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지난 7월 2일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10개 협동조합중앙(연합)회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협동조합협의회’를 창설했다. 이는 농·수·축·임협중앙회, 인삼협동조합중앙회,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 등 생산자협동조합, 신협중앙회, 새마을금고연합회 등 신용관련 협동조합, 그리고 소비자생활협동조합중앙회 및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협동조합을 모두 망라한 조직이다. ‘한국협동조합협의회’는 앞으로 협동조합간 상호협력과 제휴, 협동조합간 공통문제의 해결을 위한 활동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또한 이 ‘협의회’가 주관이 되어 7월 5일 개최한제75회 세계협동조합의 기념행사에서 우리사회의 계층·지역·산업간의 불균형 해소와 환경보전 및 인간성 회복을 위해 협동조합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짐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였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참으로 반갑고 다행스러운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민간차원의 자발적 운동으로 협동조합을 조직하기보다는 정부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하향적으로 조직된 협동조합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다보니 협동조합적 이념과 정신의 토양이 척박하고 협동조합간 협동의 풍토가 정착되지 않은 현실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협동조합을 사적 기업부문과공적 기업부문에 대비되는 하나의 부문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정부정책을 대행하는 기관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연유로 인하여 국민들도 개별협동조합의 명칭과 기능은 인지하고 있어도 일반협동조합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앞으로 무역자유화와 규제완화의 물결 속에서 협동조합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호에 기대하기보다는 협동조합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는 전략의 구사가 절실히 요청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결성된 한국협동조합협의회는 협동조합간 협동의 출발을알리는 청신호가 될 것이며, 이를 계기로 협동조합의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협의회의 출범이 지닌 또하나의 의미는 10개 협동조합에 가입된 1천4백만 조합원간의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인 교류의 틀이 마련된 점이다. 농·수·축·임협 등의 생산자와 도시의 신협과 새마을금고, 그리고 생협의 소비자가 상호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우리주변에서 출발만 그럴듯해보이고 사실상 개점휴업인 조직이 적지 않음에 비추어볼 때 한국협동조합협의회가 그러한 염려에서 벗어나기를바라는 마음에서 몇가지 당부하고자 한다.첫째, 14만여만명에 달하는 협동조합직원들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분명히인식하고 자신의 직장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일반주식회사와는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협동조합교육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일반 국민 특히 젊은 세대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협동조합이 우리사회를 맑고 밝게하는 유용한 조직이라는 것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셋째, 협의회는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득세하는 ‘경쟁을 통한 효율’만이아니라‘협동을 통한 효율’이 지닌 장점에 대한 논리를 개발하고 자치시대에 알맞게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방식을 공동으로 요구하는지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원화되어가는 우리사회의 흐름에 비추어보나, 기존협동조합의 관료적 경향의 치유라는 관점에서 볼 때 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노동자생산협동조합 등 다양한 협동조합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그리하여 내년도 세계협동조합의 날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협동조합의 정신을 기리고 자축하는 축제의 한마당이 열리길 기대한다.
발행일 : 97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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