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유통시설 46%가 적자…운영 내실화 시급

▲ 이번 20대 첫 국정감사에선 수입 농산물 급증 등 여러 농산물 유통 현안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를 끝으로 20대 첫 국감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인사 문제로 인한 여당 의원 불참으로 시작된 이번 국감은 결국 여야 간 정쟁으로 농업 현안, 그중에서도 농산물 유통 분야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입 과일 문제,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화훼산업 위기감, 줄어드는 국산 농산물 소비 등 농업계의 주요 이슈이자 현안이 ‘생산부터 식탁까지’ 농산물 유통 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에 이번 국감에서 미풍에 그친 농산물 유통 분야 이슈를 다시금 조명했다.

농식품부 지원 로컬푸드 매장 34곳 중 14곳 적자
매장 확대만 주력, 사업성·실적 분석은 미흡 지적 

수출 농식품 63%가 외국산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
농가 수익과 무관…신선농산물 수출 확대 급선무


▲늘어나는 수입 과일과 열대과일 재배=농산물 생산 및 유통 관련 분야의 중심이었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선 현재 과일산업의 주요 화두인 수입 과일과 국내 열대과일 재배 확대 부분이 거론됐다. 황주홍 국민의당(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국내 과일 생산량은 연간 260만톤 정도로 수입 과실류가 연간 100만톤 이상 수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먹는 과실류 3개 가운데 한 개는 수입인 셈”이라며 “수입 과실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 과일을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 등 국산 과실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수입 과일 문제의 한 대응책으로 황 의원은 맞불작전, 즉 열대과일 재배도 들었다. 그는 “한반도에 열대과일이 빠르게 익어간다”며 “열대과일 등에 대한 수요가 많고 온난화에 따라 열대과일 및 채소류 재배가 점진적으로 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농업인의 소득창출을 위해서라도 재배기술 등을 널리 보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지 유통 분야 이슈는=산지 유통 시설에 대한 개선도 요구됐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 의원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산지 유통 시설 손익현황자료에 따르면 농협이 운영하는 산지 유통 시설의 46%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시설에 대한 지원 부족으로 적자시설이 양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위 의원은 “정부는 산지 유통 시설의 양적 확대 보다는 기존 시설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주요 유통구조 개선대책인 로컬푸드에 대한 개선방안 필요성도 제기됐다. 안상수 새누리당(인천 중구·동구, 강화·옹진) 의원은 “농식품부가 설치 지원한 로컬푸드 직매장 34개소에 대한 운영 상황을 조사한 결과 14개소가 적자를 보이고 있다. 적자 매장이 많은 것은 매장 선정과정에서 매장 확대에만 주력하고 사업성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설치 후에도 실적 분석이 미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로컬푸드 사업초기인 만큼 전반적인 운영 상태를 전수조사해서 적자를 보는 매장에 대한 경영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정상적인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산 농산물 소비 확대해야=국산 농산물 소비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제안들도 나왔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을) 의원은 “외국산 원료 범벅인 가공식품 수출이 전체 농식품 수출액 중 63.3%를 차지하는 등 실질적인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가공식품에 대한 국산 원재료 사용 비중 확대와 신선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인화 국민의당(전남 광양·곡성·구례) 의원은 “농식품으로 분류되는 라면에 국내산 농수산물의 비중은 고작 2.8%에 불과하다. 면은 100% 수입하고, 대파와 양파, 당근, 마늘 수프도 수입한다”며 “스프만이라도 국내산 농산물을 써 달라”고 라면업체에 부탁했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경기 안산상록을) 의원은 ‘대형마트 영업시간이 농업부문 및 농산물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란 국정감사 정책 자료집을 통해 의무휴업일 등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한 농산물 소비 감소에 따른 대책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는 골목상권 보호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연간 2900억원에 달하는 농축산물 매출액 감소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농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소비자 홍보 및 판촉활동의 정부 지원 강화’, ‘골목상권 이용 소비자들의 농산물 소비 유도 강화 정책’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국 공영 도매시장과 군납, 급식, 가공업체 등 다양한 출하처를 확보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으로 위축된 화훼산업 살려라=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엔 분홍빛의 국화 화분 두 개가 놓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화훼 농가의 어려움을 함께 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겠다는 의미였다.

이를 반영하듯 정무위 국감장에선 화훼 공공 수매 등 김영란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산업에 대한 대응방안이 집중 제기됐다. 17일 정무위 국감에서 심상정 정의당(경기 고양갑) 의원은 “정부의 큰 정책 전환을 통해 당장 김영란법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분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지금 화훼 농가들은 밭을 다 갈아엎게 생겼다. 정부가 나서서 공공 수매 등 대책을 내놔 특정분야 분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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