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산물도매시장은 최소한 이곳을 이용하는 농민들에게 피해를 끼쳐서는안된다. 도매시장이란 농민들이 애써 생산한 농산물을 경매라는 공개경쟁을통해 적절한 가격을 형성, 소매시장에 유통시키는 농산물 유통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9일 개장한 구리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정부의 거래제한지역고시 지연에 따른 중도매인들의 반발과 불법 소매행위로 개장 한달이 지나도록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농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서울 가락동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구리시장은 개장이전부터 가락시장 개장초기의 무질서와 혼란을 겪지 않겠다면서 사전에 충분한 연구와 준비 끝에 개장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구리시장은 당초 도매기능과 소매기능이 혼재하는데 따른 비능률과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소매시장을 따로 만들고 대신 도매시장 내에서의 소매행위를 일절 금하게 하고 있다. 가락시장에서의 도·소매기능 혼재에 따른 파행운영을 사전에 막아보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구리시장 4백40명의 중도매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청량리시장의 도매행위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개장초부터 좌판을 차려놓고 소매행위를 해 왔다. 관리공사는 이에따라 당초의 시장기능 정상화를 위해 지난 12일 소매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한 것이고 이에 반발한 중도매인들은이날 오후 관리공사 사장실로 몰려가 집기를 부숴 5천여만원어치의 재산피해를 냈는가 하면 13일 밤과 14일 새벽 실시된 경매에서 담합입찰을 해 가락시장에서 고추 10kg 5천원짜리를 1천원에 경락받는 등 사실상 종자값에도못미치게농산물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매기능을 마비시켰다. 이에따라이날 고추와 오이 등을 출하한 농민 4백여명은 경매를 포기하고 가락시장에출하시키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특히 담합입찰을 항의하는 농민에게 집단폭행을 가하는 등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이들 중도매인들의 주장은 이렇다. 농림부와서울시가 후적지 시장인 청량리 시장의 거래제한고시 및 품목고시를 하겠다던 당초약속을 지키지 않고 뒤로 미루는 바람에 동북부지역의 농수산물 도매시장 상권이 구리시장 개장이후에도 여전히 청량리시장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점포당 1천만~2천만원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어 이를 만화하려면 소매행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주장코자 하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도매시장에서 농민을 볼모로 한 중도매인들의 집단행동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이다. 중도매인들의 존재이유가 농민들의 출하한 농산물을 경매라는 과정을통해 적정한 가격으로 이를 받아 분산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즉 농민들이농산물을 출하하지 않으면 이들 중도매인들은 존재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농안법 제 37조에는 누구든지 도매시장에서의 정상적인 거래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도매인들의 담합입찰은 경매를 무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므로 의당 법에 의해 조치를 받아야 하는것이다.
이번 구리시장 중도매인들의 담합 입찰사건은 집단행동을 통해 주의·주장을 펴려는 구시대적 악습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것을 분명하게 지적하고자 한다. 관련당국도 농민을 볼모로 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당초 약속한 청량리시장의 도매행위 제한조처를 서둘러시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함은 물론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가려관련자들을 법대로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 도매시장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생산농민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고나아가 전체 국가경제를 주름지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발행일 : 97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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