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농촌마을 경로당에 가면 할머니들의 숫자가 할아버지 보다 훨씬 많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더 길기 때문이기도 하다. 집밖을 나와도 식사나 음식을 나누는 것은 여전히 할머니들의 몫이다. 가사노동은 집에서나 마을에서나 여전히 여자들의 몫이 된다. 심지어 어떤 마을은 싱크대나 냉장고 등 살림살이가 아예 할머니 방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마을회관을 지을 때 이런 공동시설은 공동 공간에 설치해야 한다. 그래야 가사노동이 마을에서도 연장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60,70대가 더 나이든 노인 케어

그런데 요즘 마을경로당은 특히 쓸쓸하다. 우울함이 감돈다. 추위가 시작되면 환절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환절기에 노인들은 아픈 사람도 많고 갑자기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마을회관에 누가 안보이면 겁이 덜컥 나는 것이 노인들이다. 해가 갈수록 한명 한명 병원으로, 요양원으로 치매로 마을회관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늘어가고 을씨년스런 빈집이 증가한다. 간간히 노인돌봄으로 요청한 보호사들이 마을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은 남아있는 노인들에게 심리적인 상처가 되고 있다. 대대손손 살아온 마을을 떠나는 것은 이들에게는 죽음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들은 결코 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요즘 농촌마을에 찾아가는 문화서비스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의 여성문화소모임이 활동 중인 곳들이 있다. 이분들의 나이는 대부분 50대 후반 60대 초반이다. 농사도 열심히 짓고 시간을 내어 마을경로당 등에 난타나 댄스 등의 프로그램을 가르친다. 프로그램이 계속되는 동안 마을 어르신들의 표정이 달라진다고 한다. 처음엔 우울하고 신경질적이고 아픔만 호소하던 노인들. 경로당에서 화투치면서 놀거리, 놀 방법을 몰라 갈등하던 노인들이 점점 표정이 온화해지고 말투도 달라진다고 한다. 또한 건강리더들은 쌀값폭락에 잠이 안 올 정도로 고통스럽다가도 어르신들에게 난타나 댄스 등을 가르쳐주고 그분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에서 마을 사람을 돌보는 것은 돌봄대상자도 돌봄서비스 제공자도 만족도가 높기 마련이다.

난타·댄스·요가 등 만족도 높아

농촌마을에 젊은이들이 없다. 홀로 남겨진 어른들은 요양보험을 통해서 멀리서 요양보호사들이 마을을 찾아와 돌봄을 행한다. 노인보호서비스 업체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보호대상자를 확보하려고 경쟁이다. 혼자 있는 시간, 돌봄이 필요할 때 그나마 이들의 존재는 노인들에게 금쪽같은 존재이다. 왜냐하면 마을을 떠나지 않고 돌봄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어촌 노인 요양시설은 면단위를 벗어나면 안 된다. 노인시설이 규모가 클 필요도 없다. 소규모 홈케어 방식의 동네돌봄형 시설이 필요하다. 또한 마을단위로 노-노 케어 시스템의 확보가 중요하다. 나이를 먹어서 농사일에만 전념하기엔 힘에 겨운 시골 노인들이 건강리더 교육이나 노인케어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서 간단한 수료증을 갖게 하고 그들 스스로가 마을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을 돌보는 시스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방문서비스보다는 마을공동체 내에서 노-노케어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돌봄의 질은 물론이요, 일자리도 발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겨울 마을 노인당에 가면 자발적 노-노 케어 시스템을 흔히 볼 수 있다. 보건소나 주민센터를 통해서 레크레이션, 건강리더 과정을 수료하신 60·70대 어르신들이 더 나이드신 노인들에게 요가와 춤을 가르치는 모습은 어쩌면 사랑이고 공동체의 마지막 예술이다.

노-노 케어 시스템은 상호복지를 강화시켜준다. 복지서비스를 받는 사람도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도 모두 사회적 시각에서는 복지대상자이다. 그러나 그들은 상호 마을주민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서로를 돌봐온 관계이다. 찾아오는 서비스 관리자 보다는 몇 배 더 서로를 살뜰하게 살필 수 있다. 찾아가는 문화서비스, 건강방문서비스 등 다양한 돌봄사업을 마을공동체 내에서 가능하도록 면단위, 마을단위 노-노 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증가하는 복지비용 절감과 계절마다 한 두명씩 마을을 떠나는 농촌마을의 우울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마을공동체 이웃끼리 돌보도록

내가 나를 돌보면서 이웃을 돌볼 수 있는 노-노 케어 시스템. 농촌마을에서 시범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쌀값을 생각하면 죽을 맛이지만 마을 할머니들을 상대로 난타를 가르치면 동네 어른들이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는 문화로 마을돌봄을 하는 65세이신 마을아주머니가 생각난다. 지금 농촌마을은 단순 프로그램이 아닌 그런 분들을 육성하고 참여시키는 노-노케어, 마을돌봄시스템으로 정착시킬 필요성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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