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윤승오씨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소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 출하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김영란 법 시행 이후 농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3일 강릉시 구정면 최 모 씨는 한우 3마리를 출하했지만 총 수취가격은 3달 전보다 587만원이 줄었다. 1마리당 195만 원 정도 줄어든 것이다.
강릉과 삼척축협에 따르면 김영란 법 시행 이후 한우 출하가격은 19.5% 줄었다.

한우출하가격 19.5% 떨어지고
화훼는 한 달 만에 고사 위기
송이 채취농가도 이중고


사육두수와 다른 변수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한우가격이 폭락한 것은 김영란 법으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으로 농업인들은 판단하고 있다.

횡성축협이 운영하는 한우프라자의 경우 매출이 법 시행 이전에 비해 40% 이상 줄었다. 횡성축협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1인분을 100g으로 줄이고 한우스테이크 등으로 구성한 2만9000원짜리 메뉴를 새롭게 개발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지만, 판매량은 늘지 않고 있다.

화훼농가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점유율 50%를 넘기며 전국 최대 백합 생산량을 자랑하던 도내 화훼 업계는 김영란 법 시행 한 달 만에 고사 위기에 몰렸다. 전국백합생산의 50%를 차지하는 강원도 백합농가들에 따르면 김영란 법 시행이후 출하량이 56% 정도 감소했다.

강릉시에 있는 9700㎡ 유리온실에서 백합을 생산하는 한국백합생산자연합 최명식 회장은 “상당수 화훼농가들이 벌써부터 농사를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화훼는 특성상 기반을 갖추는데 10년 이상 걸리는데 전체기반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화훼산업은 끝장이다”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원주시에서 꽃집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지난달부터 관공서 등 인사이동이 이어졌지만 축하 난 주문을 1개도 받지 못했다.

김씨는 “평소 같으면 주문이 크게 늘었겠지만 김영란 법으로 축하 난을 보내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뿐 아니다. 양양군 송이체취 농가들과 홍천군 산양삼재배 농가들도 소비부진으로 인한 가격하락과 매출부진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홍천에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는 조재범 한국산양삼협회장은 “청렴문화 정착은 필요하지만 사람이 사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이 상태로 김영란 법이 계속 운영된다면 많은 농업인들이 파산하게 될 것이다”라며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만난 농업인들은 “정부는 농업인들이 FTA 피해를 예측하며 이를 반대할 때 특화된 고부가가치 농사를 하면 얼마든지 수입개방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며 “이 법에서 농산물에 대한 특례조항을 만들어 위기에 처한 농업인들의 생활을 보장해 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강원=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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