조리법으로 조리해, 과거로부터 그 지방 사람들이 먹어온 것으로 현재에도 그 지방 사람들이 먹고 있는, 그 지역의 원료 농산물과 조리 방법,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음식을 의미한다.

향토음식은 특성상 소비자들의 안전성 및 건강에 대한 기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지역 농업을 이용한다는 점과 지역 문화와 결합해 관광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크다는 점은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향토음식의 공급자인 향토음식점들의 발전은 곧 향토음식 산업의 발전을 말하며, 향토음식 산업의 발전은 곧 지역 경제 발전과 외식 산업의 발전과 연계된다.

에스닉 푸드가 원래 가치대로 인정받고 꾸준한 수요를 가지려면 그 나라 고유의 식재료를 확보하고 조리에 사용돼야 한다. 이제 고객은 많은 경험을 통해 각 나라의 전통음식에 대해 그 정통성을 구분할 수 있다. 또한 각 전통음식에 걸맞은 서비스와 섭취 방식이 고수돼야 한다. 즉 차별적인 맛과 함께 색다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농민·유통종사자의 역할 막중

에스닉 푸드 식당은 여행이나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정서적인 마케팅과 더불어 식재료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각 에스닉 푸드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다양한 에스닉 푸드가 도입되고, 가정 내던 외식이던 에스닉 푸드 시장이 확대하면 이들 음식의 식재료 시장도 다양해지고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에스닉 푸드 식재료를 국내산으로 대체할 수 있어야하고, 이러한 식재료 수요자(식당)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농업 생산자인 농민과 유통종사자의 역할로써, 국내 에스닉 푸드 식당에서 판매되는 메뉴와 필요한 식재료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국내외 수요자가 신뢰하고 구입하고자 하는, 다양하고 안전한 농축산물을 생산하고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향토음식점과 향토음식의 발달도 농민과 유통종사자의 역할에 달렸다. 달리 말하면,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농축산물 생산과 안정된 공급이 향토음식점과 향토음식 산업 발달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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