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뜨레영농조합이 신세계푸드와 계약재배로 전량 납품하는 양배추 재배농장의 일부 전경.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을 통한 농·식품산업 활성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차원에서 단순한 농산물 생산 이외에 가공·유통·판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 배경이다. 기업의 역량과 보유자원을 활용함으로써 농·식품의 경쟁력 강화 및 수출산업화를 추진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2014년 ‘농·식품 상생협력추진본부’를 설치한 이후 지난해 농업-기업 상생협력 비즈니스 모델 37건을 발굴한데 이어 농식품부가 올해 ‘농·식품 상생협력 시·도 협의회’를 발족하는 등 적극 추진하고 있다.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 우수 사례를 6회에 걸쳐 알아본다.


농우바이오-신세계푸드 수요자맞춤형 종자 개발
신세계푸드는 원료농산물 계약재배로 상생 모색


식자재 기업인 신세계푸드와 종자전문 업체인 농우바이오가 수요자 맞춤형 우수종자 개발 및 보급 확산을 위해 2014년 12월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출발했다. 배경은 상생협력추진본부가 간담회에서 ‘가공적성에 맞는 채소품종이 없다’는 신세계푸드의 의견을 접하고 종자업계와 협의를 통해 성사됐다.

업무협약은 수요자의 니즈를 반영한 신품종 개발과정을 통해 우수종자의 보급을 촉진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농·식품의 상품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양측은 채소종자의 가공적성에 대한 시험연구와 정기 시험재배에 공동으로 참여해 지역별 기후나 풍토에 적합하고 가공이 용이한 양상추, 배추, 양파 등의 우수 채소종자를 개발하기 위해 상호 협력키로 했다.

검증단계를 거친 우수종자에 대해서는 신세계푸드가 재배계약을 맺은 농가에 우선 보급하고 생산관리를 위한 기술지도 등 영농수준 제고에도 공동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협력사항을 구체화하는 작업과 함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종자분야에서 발전된 상생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다는 목표도 추진 중이다.

상생협력추진본부는 협약을 통해 시장수요 중심의 종자분야 연구개발(R&D)이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생산성 향상과 계약재배 활성화에 균형된 수익이 보장됨으로써 농가소득 안정화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협약에 참여한 농우바이오는 신세계푸드와의 협약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우수종자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상생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농우바이오 관계자는 “지난 1967년 창업 이래 국내 종자 산업을 이끌어 온 대표 기업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 국산종자의 보급을 확대해 글로벌 탑 10 종자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위탁급식과 식자재유통, 식품제조 등을 위해 연간 1만7000여 톤의 원료농산물을 사용한다. 이중 약 60%를 전국 농가와 계약재배로 조달하는데 매년 구입물량을 확대해 농업계와의 상생발전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신세계푸드 정용훈 과장은 “현재 전국 100여 농업경영체와 원료농산물 계약재배를 실시하고 있다”며 “농우바이어와 협약으로 지난해부터 평창 굳뜨레영농조합을 비롯한 제주, 광양, 안성 등 4곳의 경영체에 양배추, 무, 양상추, 당근, 양파 등의 종자를 보급해 계약 재배한 농산물을 공급받는데 올해는 농우바이오 종자로 생산된 농산물이 10배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올해 농가 계약재배를 통한 원료농산물은 당초 계획했던 1만7000톤보다 20% 상승한 2만400톤에 이를 전망이다. 정 과장은 특히 “굳뜨레영농조합의 경우 올해 여름 폭염과 가뭄 등 재배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업체가 원하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줌으로써 무난하게 수급을 맞출 수 있었다”며 “더욱이 시중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도 계약에 맞춰 합리적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비용 상승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협약내용=농우바이오와 신세계푸드가 체결한 협약은 우수종자 신품종 개발 및 보급 확산을 위한 것으로 농가 상생 CVS(공유가치창출) 사업을 위한 업무 제휴다. 이를 위해 농우바이오는 국내 기후에 적합한 우수종자 품종을 제안 및 개발해 공급하고, 정기 시험재배 평가 시 신세계푸드와 공동 참여한다. 또한 신세계푸드의 계약재배 농가에 맞춤형 작물재배 솔루션(종자, 작물보호제, 비료, 기술지도 등 포함)을 개발, 보급해 농가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토록 규정했다.

아울러 신세계푸드는 농우바이오에서 검증 단계를 마친 우수 품종 등의 농자재를 계약재배 농가에 적극 보급 확산함으로써 시장정착에 기여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양측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상호협력을 위한 세부과제를 협의하고, 농가와 상생을 위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즈 모델을 구축해 실천하고 있다.


