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특용작물인 구기자가 올 여름 폭염과 가뭄 등의 여파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난해의 악재를 딛고 모처럼 좋은 가격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4일 충남 청양군에서 만난 명영석 청양구기자연구회 회장은 가을구기자 막바지 수확 작업으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특용작물 중 하나인 구기자가 올해 여름철 폭염과 가뭄 여파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며 좋은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생산 과잉으로 평년보다 크게 못 미친 시세 속에 재고 누적과 수익 악화를 겪어야 했던 생산 농가들이 모처럼 안도감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 산지에선 올해 좋은 시세가 내년 생산 과잉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이란 걱정, 또한 국내산 구기자 가격이 높은 상황을 틈타 중국산 구기자를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악용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국내 구기자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인 충남 청양군의 구기자 수확 현장을 찾았다.

농가 재배물량 줄인데다 폭염 탓 생산량 감소
600g 한 근 3만2000원…평년보다 20% 높은값
“올해 가격 좋아 내년엔 생산량 늘 것” 걱정도


▲폭염과 가뭄 여파로 생산량 줄어 시세 강세=구기자는 한 나무에서 1년 동안 두 번 열매를 수확한다. 수확 시기는 여름과 가을인데, 가을구기자 수확은 일반적으로 9월부터 11월을 훌쩍 넘겨서까지 이뤄진다.

지난 4일 청양군에서 만난 명영석 청양구기자연구회 회장 역시 막바지 수확 작업이 한창이었다. 명영석 회장은 청양 일대에서 4000평(약 1.3ha) 규모의 구기자 농사를 짓고 있다. 청양군의 구기자 전체 재배면적이 90ha(2014년 7월 기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7월 중순부터 여름구기자 수확을 시작했다고 하니 수확 작업만 어느덧 4개월 가까이 됐다.

구기자는 다른 특용작물과 마찬가지로 수확 시기에 손길이 많이 드는 작물이다. 인건비를 비롯한 제반비용이 이 시기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출하시기에 형성되는 시세에 농가들의 다음해 재배 의향 여부 또는 생산 물량 등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명영석 회장의 경우 수확 시기에 드는 인건비만 4000만원이 넘는다. 또 무농약 친환경 노지재배를 고집하다보니 남들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나마 올해는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여름철 폭염과 가뭄 여파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구기자 생산량이 줄어든 반면 수요는 많아 시세 흐름이 좋게 흘러가고 있어서다. 명 회장은 600g 한 근당 3만2000원 정도로 판매하고 있다. 어떤 곳은 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도 했다. 평년 시세가 2만5000~2만600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20% 이상 가격이 오른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엔 올해와 사정이 정반대였다. 생산 물량이 넘쳐나면서 한 근당 1만6000원 내외 수준으로 거래돼 피해가 막심했다. 재고 물량도 많았다. 올해 기후 영향을 받아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지난해 손해를 입은 농가들이 재배 물량을 축소해 전반적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호조를 띠고 있는 것이다.

명 회장은 “올해 여름철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꽃이 폈다가 수정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생산량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많았다”며 “하우스 재배의 경우엔 폭염 피해가 커 평년 대비 절반 정도 생산에 그칠 정도로 작황이 안 좋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또 지난해 구기자 시세가 너무 안 좋아서 올해 재배 물량 자체를 줄인 농가들도 많아 올해 전반적인 구기자 생산량이 줄어든 추세”라면서 “반면 올해 홈쇼핑 방송 등에서 구기자 판매가 인기를 끌면서 수요는 많아져 평년보다 가격이 올라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생산 몰릴까 걱정, 중국산 수입 또 걱정=수확의 기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뿐이다. 내년 재배 여건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올해 가격이 좋아 내년 재배 물량을 늘리는 농가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청양의 한 생산 농가는 “올해는 구기자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는데, 당장 내년엔 생산 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걱정이 크다”며 “구기자는 1년에 두 번 열매를 수확할 수 있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작목전환 또는 부업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청양 지역의 경우 고추 가격도 좋지 않았고 오미자도 안 팔려서 내년에 구기자를 많이 심겠다는 농가들이 많아 수급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중국산 구기자 문제에 대한 걱정도 있다. 국내산 구기자 시세가 좋다보니 가격이 싼 중국산 구기자로 대체하려는 수요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생각에서다. 특히 이런 상황을 틈타 중국산 구기자를 국내산으로 둔갑하려는 등의 악용 사례도 나타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명영석 회장은 “올해 7월 일부 홈쇼핑에서 중국산 구기자 원료로 만든 구기자 제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항의집회를 하는 등 중국산 구기자 수입 문제가 국내산 재배 농가들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올해 국내산 구기자가 단가가 비싸고 물량이 적으니 중국산이 들어와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일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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