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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기 쌀값 보장·주요 농정현안 해결하라” 분노의 외침전국농민결의대회
   
▲ 한농연경기도연합회가 직접 챙겨온 현수막. 농민들은 이 현수막을 향해 쌀을 던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농정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수확의 기쁨을 나눠도 모자랄 요즘, 근심으로 나날을 보내던 농민들이 기어코 상경했다. 아스팔트 농사라도 짓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다던 한농연 회원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진필)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이들 3000여명과 함께, ‘수확기 쌀값 보장! 주요 농정현안해결 촉구! 전국농민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한농연 회원들은 ‘시장격리 물량 30만톤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라’,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 지원을 조속히 실시하라’, ‘내년도 농업예산을 국가 예산 증가율만큼 확대하라’ 등을 주장하면서 농업을 홀대해 온 정부와 정치권을 나무랐다.


“쌀 저가행사 일삼는 대형마트 조직적 불매운동 전개” 선전포고
김영춘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 등 방문…“쌀값 보장 노력” 공감대
‘보드판에 쌀겨 던지기·쌀 품종별 화형식’ 등으로 성난 농심 표출

#칼바람도 막지 못한 ‘성난 농심’


전국이 영하권으로 얼어붙었다. 곳곳에 한파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일 서울 아침기온은 영하 3도. 근래 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는 3000여명의 농민들이 발걸음 했다. 쌀값을 보장하고, 농업예산을 늘리라는 농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부와 정치권, 이들에 분노한 농민들을 추위도 막지는 못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최한 ‘수확기 쌀값 보장! 주요 농정현안해결 촉구! 전국농민결의대회’는 예정보다 10분 빠른 오후 1시 50분경, 양해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의 “투쟁”이란 외침과 함께 시작됐다. 농민의례와 농민가 제창이 끝나고, 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단상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농해수위가 농민들의 입이 되고, 발이 돼서 쌀값 문제 뿐만 아니라 농정현안에 대해 적극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농민들이 조금만 노력해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김진필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회장은 “정부한테 구걸하지 말고, 당당하게 확실한 명분을 가지고 요구하자”고 한농연 회원들을 독려한 뒤, “쌀값을 보장받기 위해서 두 가지 단기적인 제안을 한다”면서 “9월 초에 두만강 유역에 대홍수가 났는데, 인도적인 차원에서 대북 쌀 지원을 얘기했고, 또, 재고미에 대해서 사료화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의 목소리는 ‘대형마트’를 언급하면서 고조됐다. 김 회장은 “대형마트 3사에 엄중 경고한다”며 “국민의 주식인 쌀을 가지고 저가행사를 하는 대형마트에 대해서는 조직적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양해일 부회장의 선창에 따라 “쌀값은 농민값, 정부는 쌀값을 보장하라” 등을 외치면서 한농연 회원 3000여명은 간간히 추위를 떨쳐냈다. 그래도 농민들은 자리를 뜨지는 않았고, 무대에도 눈을 떼지 않았다.

정치연설 순서. 첫 번째 윤소하 정의당(비례) 의원은 “농민들은 20년전부터 ‘농민을 국민으로 대한 적 있느냐’는 이야기를 해왔다”며 “한겨울에 아스팔트에 앉아야 하는 대한민국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 대북 쌀 지원을 요구하고, 한·칠레 FTA 재협상 시도를 비판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충남 논산·금산·계룡) 의원은 자신의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의 올해 국감질의를 되새겼다. 김 의원은 “‘경제부총리에게 지금 국가예산이 400조원인데 20년전의 60조원을 가지고 나라를 살림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냐’고 물으니까 ‘못하겠다’고 답하더라”며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농민들이 20년전의 쌀값을 가지고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따졌고, ‘경제부총리가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과 김 의원은 모두 농해수위가 아님에도 대회장을 방문, 한농연의 요구사항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농업경영인 출신의 국회의원,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도 대회장을 찾았는데, 김 의원은 “현실적으로 쌀 재고가 200만톤인데 정부는 쌀 재고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을, 또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이라면서 “정부가  직불금을 굉장히 아깝다고 생각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명분세우기가 아닌가하는 의심도 든다”고 정부의 농정에 날을 세웠다. 그는 “농사짓는 한 사람이자 농업경영인으로서 농민들의 뜻과 바람이 국회에서 제도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농업인들도 규탄발언에 나섰다. 한농연 초대회장인 이홍기 한국농축산연합회 상임대표는 “늘 한농연이 중심이 되는 농업정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활동해왔다”며 “농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처사에서 우리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한농연과 농민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서 농민들이 생산한 먹거리를 단 하루라도 출하거부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 볼까도 생각한다”면서 각오를 내비쳤다.

김선홍 한농연경북도연합회장은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식량안보를 책임지고자 아스팔트 농사를 하고 있는 현실을 알려달라”며 “국민들이 우리 농업을 제대로 알고 농업을 지켜야 된다는 국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언론의 활약을 기대해본다”고 당부했다.

