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운송차량을 통한 가축질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축장 출입 차량의 세척 및 소독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올바른 세척·소독 절차가 담긴 매뉴얼 제작·보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세척·소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당장 실현가능한 방법과 보다 구체적인 요령을 담은 두 가지 형식으로 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세척·소독교육 전무…운전석·하부 거의 방치 '위험'
도축장 시설 개선 필요…실현 가능한 것부터 추진을  


‘2014~2015년 구제역 역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에 발생된 전체 185건의 구제역 가운데 78.9%인 146건이 차량을 통해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한한돈협회가 도축장 방역개선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박선일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와 함께 국내 주요 도축장 10여개소를 방문해 가축운송차량 세척 및 소독시스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축장 출입차량의 세척이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입차량의 외관 위주로만 세차가 이뤄지고 있었으며 이마저도 세척이 제대로 된 경우가 드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차량 운전석과 하부는 거의 세척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조사에 참여했던 박선일 교수의 설명이다.

이 뿐만 아니라 차량 소독 시에도 소독액 분사 타이밍이 제대로 맞지 않아 차량이 통과된 이후에 분사되거나 분사량이 많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척과 마찬가지로 차량 하부는 소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선일 교수는 “도축장 출입차량의 세척 및 소독이 미흡한 상황인데도 올바른 세척·소독 방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 곳이 한 곳도 없었다”며 “또한 다수의 도축장이 도축장 입구와 출구의 동선이 서로 겹쳐 세척을 깨끗이 했더라도 다시 오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해 구제역 상황에서는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한돈협회는 국내 상황에 맞는 올바른 가축운송차량 세척절차 마련 및 보급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선진국 사례조사 등을 통해 국내 가축운송차량 세척·소독 매뉴얼 제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한돈협회는 최근 ‘2016년 제2차 방역대책위원회’를 개최했으며,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전문가들도 세척 및 소독 매뉴얼 제작에 공감을 표시하고 시급한 추진을 주문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세척 및 소독을 하기에는 도축장들의 대대적인 시설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도축장 출구 및 입구 동선 분리 △운전석·차량하부 세척 강화 △충분한 세척 및 소독이 이뤄진 후 차량이 통과되도록 하는 차단막 설치 등 현 수준에서 이행 가능한 것과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을 구분해 각각의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실효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진갑 한돈협회 방역대책위원장(부회장)은 “도축장, 생산자뿐만 아니라 사료·분뇨 차량까지 축산업 연관 산업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가축질병 청정화 기반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한돈협회는 가축운송차량 세척 및 소독 매뉴얼 제작을 위해 방역대책위원회를 포함,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