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법인들의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정가·수의매매 거래 물량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정가·수의매매 우수 사례를 발굴·전파함으로써 정가·수의매매 이행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정부 정책 추진의 공감대를 확산하자는 취지로 2014년부터 정가·수의매매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올해도 지난 10월 28일 경진대회를 열고 총 4개 법인 및 공판장의 우수 사례를 선정했다. 올해 선정된 4곳의 우수 도매시장법인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전략을 정리했다.


전용 브랜드 개발·포장 개선

▲농협 가락공판장=농협 가락공판장은 2016년 총 실적 대비 정가·수의매매 비율이 22.4%에 달하고 거래실적은 지난해 대비 34.9%가 신장했다. 농협 가락공판장의 정가·수의매매 방식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원물 공급을 통한 방식이다. 이는 유통업체들에 대량의 물량을 공급하는 거래가 늘어나면서 중복되는 포장재 작업을 간소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이를 위해 지역농협, 공판장, 중앙회로 이어지는 계통 조직을 최대한 활용해 원물 공급이 가능한 산지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굴된 산지에는 운송비용을 지원하거나 거래 중도매인에게는 마감 기준을 맞춤형으로 변경해 주는 한편 산지는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을 적용한다. 원물 공급을 통한 정가·수의매매 방식은 거래실적이 늘어나는 이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장외 거래 물량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성과까지 올렸다.

또한 정가·수의매매 전용 브랜드 개발도 주목할 부분이다. 농협 가락공판장은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 개발을 위해 포장재 비용에서부터 홍보 및 판촉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기존 10kg에 유통되는 단감을 2kg 소포장으로 전환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포장의 차별화도 시도했다. 농협 가락공판장의 정가·수의매매 전용 브랜드는 현재 단감 품목이지만, 내년에는 포도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양재민 농협 가락공판장 과장은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해 지역산지, 중도매인 및 소비처 대상으로 홍보를 실시해 정가·수의매매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고기 잡는 법 전수’ 초점

▲서울청과=서울청과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잡는 법을 전수해 정가·수의매매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서울청과는 정가·수의매매 전담팀인 마케팅팀이 새로운 거래 모델과 신규 품목을 발굴하고 경매사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8월까지 거래물량 4만1144톤에 819억3000만원으로 총 거래 대비 정가·수의매매 비율은 물량 대비 16.7%, 금액 대비 17%다.

서울청과는 블루베리 산지 거점화를 통한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및 시장 안정화가 정가·수의매매 우수 사례 가운데 대표적이다. 산지를 거점화하면서 공동선별을 통한 표준화, 규격화된 상품 생산이 가능해 져 산지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동시에 공동선별을 통한 개별 장비 구매비용 절감과 물류회사와 연계한 운송비용 절감을 실현했다. 그 결과 대형 유통업체의 국산 블루베리 판매기간을 연장하는 동시에 수입 블루베리의 판매계획을 축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신품종 사과 썸머킹을 정가·수의매매 품목으로 지정해 신품종의 안정적인 시장 진입이 가능토록 했다.

이처럼 서울청과의 물고기 잡는 법 전수는 정가·수의매매용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과 동시에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상품의 생산 기반을 함께 지원하고 교육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심석보 서울청과 마케팅팀 대리는 “농가 개개인 모두가 정가·수의매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며 “정가·수의매매를 하는 농가가 많아지고 품목이 다양해지는 것이야 말로 정가·수의매매 활성화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사 1명, 1곳 산지 취급

▲대전중앙청과=대전중앙청과는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한 111운동을 펼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11운동은 한 명의 경매사가 산지 한 곳의 한 품목을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멘토링 경매사 운영, 산지 지원 강화, 품목별 전문 거래장소 확대 및 전자거래 시도를 통해 111운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대전중앙청과의 전체 거래물량 대비 정가·수의매매 비율은 단연 눈에 띈다. 2011년 9.5%에 불과했지만 2014년 22.7%를 비롯해 올해는 무려 32%까지 예상하고 있다.

대전중앙청과의 정가·수의매매 우수 사례 가운데 주목을 받는 것은 매매참가인을 영입하는 것은 물론 전자거래로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86톤에 불과했던 딸기 정가·수의매매 거래량이 올해는 124톤까지 늘어났다. 또한 국내 최대의 딸기 공선 조직과 정가·수의매매 MOU를 체결해 11월부터 전자거래 시범사업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전중앙청과 중도매인과 거래하는 식자재 업체와 제휴를 맺어 대전중앙청과의 로고를 사용하도록 해 식자재 업체가 이를 활용하는 동시에 중도매인은 정가·수의매매로 농산물을 납품하는 것도 좋은 예다. 그 결과 배, 사과 품목의 정가·수의매매 거래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40%, 95%가 증가했다.

이광진 대전중앙청과 부장은 “우수 브랜드 농산물의 정가·수의매매 거래는 물론 전자거래 확대로 물류의 효율화를 높일 계획이다”며 “이와 함께 모바일을 이용한 정가·수의매매 방식도 개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분야별 모델 개발·공감 확산

▲안동농협공판장=안동농협공판장은 국내 최대의 사과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사과 거래물량만 4만4513톤에 달한다. 그럼에도 안동농협공판장이 정가·수의매매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도매시장의 공간과 시설 한계를 극복하고 시장개방에 따른 수입과일의 증가로 국내산 사과 가격의 하락을 막기 위한 돌파구를 찾아보기 위해서다.

안동농협공판장의 정가·수의매매 전략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농가와 농협, 공판장과 중도매인 간의 역할 분담에 의한 산지형 정가·수의매매와 농협공판장과 소비지 공판장 연계의 소비지 연계형 정가·수의매매, 마지막으로 수출농가와 연계한 수출형 정가·수의매매로 나뉜다.

이처럼 분야별로 정가·수의매매 모델을 개발하고 도매시장 종사자들의 정가·수의매매 이해와 공감이 확산되면서 물량과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2014년 정가·수의매매 물량은 1207톤, 금액은 10억86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물량 1만2000톤, 금액 2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공판장 전용 사과 브랜드를 개발하는가 하면 출하농가에게는 정가·수의거래 장려금도 지원하는 등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황찬영 안농농협공판장장은 “도매시장과 농업인이 함께 하는 정가·수의매매를 구축하는 동시에 수출시장 개척과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데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