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통이사

지난 2014년 11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통이사로 취임한 필자는 농업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과 식견을 활용해 aT에 활력을 더하고 혁신적인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포부로 유통개선업무를 전반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농산물의 안정적 유통관리라는 어렵고 중요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것은 비축 농산물의 화재보험 관리업무를 크게 개선한 일이다. 

외부 민간창고 체계적 관리

aT는 기존에 정부비축농산물을 위탁 보관하는 개별 민간창고별로 보관농산물 화재보험을 각각 설정하고 있었는데 올해 9월말 이를 한 개의 재산종합보험으로 전환하는 공개입찰을 추진해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보험료는 연간 약 14억원(전년 대비 약 84%)이나 절감됐고 보험 보장범위 또한 지진피해까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확대된 셈이다.

필자는 취임 직후부터 현장의 직원들과 소통하고 전국 aT 사업장을 순시하며 업무자료를 살펴보던 중 비축농산물 보험이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깨달았다. 일반적으로 창고 건물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창고 내부에 보관된 물품까지 보험업체가 보상해야 한다. 또한 1차 농산물 보관은 품질유지를 위한 관리가 까다롭고 그만큼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이 다양하므로 이 두 조건이 합쳐진 농산물 보관창고의 경우 보험계약이 쉽지 않다. 그나마 aT가 자체 보유한 비축기지는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진다는 점을 보험업계로부터 인정받아 보험계약이 다소 유리한 편이었다. 실제로 aT가 자체 보유한 전국 비축기지는 일반 화재보험보다 보장범위가 넓은 한 개의 재산종합보험으로 통합계약 돼 보험료도 저렴하고 일반화재보험 보상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지진피해까지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외부 민간창고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aT는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 대행으로 주요 농산물을 비축했다가 적절한 시기에 방출한다. 최근에는 국내산 콩, 고추 등 수매 급증으로 보관물량이 24만6000톤에 이르러 aT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비축기지 수용한계를 초과했다. 이 때문에 전체 물량 중 약 40%를 엄격한 심사로 선발한 외부 민간창고에 위탁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외부 민간창고는 농산물이라는 점, 민간업체의 운영, 보관창고라는 보험업계가 기피하는 세 가지 조건이 결합된 셈이어서 사고발생 위험수준이 aT 자체 보유 비축기지에 비해 높다고 간주돼 왔다. 따라서 외부 민간창고는 각 민간창고별로 개별적 농산물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이는 자체 비축기지 보험보다 보험료율이 훨씬 높았고 보장범위도 제한된 수준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aT가 위탁보관계약을 체결한 외부 민간창고까지도 각 지역본부별 담당자를 지정해 정기적인 출장점검 등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보험계약조건을 현행보다 유리하게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생각을 aT 서울경기지역본부 직원들과 공유했고, 직원들은 곧 보험업계를 상대로 적극적인 설명에 나섰다. 그 결과 수도권 지역 대형 민간창고에 보관된 비축 농산물의 화재보험료를 눈에 띄게 감소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통합계약이 아닌 개별계약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에 곧바로 민간창고에 보관하던 정부 비축농산물 개별보험의 전체 통합계약이라는 목표를 각 부서 직원들과 공유하고 보험업계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aT의 고도화된 관리 시스템을 적극 강조했다. 초반에는 보험업계가 지방 민간창고를 저평가하면서 보험 통합입찰 예정가격이 기존 보험료 총액을 상회해 책정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또한 수도권 민간창고만을 통합하자는 차선책이 나오기도 했다. 그 상황에서 aT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책은 민간창고 위험평가와 관련된 상세정보를 보험업계에 제공하고 aT의 철저한 관리감독체계를 지속적으로 설명해 보험업계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길 뿐이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해 하반기에 이르러 보험업계도 민간창고 위탁보관 정부 비축농산물 전체 통합보험 입찰에 희망적인 예정가격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aT는 공개입찰을 추진해 올해 9월 민간창고에 위탁 보관한 정부 비축농산물 개별보험 전체를 단일보험으로 통합해 보험료를 전년 대비 연간 약 14억원(전년 대비 약 84%) 절감한 것은 물론 일반 화재보험보다도 보장범위가 넓은 재산종합보험으로 계약할 수 있었다.

보험료 전년비 14억원 절감

돌이켜보면, 유통이사로서 필자의 역할은 외부 출신 인사의 시각으로 aT가 가진 잠재력을 일깨우고 aT가 가진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값진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aT 직원들의 공유된 생각과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해 줬기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aT는 이번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 농식품 유통구조에서 조직의 의욕과 성실성, 도전정신의 결합으로 더욱 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을 강조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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