●현장 사례/굳뜨레영농조합
양배추·무·양상추·배추 등 주력

생산 전량 신세계푸드에 납품
지난해 1만2000→올해 1만5000톤으로
시중가격 관계없이 안정적 소득 보장

▲ 정순용 굳뜨레영농조합 대표가 농우바이오 종자로 재배한 양배추 생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강원 평창의 굳뜨레영농조합은 양배추를 비롯한 무, 양상추, 배추 등을 생산하는 농업경영체이다. 지난 2006년 정순용 대표(56)를 비롯한 5농가가 출자해 법인을 설립한 이후 식자재 전문업체인 (주)신세계푸드에 납품하면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신세계푸드에 납품하는 품목은 주력 품목인 양배추를 비롯한 무, 양상추, 배추 등이다.

정순용 대표는 “법인 이름인 ‘굳뜨레’의 ‘굳’은 ‘좋다(good)’는 의미의 영어이고 ‘뜨레’는 ‘협동·협력’을 뜻하는 우리말”이라며 “회원 농가들이 협력하면서 노력하면 좋은 일만 생길 것이란 기원에서 이름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굳뜨레영농조합은 2014년 12월 농·식품 상생협력추진본부가 주관한 신세계푸드와 농우바이오의 상생협력 협약에 참여한 이후 매년 농우바이오의 우수 종자를 공급받아 재배하고 있다. 현지 토양에 가장 적합한 종자를 선택해 사용하는데 재배 후 작황이나 생육에 따라 다음해 종자를 결정한다.

농장 규모는 23만1406㎡(7만평) 정도. 회원 농가당 평균 3만9669㎡(1만2000평)을 재배하는 셈이다. 전체 생산량은 지난해 1만2000톤에서 올해 1만5000톤으로 늘었다. 품목별로는 주력품목인 양배추 800톤과 무 300톤, 배추 300톤, 양상추 100톤 등이다.

이들 품목은 전량 신세계푸드에 납품한다. 정 대표는 “신세계푸드에 납품함으로써 시중 가격의 오르고 내림에 상관없이 매년 일정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며 “안정적 출하처 확보는 물론 재배와 소득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특히 “농가 입장에서 우수한 농산물을 많이 생산할수록 소득증대가 가능한 만큼 생산성 향상에 전념할 수 있고 무엇보다 안정적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에 양배추 400톤을 납품했다. 정 대표는 “이마트의 경우 올해 생산물량이 없어 업체에서 원하는 만큼 공급하지 못했다”며 “내년에는 생산량 확대와 함께 이마트 공급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품목의 생산은 4월 중순 정식 이후 70~80일 생육을 거쳐 7~8월에 1기작을 수확하고, 이후 바로 2기작을 정식한 다음 10~11월 초까지 2기작을 수확해 납품한다. 생산량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영농기법으로 연작피해 방지 차원에서 품목과 종자를 바꿔준다. 이를 위해서는 지력보전이 핵심으로 연간 14톤(20kg 1포 기준 7000포)의 퇴비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평창은 해발 700~800미터 고랭지로 봄·가을 채소재배의 적지로 꼽힌다. 배추나 무 등의 조직이 단단하고 고소하며 식감이 좋아 소비자 선호가 높단다. 매출은 지난해 약 7억원에서 올해 10억원으로 늘었다. 식자재 공급업체인 신세계푸드의 납품처가 증가할수록 공급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굳뜨레영농조합은 향후 매출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추진에 나선다. 이는 배추와 무를 절임배추와 깍두기용 절단 무로 가공해 납품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신세계푸드 공급도 산지에 가공설비를 갖춰 납품처에 공급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농가 소득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순용 굳뜨레영농조합 대표
“안정적 출하·가격 보장 큰 장점”

비싸도 다른데 팔지 않아
신용 바탕 전량 계약재배


“국내 최대 식자재업체의 하나인 신세계푸드에 납품함으로써 안정적 출하와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정순용 굳뜨레영농조합 대표는 “매년 채소를 판매하기 위해 서울과 인천 등의 농수산물시장을 찾아다녔는데 10년 전 가락동 시장에서 신세계푸드 구매담당 직원과 연계돼 지금까지 신용을 바탕으로 전량 계약재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가 신세계푸드에서 우수 거래처로 인정받는 것은 철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시장 시세가 비싸도 외부에 팔지 않고 전량 정해진 가격에 신세계에 납품하기 때문. 올해의 경우 여름 폭염과 가뭄 등에 따른 작황부진으로 시중 가격이 폭등했으나 외부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신세계푸드에 전량 납품했다.

정 대표는 “올해 채소를 외부에 반출했을 경우 신세계 계약 가격보다 열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지만 효과는 한 번에 그친다”며 “10년 동안 믿어준 고객을 외면하면 다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특히 “올해는 가뭄으로 300~400미터 떨어진 개울에서 3~4대의 양수기를 연결해 물을 확보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관정도 비싼 전기료 등으로 부담되는 만큼 정부차원에서 사방댐을 설치해 가뭄걱정 없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문광운 기자 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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