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8일 오전 가락시장에서 배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이 개봉을 안 해도 배 형태가 보이는 5kg, 오른쪽이 윗부분까지 막혀 있는 15kg 배 상자다.

10월 28일 오전 8시 30분 가락시장 중앙청과 과일 경매장, 배 담당 경매사의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과 동시에 모든 매매참가인들의 시선이 5kg 포장 배에 쏠렸다. 3~5kg 소포장 경매를 주도한 김갑석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경매 직후 “배 경매 시 3~5kg 소포장 경매를 먼저 진행한다. 배 판로가 확대되려면 소포장 경매가 정착돼야 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존 15kg 상자보다
박스비용 덜 나가고
비닐 덮어 상태 확인 용이
1~2인가구 증가 대응
고급화로 소비 확대 기대


1~2인 가구 증가에 발맞춰 배 소비 확대를 위한 3~5kg 소포장 경매가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소포장 경매가 정착될 시 배 판로 확대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유통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배 경매는 15kg 경매가 주를 이뤘다. 설이나 추석 대목의 7.5kg 경매를 제하면 거의 모든 경매가 15kg으로 이뤄졌다. 15kg 경매는 빠른 수집, 분산 등에서 장점이 있지만 애로점도 많았다. 특히 소형가구 증가 속에 유통업체들은 경매한 물량을 다시금 재포장해야 해 추가적인 유통 비용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재포장 과정에서 신선도 유지 등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상존했고, 갈수록 줄어드는 배 소비에 대한 돌파구도 필요했다.

이에 김갑석 부장은 국내 최대 배 산지인 나주에 내려가 산지 관계자들과 3~5kg 배 소포장 경매를 합의하고 추석 이후부터 3~5kg 소포장 경매를 15kg 경매와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

배 소포장 경매를 시행한지 한 달여 지난 10월말 현재 긍정적인 효과가 다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단가가 높게 나오고 있다. 김갑석 부장은 “최근 15kg 배 한 상자에 평균 도매가격이 1만5000~2만원 나온다면 3kg은 4500~5000원, 5kg은 8000원 정도의 가격대가 형성된다”며 “단가 면에서도 3~5kg 경매가 더 높게 지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소포장 선별에서 주요 장애로 지적되는 박스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또 15kg 포장은 모든 면이 막혀 있어서 박스를 열어봐야만 배 상태를 볼 수 있지만 3~5kg 포장은 윗면이 비닐로 덮여있어 언제든 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김갑석 부장은 “15kg 한 상자 박스 비용이 보통 2700원 들어간다. 3kg과 5kg은 한 상자에 각각 700원 정도 들어가 5kg 포장은 오히려 15kg 보다 박스 비용이 덜 나간다. 3kg도 15kg과의 단가 차이를 고려하면 박스 비용은 충분히 충당하고도 남는다”고 설명했다.

소비지 시장으로의 배 분산을 책임지고 있는 중도매인도 3~5kg 소포장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과일 중도매인인 김범영 원흥유통 대표는 “15kg 배 한 상자를 사는 소비자는 이제 거의 없다. 이에 중소형 마트들도 소포장을 원하고 이번에 처음으로 소포장 배를 보내니 반응도 좋았다”며 “소포장과 고급화가 결합하면 배 소비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김갑석 부장은 “이제 박스 제작 업체에게도 소포장 배 경매를 보여주고 소포장 배 활성화에 발맞춰 포장 박스 제작에도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할 계획”이라며 “3~5kg 경매가 도매시장에 정착되면 침체되고 있는 배 산업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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