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아동센터협회 추진위원회는 지난 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아동센터의 예산증액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들은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이라는 차등적 예산지원 방침 철회 및 예산증액을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지역아동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예산증액이 또다시 불발될 위기에 놓였다. 이번에도 기본운영비가 인상되지 않을 경우 지역아동센터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정부가 기본운영비 인상 대신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이라는 차등적 예산지원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측은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방침 철회와 매월 520만원 수준의 기본운영비 인상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

차등지원시 돌봄서비스 격차 확대
나머지 20%는 문 닫으란 얘기
내년부터 인건비 인상 불가피
현 운영비론 급여 감당도 안돼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지역아동센터의 기본운영비를 동결시키고, 거점지역아동센터와 토요돌봄 지원예산을 삭감(약 39억원)하는 대신,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3300개소, 월 34만8000원, 총 66억원)’이라는 항목을 신설한 2017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역아동센터의 성과를 반영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지역아동센터 측은 즉각 반발했다. 기본운영비가 적정한 수준으로 현실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이라는 차등적 예산지원은 돌봄서비스의 질적인 격차를 확산시키고, 결국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의 성장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김순구 정책위원장은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은 전국 4102개소의 센터 중 약 80%만 인센티브를 지원한다는 것인데, 기본운영비가 인상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수지역아동센터에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나머지 20%는 문을 닫으라는 의미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올해 종사자 급여를 150만원으로 인상하려 했지만, 지금의 기본운영비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135만원 수준으로 1년간 유예가 됐는데, 내년도 기본운영비를 동결시키고 인건비를 인상하라고 하면 인센티브를 못 받는 센터는 종사자 급여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아동권리과 김영식 사무관은 “국회에서 예산을 심의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의 경우 지역아동센터의 운영성과를 반영해 추가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이 취지”라며 “기본운영비는 그대로 지원하고 그 외에 추가지원 부분에서 ‘거점지역아동센터 지원’ 등이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 방안을 새롭게 모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아동센터 예산은

국회 보건복지위, 정부안 수정
월 운영비 458만→488만원으로
적정 운영비엔 여전히 못미쳐

자존감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매달 520만원 수준으로 인상을


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 기본운영비를 동결하고,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예산 66억원을 신규로 책정하는 등 총 1457억원 규모의 지역아동센터 예산(안)을 수립했다. 올해 지역아동센터 지원예산 1428억원 대비 약 2% 증액된 규모다.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예산에는 거점지역아동센터 지원과 토요돌봄 지원 예산을 삭감해 마련한 39억여원이 포함돼 있다.

복지부 예산을 심사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예산을 66억원에서 42억원으로 줄이고, 감액된 24억원을 기본운영비로 지원토록 조정했다. 또한 별도의 기본운영비 48억원을 증액해 기본운영비를 총 72억원 인상시켰다. 보건복지위원회의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지역아동센터당 월 30만원 정도의 기본운영비 인상이 예상된다. 현재 매달 458만원 수준의 기본운영비(정부 예산 책정 표준금액 기준)가 488만원 수준으로 인상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기본운영비 인상이 가로막힌 전례가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역아동센터 측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추가적인 예산증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의 인건비가 내년부터 13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인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이준섭 정책국장은 “2015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예산심의를 거쳐 지역아동센터의 안정적 운영과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기본운영비 520만원 인상을 의결했고, 부대의견을 통해 인건비가이드라인 도입과 운영비 증액에 대한 3년간의 단계적 증액을 이미 정부에 주문한 바 있다”며 “인건비와 프로그램비 등을 고려하면 매월 520만원(29인 이하 시설 기준)의 기본운영비가 적정수준으로, 이를 위해선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예산 42억원을 기본운영비로 전액 전환하고, 별도로 33억원의 예산증액이 추가로 필요하다. 만약 이번에도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구 정책위원장 역시 “지역아동센터는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 등 헤어짐이나 분리에 대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을 주로 돌보기 때문에 꾸준히 보살펴주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현재 지역아동센터는 종사자의 처우가 열악해 2~3년 정도 일을 배우고 나면 처우가 나은 다른 시설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은데, 내년에는 반드시 기본운영비를 인상해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자존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아동권리과 김영식 사무관은 “지자체에서 지역아동센터의 급식비 등 일부 운영비를 지원하는 상황을 고려해 기재부가 기본운영비 인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의 기본운영비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일정부분 공감하고 있고, 국회에서 예산증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사 및 의결한 지역아동센터 예산(안)은 예결위의 계수조정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 송악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

■현장 목소리 '송악지역아동센터'
"시골이라 차 기름값만 월 30만원 부담"

최저임금 맞춰 임금 겨우 올려
종사자 이직률 높아 걱정
프로그램비·부자재 구입비 빠듯 


충남 당진에 있는 송악지역아동센터에는 23명의 아이들이 돌봄을 받고 있다. 대부분 차상위, 한부모, 조손가정, 다문화 등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29인 이하시설(표준시설) 적용을 받아 매월 451만원의 기본운영비를 지원 받는다. 농어촌지역에 위치해 있다보니 차량운행 시간만 4시간이 넘어, 유류비 부담에 허덕이기 일쑤다.

정진숙 센터장은 “송악은 당진 읍내에서 버스로 15분 정도 걸리는 외진 곳이라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고, 학교 앞 몇몇 학원이 전부라서 아이들을 차로 데려오고 다시 집까지 데려다주고 있다”며 “시골이다 보니 집들이 떨어져 있어 차량운행 시간만 4시간이 넘고, 유류비로 매달 30만원이 소요된다. 정부가 우수지역아동센터에 인센티브를 줄게 아니라 농어촌지역처럼 차량운행을 많이 하는 센터에 유류비를 추가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악지역아동센터 운영은 6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기본운영비 인상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종사자의 처우개선은 답보상태다. 문제는 열악한 종사자 처우가 돌봄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 센터장은 “복지시설 중 수당이 없는 곳은 지역아동센터가 유일하고, 최저임금에 맞춰서 조금씩 임금을 인상해주다보니 종사자들의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지역아동센터의 안정적 운영과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기본운영비 인상이 시급하고, 향후에는 정부가 기본운영비와 인건비를 따로 지원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질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송악지역아동센터가 지원받는 기본운영비는 451만원. 이중 10%인 45만1000원 이상은 반드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비로 사용해야 하고, 인건비는 약 300여만원(센터장과 사회복지사 2인)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차량운행비, 전기료, 정수기 및 공기청정기 렌탈비 등 고정지출 비용과 화장지, 복사용지 등 필요한 부자재 구입비 등이 추가로 소요된다.

빠듯한 살림에 후원은 지역아동센터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송악지역아동센터 역시 지역기업의 후원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농촌지역은 기업후원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지난해부터 세제혜택이 큰 공동모금회 쪽으로 후원이 몰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이 지역아동센터를 후원할 경우 세제 혜택를 확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는
차상위·한부모가정 아동 등
돌봄서비스·기초학습 지원  

 

지역아동센터는 2015년말 기준 4102개소로 종사자(센터장과 생활복지사) 수는 9415명이며, 이용아동 수는 10만9661명에 달한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277개 시도 시군구에 설치돼 있으며, 아동생활 밀접 복지시설이다. 이용아동은 대다수는 차상위, 한부모, 조손가정, 다문화 등 정서적 위기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돌봄서비스 외에도 기초학습 및 학교생활 지도,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문화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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