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협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사가 탄생했다. 전남 함평군 학교면에서 1천5백평의 배과수원과 6천평의 논에 양파, 고추, 벼를 재배하고 있는 중견여성농업인이 지난달 28일 개최된 학교농협의 대의원총회에서 당당히 이사로 선출된 것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는 않지만 참으로 반갑고 의미있는일로서 2백40만 여성농업인과 23만7천명의 여성조합원과 더불어 환영해마지않는다.그동안 우리 농촌의 여성은 가정의 주부로서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영농의주체로서 2중 3중의 고난에 찬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으나 그에 상응하는권한과 능력발휘의 기회가 여러 측면에서 박탈돼온 것이 현실이다. 물론 농촌의 여성들이 농협의 부녀회나 농가주부모임, 주부대학동창회 활동을 통해농협의 사업에 참여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농촌의 여성이 농협의 명실상부한 주체로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단지 농협사업의이용자로서 취급받아 왔다는 점인데, 이의 가장 큰 제도적 요인은 1가구 1조합원제도였다.그런데 1994년말 농협법의 개정으로 1가구 2조합원제도가 도입돼 제한적으로나마 여성농업인의 조합원가입의 길을 텄다. 그러나 기존 농협 임직원들의 사고와 대다수 조합원들의 의식은 여성들이 농협의 운영과 경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기보다는 사업을 더욱 많이 이용하는데 그치기를 바라고 있어 여성조합원의 가입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전체조합원중 여성조합원의 비율이 12%를 넘어서고 있음에도 여성대의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앞으로 갈수록 농촌지역의 인구는 부녀화되고 노령화될 뿐만 아니라 농촌의 여성들도 생산과 생활상의 주체로서 자기 권리의식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농협의 첫 여성이사의 탄생이 “농협내에도 여성이사가 존재한다”는 구색맞추기용으로 그쳐서는 안될 것이며, 여성을 명실상부한 농협의 동반자로서 인식하고 조합의조직운영과 사업에 여성의 참여를 넓히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그동안 농협은 성별 역할의 고정화관념에 젖어 여성을 농협 부녀회의 틀내에 가두어 놓고 스스로 여성의 참여를 가로막지는 않았는지, 여성을 동반자로 대하지 않고 다만 사업상 필요에 따라 이용만 한 채 여성들이 안고 있는 필요와 욕구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 부녀회가 정체되고 농협으로부터의이탈이 늘어나고 있지는 않은 지를 깊이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농협은 앞으로 남녀공동참여형 조직으로 혁신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여성조합원의 가입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최소한 여성조합원의 비율에 맞는 여성대의원과 여성임원이 선출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또한 일선 농협의 직원들 중에서 34%나 차지하고 있는 여성직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여성직원들도 남성직원을 위한보조노동자로서 단순한 월급생활자에서 탈피하여 명실상부한 협동조합인으로서 자기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풍토가 혁신되기를 기대한다.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업활동을 활성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이웃여성들과 함께 협동함으로써 생활이 나아진다는 것을 느낄 때 여성은 적극 참여하게 된다. 지금까지 여성들은 주로 부녀회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지만 소그룹단위의 다양한 조직을 만들어 자주적인생산협동 煇건疋옴갠오밗하면서 종합적으로는 지역농협의 일원으로서 일체화되어 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여성 스스로 성별 역할분담의식을 극복하고 주권자로서 자기주장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역량을 기르고 조직적으로 협동조합운동의 주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역사는 스스로 찾지 않으면 누구도 가져다 주지 않기 때문이다.발행일 : 97년 2월 3일농협이 대기업이나 일반사회단체와 합동으로 벌이는 농도협력사업이 상당한성과를 거두고 있다.농협중앙회는 원철희 회장 취임 이후 지난 95년 5월24일 삼성그룹과 농도협력을 조인한 이래 지난해 현대그룹.대우그룹.한국통신.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한국청년회의소(JC).라이온스클럽.올해 소비자보호원과 연이어 협력을약속했다.이 사업의 취지는 농촌과 도시간 상호교류를 통해 농민은 소득증대를 도모하고 도시민은 농촌에 대한 이해로 고향사랑 정신을 고취함으로써 ‘도시와농촌은 서로 돕는 하나’라는 공동체의식을 실천한다는 것.농협은 이를 통해 농산물에 대한 도시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농촌환경보호 및 전통문화 보전을 통한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반면 기업체나 도시민 차원에서는 저농약.유기자연농법 의한 안전농산물 수요를 충족하고 기업 報셈텝사회봉사활동을 농촌사랑운동과 연계, 기업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농협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생산자단체로서 도시민의 파트너 이미지를 굳히고, 농업.농촌의 이미지가 짙은 지도사업을 통해 다른 금융기관과 차별성을기한다는 전략이다.농도협력사업의 내용은 다양하다.삼성그룹의 경우 23개 관계사 97개 사업장과 농촌마을간 자매결연을 맺고송아지 입식(90마리)과 공동목장 조성(산성석유화학), 인삼재배기금 전달(1천5백만원·삼성물산 건설부문), 쌀 2천가마 전속 구입(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농촌 PC보내기(1백30대.삼성전자 고객지원팀) 등을 추진했다.의료법인인 현대그룹 아산사회복지재단은 농민 무료진료, 농부증 연구, 서울 중앙병원.금강병원.홍천병원.강릉병원.보령병원.정읍병원.보성병원.영덕병원.해성병원 등 산하병원에 농민치료센터 설치 등 의료지원사업을 하고있다.대우그룹은 새농민상 수상자에 대해 매년 586급 PC(지난해 16대)를 보급하고 대우중공업 등 9개 사업장에 농산물직판장 및 주문센터를 설치했다.한국통신은 전 계통기관에서 김장채소.감자소비촉진캠페인 등 우리농산물사주기 운동을 벌였으며, 농협 시군지부와 전화국간 자매결연을 맺었다.특히 농협은 지난해말 한국소비자보호원과 ‘농업인 소비자보호 협약’을조인함으로써 1천5백만 농어촌거주자 모두를 대상으로 피해구제사업을 시행하게 됐다.농협은 이같은 협력사업으로 농협사업의 상승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이 충북도금고나 경북도금고 등 금고유치경쟁에서 선전하고 치열한 금융기관간 경쟁에서 선전하는 것은 바로 농도협력사업, 지도사업 개혁 등으로 이미지를 제고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하고 있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7년 2월 3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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