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팜(www.defam.co.kr)’에 접속하면 원하는 디자인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하는 디자인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농민들이 꿈꿔왔던 일이 현실이 됐다. 농민과 디자이너, 제작(생산)회사를 연결해 농산물 판매에 필요한 디자인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디자인팜’이 등장한 것이다.

농민-디자이너-제작사 연결
디자이너 400여명이 만든
디자인 저렴하게 제공
농민은 선택만 하면돼 간편

"디자인 회사 비싸 엄두 안나고
동네 인쇄소는 맘에 안들때 제격"


청년 스타트업(Start-up·신생 벤처기업)인 ‘농부릿지’는 기존에 없던 디자인 플랫폼 개념을 도입한 ‘디자인팜(www.defam.co.kr)’을 통해 농민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간편하고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4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미리 제작해 놓은 박스포장, 로고, 라벨, 명함 등의 디자인을 ‘디자인팜’에 올려놓으면, 농민들은 이중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간편하고 저렴한데다, 농민들 개개인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농부릿지 조현준 대표는 “농민들 대다수가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박스포장 등의 디자인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디자인 회사에 맡기자니 비싸고, 동네 인쇄소에 맡기자니 품질이 마음에 안 드는 농민이라면 ‘디자인팜’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4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디자인팜’은 입소문을 타고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보완해야 될 부분도 많다는 게 농부릿지의 자체 평가다. 디자이너들을 모아놓긴 했지만 정작 농민들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나 특수작물 등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이해도가 낮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부릿지는 단순히 디자인을 연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험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디자이너 교육을 통해 농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디자인을 생산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고려대학교 디지털미디어랩과 함께 ‘디자인팜’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농민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간단한 조작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팜’을 개선할 계획이며, 내년 1월 중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박스포장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가 높은 점을 반영해 박스제작 공장과 업무협약을 맺고, 연말부터는 1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등 세련된 디자인의 박스포장도 제공한다.

조현준 대표는 “디자인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은 물론이고, 로고나 라벨 등 디자인을 따로 구매할 경우 통일성이 떨어진다거나 다른 사람이 같은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 일부 약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디자인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면 많은 부분에서 보완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저작권의 경우 농민에게 완전히 넘기는 방안을 고민 중에 있고, 박스테이프 등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부자재를 개발하는 한편, 사진작가 등 새로운 전문인력과의 연계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과물

 

■이용방법
회원가입→디자인 선택
→개인정보 입력하면 끝
명함 만드는데 10분 남짓


‘디자인팜’을 이용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회원가입 후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하고,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선택한 디자인의 색상이나 작물교체 등을 원할 경우 요청사항에 적으면 반영된다.

실제로 명함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명함용지 선택지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2가지로 제한해 복잡하지 않았고, 비용은 명함 200매에 디자인 비용 5만원을 포함해 5만8000원이 소요됐다. 한번 구입한 디자인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조현준 대표는 “농업인들 대부분이 심플하게 해달라거나 농민답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은데, 디자이너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만족할 만한 디자인을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디자인팜의 경우 이미 제작돼 있는 다양한 디자인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디자이너와의 소통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판매에 도움주고 싶어"
■조현준 대표

농민들 성공이 나의 성공
지자체와 적극 협력해
더 많은 농민 혜택받게 할 것

 

올해로 31살. 비교적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해 농업분야의 가능성을 봤다는 조현준 대표는 농민들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돈벌이가 아닌 농민들과 상생하고자 하는 조 대표의 신념은 농부릿지가 주목받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디자인팜은 농민들이 농산물을 더 잘 팔 수 있게 하는 사이트에요. 단순히 디자인만 연결하는 게 아니라 제가 농산물 판매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개발했죠. 농민들이 잘 돼야 저도 잘 되는 거니까요.”

농부릿지는 ‘농업’과 연결을 의미하는 ‘다리(Bridge·브릿지)’의 합성어다. 농업과 다른 산업과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농부릿지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를 생각했어요. 농민들도 변해야 하는데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회사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만의 색깔로 디자인과 마케팅 서비스를 해보고 싶었어요.”

시행착오가 없었던 건 아니다. 디자인이 적용된 박스포장이나 명함 등 제품을 제공하지 않아 현장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 “처음엔 디자인만 제공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농민들은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을 한 번에 받길 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박스생산이나 명함제작 등 가성비가 좋은 업체들을 발굴했죠. 지금은 가격이나 편리성 부분에서 농민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조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디자인은 고비용인데다 노동집약적이다보니 농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잖아요. 그래서 지자체나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지원을 하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혜택을 보는 농민들이 많지 않죠. 기존 지자체 사업으로 10명의 농민들이 디자인 지원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디자인팜을 활용할 경우 같은 비용으로 1000명의 농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농부릿지가 실현한 ‘디자인의 대중화’는 다른 한편에선 ‘디자인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디자인의 가격을 낮추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좋은 디자인은 소수가 독점하는 상황에서 디자인의 대중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장기적으로 농민과 디자이너, 제작회사 모두가 상생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어요.” 문의 02-6052-9825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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