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

가끔 교외 도로를 지나다보면 축분퇴비 악취를 경험할 때가 있다. 얼마 전 모 국회의원이 지역구 퇴비 악취 민원처리 때문에 곤욕을 치른바 있다. 그 과정에서 농업인과 비농업인 간의 입장 차이를 보게 돼 씁쓸했다. 일단 축분퇴비에서 악취가 난다나는 것은 숙성이 덜 됐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땅과 물, 작물에게 고루 나쁜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소비자들에게 농산물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줄 수도 있다. 특히, 비탈진 논밭에서 이런 축분퇴비를 과잉시비하면 비 바람에 흘러내려 결국 하천을 오염시키게 된다. 잘 생각해 보면, 과거 유기농업이 하천 수질오염의 원인이라고 했던 말씀은 그야말로 넌센스다. 

우리는 지금 환경위기를 넘어 신기후체제 하에 살고 있다. 2013년에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관련법이 제정 이후 작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머지않아 농업부문도 이 체제에 참여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단절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해 본다. 농업부문에서도 그렇다. 생산-유통-소비가 경쟁시장을 매개로 분화돼 있다. 가족농들은 고령화되고, 세대가 단절되고, 시장에서는 소외되며, 순환과 협동 시스템은 점점 침체해 가고 있다. 심지어는 ‘순환(循環)’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에서 조차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관행농업처럼 단작화·규모화·시장화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유기채소-양돈 순환농가 좋은예

그렇다면 그 대안은 무엇일까? 바로 순환이다. 순환농업, 순환사회이다.  순환의 궁극적 목적은 공익 실현이다. 농업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환경보전 등 비경제적 가치가 오히려 많고 다양하다. 순환농업의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한 유기농업 농가를 사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해발 800m에 ‘W농장'이 있다. 유기 채소와 유기 양돈을 순환한다. 2012년의 경우, 전국 유기축산 인증 191농가 중 유기경종-유기축산을 결합 생산하고 있는 순환농가는 총 15농가밖에 안됐다. 현재도 비슷하다. 다음 사례는 그 중 한 농가에서의 5년간 실험한 결과이다.

첫째, 경제적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유기농업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추구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적정소득 유지와 농업환경 보전을 추구한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농업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규모 가족농 단위에서는 경축순환농업을 통해 범위의 경제성(economics of scope)을 기대할 수 있다. 즉, 한 생산자가 하나 이상의 생산물을 결합 생산 할 때, 한 생산자가 단일 품목만 생산할 때보다 평균비용이 감소해 오히려 더 이익이 더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복비용 및 불필요한 비용 감축 요인으로는 영농비용 감소, 가족노동의 이용으로 인건비 절감, 고정투입요소의 존재, 생산기술이 서로 비슷해 상호의존성이 크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설비·기계 등의 존재, 영농운영 상의 유리성이 있다. 즉, 유기사료와 유기퇴비를 농장 내에서 조달해 영농비용을 감축시켜 소득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경축순환 농축산물이라는 데서 오는 브랜드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가족농은 영농규모를 적정화해 거래비용을 감축시키고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사례농가는 경축순환 유기농업을 통해 나름대로의 범위의 경제성을 실현하고 있다.

생산비 줄고 환경오염 감소 주목

둘째, 환경적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소규모 축산은 대규모 축산에 비해 축분뇨 등에 의한 환경부하가 작다. 축분뇨가 유기질 퇴비의 재료가 되고, 주변의 다양한 유기자원 활용, 사료 수입 또는 타 지역의 사료 운송비와 사료 마일리지(feeds mileage)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요 유기농자재를 자원순환을 통해 지역 내에서 조달하므로 화학농자재의 사용을 감축시켜 환경오염을 줄이며,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돈분뇨의 악취를 유발하는 분내가스 성분 암모니아 가스, 황화수소 발생량도 순환농업 축사에서 훨씬 적게 측정됐다.

셋째, 축산물의 건강증진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순환 유기축산 돈육은 관행에 비해 필수지방산이 2배 이상 많다. 오메가 3(omega-3 fatty acid)인 Linolenic acid (C18:3n3) 함량은 순환 유기축산 돈육이 평균 1.46으로 일반 평균 0.52에 비해 약 2.8배 많이 함유돼 있다. 총포화지방산(SFA, S) 함량에 대한 총불포화지방산(UFA, U) 함량의 비율인 U/S 비율 값은 순환 유기축산 돈육이 2.93, 일반 돈육이 1.53으로 나타났다. 콜레스테롤 걱정을 덜 수 있는 것이다.

경축순환농업인증제 등 검토를

넷째, 순환의 농업은 순환사회와 연동해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대안이 된다. 지역 내 가족농들이 ‘특화된 작목과 아이템’을 정해 가족농간의 생태적 순환, 협동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농장주변 또는 가까운 지역 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재료의 물색이 필요하고, 조달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소비자들과도 직접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이제 관행농업이든 친환경농업이든 순환농업을 확대해야 할 때다. 기후변화에도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농업기반을 유지하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순환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경축순환농업인증제, 경축순환농업 직접지불제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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