연이은 발언이 끝나고 오후 3시경, ‘보드판에 쌀겨 던지기’ 상징의식이 진행됐다. 뒤이어 유광연 한농연인천광역시연합회장과 정인화 국민의당(전남 광양·곡성·구례) 의원이 규탄발언과 정치연설을 위해 차례로 단상에 섰다. 유광연 회장은 “농업·농촌을 지켜온 농민들을 애국자라고 하지만 애국자 대우를 받고 있는가”라며 “그냥 우리끼리 피투성이로 싸우다 자멸하게 기다리는 이 정부의 꼼수를 기탄해야 한다”고 외쳤다. 정 의원은 “농민의 아들로서, 또 농민의 자식으로서 쌀값 보장을 통한 최소한의 농업소득이 보장되도록, 이 농업소득이 농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정부가 농협이 보관하고 있는 22만톤까지도 함께 시장격리 할 것, 우선지급금을 지난해 수준인 5만2000원으로 올릴 것 등을 촉구했다.

오후 3시 40분경, 한농연은 마지막 상징의식으로 쌀 품종별 화형식을 열고, 4시경 정리집회, 전국농민결의대회를 마쳤다.
 

   
▲ ‘쌀 품종별 화형식’. 우리 쌀의 사망선고를 의미하는 이 상징의식은 ‘농민이 잘사는 나라, 국민이 행복한 농업’을 만들자는 각오이기도 했다.

#두 번의 상징의식, ‘쌀’을 버리다

‘수확기 쌀값 보장! 주요 농정현안해결 촉구! 전국농민결의대회’에선 두 번의 상징의식이 거행됐다. 하나는 ‘보드판에 쌀겨 던지기’, 또 하나는 ‘쌀 품종별 화형식’. 이번 상징의식은 우리 쌀에 대한 ‘정부의 정책부재’와 ‘정치권의 무관심’, ‘농협의 책임방기’에 대한 농민들의 분개를 표출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쌀을 던지고, 쌀을 태운 것이다.

‘쌀값포기정권규탄’이 적힌 8개의 보드판에 쌀을 던지는 첫 번째 상징의식. 양해일 부회장은 이 상징의식을 실시하면서 “쌀값은 농민값”이라며 “반만년을 이어온 농민들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자존심을 던져야만 하는 농민들의 심정을 보여주는 행동인 셈이다. 특히 이 때 한농연경기도연합회가 준비한 현수막에도 쌀을 뿌렸는데, 그 현수막에는 ‘농업을 직접 챙기겠습니다’란 박근혜 대통령의 친필서명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상징의식으론 화형식을 실시했다. 쌀 품종이 대상이다. 쌀 품종의 영정사진을 태우는 의식은 ‘우리 쌀은 물론, 5000만 국민의 생명창고 곳간을 지켜온 우리 농민 모두의 사망선고’를 상징한다는 게 한농연의 설명. 영정사진의 주인공은 오대, 삼덕, 맛드림, 대보, 신동진, 칠보, 영호진미, 미품, 추정, 일품, 동진찰, 삼광, 일미, 대안, 황금누리, 새일미, 백옥찰, 수광 등이다.

농민들은 쌀 영정에 불을 붙이면서 “우리들의 피맺힌 탄식과 절규, 고통과 좌절을 날려버리고, ‘농민이 잘 사는 나라, 국민이 행복한 농업’을 만들자”는 의지를 다졌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13만 한농연회원의 요구사항

   
▲ =한 농민이 ‘쌀값은 농민값, 쌀값 보장하라’를 외치고 있다.

여·야간 극한 대립과 국정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쌀값 안정 및 농정현안의 해결전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서 300만 농민의 생존권과 5000만 국민의 식량주권 보호를 위해 농촌현장의 혼란을 수습할 근본적 대책 마련에 매진해야 한다.

이에 오늘 분연히 떨쳐 일어난 우리 한농연 회원들은, 농민의 피땀이 깃든 쌀값을 정당하게 보장받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담아, 긴급 요구사항을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히 요구하고 반드시 관철시켜낼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하나, 시장격리 물량 30만톤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라!
하나, 공공비축미 매입가격 5만원 이상으로 인상하라!
하나, 수발아 피해 벼 긴급수매를 포함한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 지원을 조속히 실시하라!
하나, 재고미의 사료용 전환 물량을 대폭 확대하라!
하나, 농작물재해보험 보상기준을 완화하고, 실질보상률을 인상하라!
하나, 쌀 생산조정제 실시를 위한 예산을 확충하라!
하나, FTA농어촌상생기금 관련법을 조속히 처리하라!
하나,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금리를 인하하라!
하나, 내년도 농업예산을 국가 예산 증가율만큼 확대하라!
하나, 국산 농축수산물을 적용 제외하도록 청탁금지법을 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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