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무모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과일 중 가장 많이 재배되고 소비량도 많은 사과도 겨우, 그것도 정부 주도하에 지난해 처음으로 10kg 포장 경매가 정착됐으니 정부도 아닌 경매사와 민간 법인에 의해 시도된 3~5kg 소포장 배 경매를 그렇게 볼 수도 있을 일이다. 더욱이 배는 과일 중에서도 유독 커 소포장으로 하기 까다로운 품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돌려보면 우리 배 시장은 달라져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배 하나를 먹기도 부담스러워하는 1~2인 가구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배 재배 면적이 감소함에도 소비력이 받쳐주지 않아 최근 몇 년간 배 시세는 바닥세를 면치 못했다. 급증하는 수입과일과의 힘겨운 싸움도 벌여야 했고, 명절 대목 소비가 주라서 부정청탁금지법에 직격탄을 맞을 우려도 상존해 있다.

이런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인 중앙청과와 이곳의 배 담당 경매사인 김갑석 부장은 3~5kg 소포장 경매를 도매시장에서 처음으로 시도키로 했다. 이후 나주 산지 관계자들을 찾아 소포장 배의 중요성을 알려, 추석 이후 3~5kg 소포장 배 경매가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일단 한 달여 지난 현 시점에서 볼 때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기존 15kg 경매보다 단가가 높게 나오고 있고, 중도매인과 유통업체의 반응도 호의적인 것이다. 우려했던 포장비용도 오히려 15kg 상자보다 덜 나오고 있다.

또한 당위성도 있다. 유통업체의 바람은 차치하더라도 소포장 경매 시 박스를 개봉하지 않아도 배 품위를 알 수 있어 소위 속박이(눈속임) 등도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자연스레 고품위 배가 출하될 여건도 마련돼 명절 대목 소비를 넘어 일반 소비를 늘리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당위성과 더불어 한 달여의 시행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다고 해도 새로운 시도가 시장에 정착하기 힘든 농산물 시장의 특성상 앞으로 소포장 배 경매에 어떤 어려움이 발생할지 모른다. 또한 이런 난관에 봉착했을 때 소포장 경매를 처음 추진했던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소포장 배 경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할지라도 ‘배 면적이 감소함에도 소비가 줄어 시세까지 바닥세를 형성하고 있는 배 시장’을 현장에서 바라본 자자로서 이런 의미 있는 시도 자체에 박수를 보낸다. 혹여 실패를 할지라도 배 시장의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시도가 계속돼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공적으로 정착 시엔 배 이번 시도를 높게 평가해 타 품목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대로 가만히 있기엔 우리 배, 그리고 과일 산업 정말 위험하다.

김경욱 기자 유통팀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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