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농어업회의소법안’과 ‘농어업회의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동시에 사장됐다.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위한 국회 검토는 중단되는 듯 했다. 그러나 올해 8월 11일, 국회에 ‘농어업회의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농어업회의소법)이 또다시 제출됐다. 11월 8일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됐고, 23일에 농해수위 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농어업회의소에 대한 검토가 농해수위에서 재개됐다. 공청회 내용을 살펴본다.

헌법 보장하는 농어민 자조조직 육성 의무 소홀 지적 
지역 농어업인 대표성·재정 확보 등 해결과제 풀어야


▲농어업회의소, 농어민 대표기구=농어업회의소의 설립·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의 농어업회의소법. 진술인들은 관련법에 같은 목소리를 냈다. 농어민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법적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다.

김훈규 거창농업회의소 사무국장은 “농어업회의소는 범농업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로서 기능을 할 수 있다”며 “농업예산은 물론, 인력, 교육, 의료, 보건, 복지 등에 농업계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지위와 역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결정적인 시기에 농정은 행정의 의지와 방향에 따라서 좌우된다”면서 “농업계 내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이견들은 먼저 농업인들 내에서 수렴되고 조절되는 절차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농어업회의소”라고 강조했다.

송재일 명지대 교수는 “기존에 농어업인의 의견수렴 역할을 하는 전국 단위의 농어민단체는 국가 전체에 걸쳐 지역적 범위를 단위로 하고 있지만, 이들 단체들은 생성과정이 다른 만큼 이해관계에 따라서 다양한 정책적 요구를 하고 있다”며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체 농어민의 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헌법 제123조 5항을 보다=진술인들은 농어업회의소를 설치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로 ‘헌법 제123조 5항’(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해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헌법에 따라 1952년에 상공회의소법이 제정됐고, 이 법에 의해 설립된 상공회의소는 상공업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와 함께 상공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를 했다고 평가된다”면서 “그러나 아직 농어민 전체를 대표하는 자조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헌법상 농어민의 자조조직의 육성의무를 소홀히 해왔고 그 결과 농어민을 배제한 정부주도의 농업정책은 그 한계성과 부작용으로 농어업부문의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도 “대한민국 헌법 123조에는 상공인 뿐만 아니라 농업인들의 자조조직 육성과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하라는 국가의 책무가 명시돼 있는데, 과연 상공인들의 위상과 농업인들의 위상이 원래 다른 것이었으며, 개방화·국제화라는 사회경제적 구조 속에서 상공인들의 이익과 활로를 위해 농업인들은 이렇게 항상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김 국장은 “법적 근거에 의해서 설치된 농업인의 권익조직 하나 제대로 없이 버텨온 것이 우리의 농업이며, 농촌인 이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한탄했다.

▲법제화 전, 해결해야 할 것=특히 송 교수는 2010년부터 시행중인 농어업회의소 시범사업에 대해 “현장의 민의 반영, 농어민들 간의 소통과 논의 활성화, 농정참여를 통한 농어민들의 인식변화, 농촌분야 정책에 대한 포괄적 관심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위한 선결조건도 함께 제시했다. △지역 농어업인의 대표성 문제 △운영을 위한 재정확보 문제 △기존 관련 조직·단체들간의 갈등 문제 등이 그것

그러면서 송 교수는 “무엇보다 농어업회의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일반 농어민들이 농어업회의소를 관변단체 혹은 기존의 농민단체로 보는 부정적 시각이 있다”면서 “자칫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할 경우, 종속적인 기구 혹은 관변성향의 기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들에도 불구, 정부는 여전히 농어업회의소 법제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농어업회의소를 둘러싼 정부와 국회·농업인간의 갈등이 또다시 예상된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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