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한국의 농업은 백색농업이다. 하얀 비닐 하우스는 우리나라 어느 들녘에서든 펼쳐 있다. 최근에는 유리온실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백색농업은에너지 농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만큼 농업에너지 소비는 급속히 증가해왔다. 시설채소와 시설화훼는 경영비에서 차지하는 농업에너지 비중이 30%가 넘는 품목도 있다. 촉성오이의 경우 3백평기준 경영비 4백26만8천원중농업에너지 비용은 1백31만2천원으로 30.7%나 된다. 장미는 경영비 7백57만4천원중 1백94만8천원으로 25.7%이다. 경영비중 농업에너지비용은 시설고추가 25.6%, 촉성토마토 24.6%, 거베라 23.0%, 카네이션 20.2%, 안개초15.3%, 시설호박 11.5%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정책가들은 농업에너지를 ‘ 주어진 외부조건’으로만 간주, 정책대상에서 제외해왔다. 백색농업을 가능케 한 농업에너지 문제에는 너무 둔감했던 것이다.그러나 이제 고유가시대에서 더 이상 농업에너지는 외부조건일 수 없다.‘소비억제’를 위한 유가인상은 오히려 ‘농업 생산’에 치명타를 가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미 작년에 이어 계속된 유가상승으로 농업인들은 이제 휴페업을 해야 하는 처지에까지 달했다. 유가는 올랐지만 생산된 농산물의 판매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휴폐업을 하는 것 말고 별 도리가 없다. 상황이이렇게 급박하게 변한 이상 이제 농업정책가들은 농업에너지를 농기계와 비료 농약 이상의 중요한 내부 생산비항목으로 보아야 한다. 에너지 생산비와유통단계별 유통비용, 가격과 수요공급, 시장과 제도의 개선방안을 철처히분석하여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농업에너지 문제에 정통한 농업전문가 한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또한 우리는 보다 못한 한 정유회사가 농업용경유를 특별할인판매한 것에대해 타 정유회사 주유소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로 신고하여 조사가 진행중인 것을 뒤늦게 알고서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 한 정유회사의농업용경유 특별할인판매는 농업인의 어려움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 분명하다. 신한국당과 정부가 나서서 이 일을 치하하고 모든 정유회사들에게 동참을 촉구했고 다른 정유회사들도 뒤이어 동참한 것은 알려진사실이다. 물론 뒤이어 동참한 회사들은 원하지 않은 할인판매였다는 것을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타회사주유소에서 이 할인판매가 ‘정유회사의주유소에 대한 우월적지위를 이용한 재판매가격 강요’라 주장하면서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했다니 우리는 아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불공정거래의 혐의가 있다고 판정되면 앞으로 농업용경유 할인판매는 계속될 수 없는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성명서를 통해 반농민적 행위라고 규탄한 것과 뜻을 같이 한다. 마침 농협중앙회도 한농연과 같은 입장에서 관계정유회사에 제소취하를 요구했다고 하니 앞으로 그 결과를 주시할 것이다.우리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농민단체는 농민을 위한 거래교섭력을 발휘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설에는 농협주유소들이 정유회사의 시설지원을 받아서 운영되고 있는 상태라서 설사 반농민적 정유회사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마저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고자 한다. 농민을 위한 거래교섭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농협은 ‘시설지원’ 같은 것은 마땅히 거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우리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농업에너지란 과제를 놓고 서로의지혜를 돕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부내에 민관 합동의농업에너지 대책위원회라도 두어 안정된 농업에너지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발행일 : 97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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