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첫 산지쌀값이 지난 5일 기준 전년동기 대비 18%가량 떨어진 20kg 정곡 기준 3만3519원으로 출발한 가운데 기존 추세대로 산지쌀값이 형성될 경우 변동직불금 지급 규모가 세계무역기구가 허용하고 있는 쌀 부문의 허용보조 1조4900억원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농식품부가 지난 6일 밝힌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인상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뚜렷한 상승세 없이
13만원대 초반 형성되면
감축대상보조 총액 넘겨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상향조정은 어려울 듯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일(실제 조사일 17일) 산지쌀값은 20kg 조곡을 기준으로 3만2952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3만9220원보다 16% 가량 떨어진 가운데, 전순 조사치인 3만3519원보다 567원 떨어졌다. 이에 따라 수확기 평균 산지쌀가격은 3만3235원으로 벼 40kg으로 환산할 경우 4만5190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단경기에 이어 수확기 쌀값도 뚜렸한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정부의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규모의 상향조정이 불투명해지고 있고, 감축대상보조(AMS) 한도도 초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산지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목표가격대비 농가쌀값 보장율도 동반하락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우선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의 상향조정이 불투명해 보인다. 농식품부는 지난 6일 김재수 장관의 직접 브리핑을 통해 현장에서 요구되고 있는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에 대해 5일과 15일자 산지쌀값 추이를 봐가면서 재산정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 농식품부가 제시한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기준은 8월 산지평균 쌀값을 조곡 40kg 가격으로 환산한 다음 그중 93%선에서 잠정결정한 것이다. 8월 80kg 기준 산지평균쌀값은 14만1288원. 5일과 15일 조사치 평균 13만2940원은 이보다 5.9% 가량 낮은 가격이다.

이를 기준으로 다시 조곡으로 거래되는 공공비축미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4만5190원선. 현재의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에서 더 올릴 여력이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실제 산지에서 거래되는 신곡 조곡 가격은 지역마다, 그리고 매입방식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고 있지만 40kg 조곡을 기준으로 3만원에서 최대 5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다 현재처럼 산지쌀값이 유지되더라도 변동직불금 규모는 이미 요구된 예산 9777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변동직불금은 80kg 기준 쌀 목표가격인 18만8000원에서 산지쌀값을 밴 다음 보전율인 85%를 곱한 금액에 고정직불금 1만5873원을 빼 산정한다. 계산식은 ‘〔18만8000원-13만2940원)×0.85)-1만5873원’으로 이에 따른 변동직불금은 3만928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당초 농식품부가 9777억원의 변동직불금을 예산에 반영하면서 기준으로 삼은 산지쌀값은 14만3789원. 현재 형성되고 있는 산지쌀값은 이보다 7.5%나 떨어진 것으로 변동직불금 총액도 1조3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수확기 산지 쌀값이 13만원대 초반(20kg 기준 3만2600원가량)에 진입하게 되면 변동직불금 규모가 AMS 기준인 1조4900억원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고정직불금의 지원액이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목표가격대비 떨어진 산지쌀값의 85%를 보전해 주는 것이 변동직불금의 작동원리라는 점에서 산지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목표가격 대비 보전비율도 낮아지게 된다.

농식품부 예상한 대로 수확기 쌀값이 14만3789원일 것을 가정할 경우 보장율이 96.5%이지만, 산지가격이 13만4076원일 때는 17만9875원으로 보장율 95.6%, 13만원일 경우에는 보장가격이 17만9300원으로 보장율은 95.3%로 떨어진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14일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주재로 열린 유관기관 토론회 이후 “올해 예상생산량 대비 초과물량에 대해 이달 하순부터 일부 물량을 우선 매입할 예정이며, 11월 실수확량 발표 이후 최종 격리물량을 확정해 연내에 매입을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지난 18일, 시장격리물량을 25만톤으로 잠정결정하고 이달 말부터 수매에 들어가는 한편, 11월 중순 통계청의 최종 생산량 조사치를 보고 시장격리물량도 확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산지쌀값이 5일과 15일자 모두 오르지 않은 가운데 전라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수발아 문제와 2015년산 구곡의 추가격리 및 등숙기 기상악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 등이 점쳐지면서 향후 산지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수요량을 제외한 전량을 시장에서 격리하더라도 수요량은 여전히 시장에 남게 되고, 또 정부의 재고량도 많다는 점 등에서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모두 나오고 있다.

농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5일 산지쌀가격이 소폭 오른 것은 수확기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북부지역에서부터 시작된 때문”이라면서 “이에 반해 15일자 가격이 떨어진 것은 남쪽으로 수확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형성하는 유통업체의 조사치가 반영된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하향 평준화됐다’는 것.

이 관계자는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인해 연산을 섞어서 판매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2015년산 재고가 문제가 됐던 것”이라면서 “연말까지 판매할 물량을 제외하고 약 3만톤 정도가 문제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지난 12일 1만4000톤 추가격리에 이어 나머지 1만6000톤도 격리하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물량이 격리가 된다면 숨통을 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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