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흥유자클러스터사업단이 고흥읍 고소리 신촌마을 앞 광장에서 유자생과 현장수매를 실시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요. 우리지역 유자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요즘엔 포기하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전남 완도·고흥 등 주산지 재고량 증가에 울상
품질 낮은 상품 대량수매로 소비자 신뢰 하락


쌀쌀한 바람이 부는 유자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유자 수매가격 폭락으로 시름에 빠진 농민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완도군 고금면에서 20년째 유자농사를 짓고 있는 최 씨는 “지난해 말부터 하락한 유자 가격이 이제는 인건비도 못 건질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하(下)품은 차라리 수확하지 않는 것이 나을 지경”이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상(上)품 기준 kg당 2300원이던 전남의 유자 평균 수매가격이 올해는 절반 수준인 1200원대로 하락하면서 농가들이 또다시 위기에 몰린 것이다.

국내 소비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최근 유자 가공제품에 설탕이 많다는 이유로 유자를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줄고, 사드 배치 문제로 해외수출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수요가 크게 줄면서 재고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자 주생산지인 고흥군의 경우 지난해 생산된 유자 반제품 재고량이 4000톤에 이르고 있다.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6500톤 수준이지만 재고량 증가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유자공장의 난립으로 국내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자 품질 낮은 하(下)급 유자가 대량 수매되면서 제품 품질저하로 인한 소비자 신뢰 하락은 또 다른 재고 증가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가공제품의 연구·개발에 나서는 등 재고 소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당분간 현재 재고 수준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는 게 지역농협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 유자생산업체 관계자는 “유자가격이 전체적으로 폭락했지만 친환경, 유기농 유자가격은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전국 1500곳의 유자농가 중 15곳만이 친환경 유자를 생산하고 있어 앞으로 친환경 유자가 가격폭락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제고와 친환경농산물 가공공장 부족 등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여 말했다.

전남=김종은 기자 kimj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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