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을 때 재료를 잘 못 쓰면 비가 새고 태풍에 무너진다. 자동차를 만들 때도 부품이 좋아야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 세계 스마트폰의 선두주자였던 삼성도 배터리 하나 때문에 갤럭시노트7을 출시하자마자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모든 좋은 제품은 재료가 좋아야 한다. 농사도 마찬가지이다.

농사짓는데 중요한 자재는 농약과 비료다. 농약은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등으로 나눈다. 아무리 좋은 살균제도 살충제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제초제를 살충제로 사용하면 농사 망친다. 어떤 농약이든 만병통치는 없고 모든 자재는 제 기능에 따라 과학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정부 정책 따라 비료 쏠림 지원

비료도 저마다의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 무기질비료는 양분공급이라는 고유의 기능이 있다. 유기질비료와 부숙유기질비료(퇴비)도 각자의 장점이 있다. 미생물비료나 광물질비료도 그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의 양면성을 모두 갖고 있다. 

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재료는 무기질비료이다. 토양환경이나 미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유기질비료나 퇴비이다. 간단히 계산해서 21복비 1 포대와 같은 양의 양분을 공급하려면 퇴비는 15 포대 이상은 사용해야 한다. 퇴비에는 부숙과정에서 미생물의 대사산물 등의 장점이 있지만 염분과 염류라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그래서 멋모르고 하우스 농사에 퇴비를 과량을 사용했다가는 염류피해 때문에 평생 고생한다. 퇴비로 무기질비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살균제와 살충제를 혼동하여 사용하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다. 

저마다의 기능·역할 다른 비료

유기질비료도 장점만 있는 줄 알지만 단점도 많다. 원료로 사용하는 대두박, 채종유박, 아주까리유박, 면실박 등은 유전자 변형시킨 것이 많다. 기름도 헥산(hexane)으로 추출한다. 세계 유기농 시장에서 한국이 유전자 변형시킨 유기질비료 원료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나라 비료지원 정책은 너무 편향되게 시행해 왔다. “잘 살아보세”를 외칠 때는 생산량이 최대의 목표였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분공급이 우선이기 때문에 무기질비료 지원정책에 올인했다. 그래서 지난 40여 년 간 2조 5천 억 원이라는 돈을 쏟아 부어 지원했다. 유기질비료나 퇴비 지원에는 안중에도 없었다.

어떤 약이든 만병통치는 없어

친환경농업을 추진하면서 비료지원 정책이 180도 바뀌었다. 그동안 지원했던 무기질비료는 토양을 악화시킨 범인으로 지목하고 유기질비료와 퇴비만 있으면 농사가 다 되는 것처럼 정책을 바꾸었다. 지난 10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정부가 지원한 금액만 1조 5천 억 원이 된다.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금액까지 포함하면 이미 무기질비료에 지원했던 금액을 초과했을 것이다. 조금 지나면 과다 사용에 의한 폐해를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분뇨액비를 마치 좋은 비료인양 정책적으로 추진한다. 그러나 분뇨액비의 전기전도도가 10~20 dS/m를 넘는 것도 많고 2.0 dS/m 이상에서는 작물에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알고서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농업을 완전히 망치려고 작정한 것이다. 분뇨액비는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는 것이 정답이다.

배가 고픈 사람에게는 밥이나 빵을 줘야 한다. 스타벅스 커피를 줘서는 위장만 탈이 난다. 농업인에 대한 지원정책도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안 된다. 농업인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편향된 비료 지원정책의 폐해는 이미 무기질비료에서 과다시비의 문제점을 경험했다. 퇴비에 대한 지원정책도 과다 사용에 의한 염분과 염류에 대한 폐해와 양분불균형에 대한 문제점을 알아야 한다.

한 자재만으로 농사 성공 못해

“모 아니면 도” 방식으로 어느 한 자재만으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리석은 정책이다. 무기질비료, 유기질비료, 퇴비, 미생물비료, 광물질비료를 조화롭게 사용해야 농산물이라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비료지원 정책은 모든 자재를 골고루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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