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닭고기 시장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오르가닉, NON GMO, 무항생제, 저항생제, 항생제 사용 등 크게 5가지 제품으로 구분돼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의 무항생제 닭고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현재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알렌하림은 2011년 하림이 미국의 중견 육계계열업체 알렌 사를 인수해 만든 회사로, 국내 육계계열업체가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한 사례다. 현재 알렌하림은 주간 도계량이나 판매액으로 따졌을 때 미국 내에 존재하는 세계적인 대형 육계계열업체인 타이슨과 필그림스, 퍼듀와 같은 곳보다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무항생제 닭고기 제품 생산 및 판매로 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하림의 무항생제 사육시스템을 육계산업 선진국인 미국에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육계산업 현황과 알렌하림

2011년 하림이 알렌사 인수
2개 공장, 육계계열업체 21위
도계장 1개로 통합 집중 운영


미국 알렌하림은 지난 2011년 국내 육계계열업체인 하림이 미국 육계계열업체인 알렌 사를 인수해 미국 내에 설립한 회사다. 알렌 사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육계계열업체로, 1919년 부화장을 시작으로 사업을 점점 넓혀 왔다. 하지만 2008년부터 불어 닥친 국제 금융 위기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을 펼치다 재정이 악화됐고, 결국 2011년 하림에 인수됐다.

현재 알렌하림 사의 총 직원 수는 1750명이고, 221개의 계약 농장과 19개의 직영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알렌하림 사는 미국 육계 시장 내에서 중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미국 내 세계적인 육계계열업체인 타이슨과 필그림스, 퍼듀 사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산과 판매량 등이 상대적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농무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타이슨 사가 공장 수 32개, 주간 도계마릿수 3341만수로 육계계열업체 중 1위를 차지했고, 필그림스 사가 공장 수 24개, 주간 도계마릿수 2885만수로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알렌하림 사는 공장 수 2개, 주간 도계마릿수 160만수로 34개 육계계열업체 중 21위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알렌하림 사는 향후 회사 내실화와 미국 내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기웅 알렌하림 전무에 따르면 내실화를 위해 올해 들어 2개였던 도계장을 1개로 통합해 집중 운영하고 있고, 미국 내수 시장 점유율 향상을 위해 무항생제 닭고기 제품 생산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당초 알렌하림 설립 당시 국내 육계 산업 종사자들이 우려했던 한국으로의 닭고기 수출 계획과 관련해 알렌하림 측은 미국 내수 시장 점유율 확대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기웅 알렌하림 전문는 “2011년, 하림이 알렌 사를 인수할 때 많은 사람들이 국내로의 닭고기 수출을 걱정했지만, 현재는 회사 내실화와 미국 내 시장 점유율 확대가 우선이기 때문에 한국으로의 닭고기 수출 가능성은 없다”면서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 및 판매를 늘려 미국 육계 시장 점유율을 넓혀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미국 델러웨어주 씨포드 지역에 위치한 알렌하림 사의 사료공장. 사료는 대두박과 옥수수를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고, 기차선로를 공장 내부까지 연결해 저렴한 가격에 수송하고 있다.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판매

‘자연실록’ 사육시스템 도입
무항생제 찾는 소비자 증가세
가격 높아도 수요 꾸준히 늘어


현재 알렌하림 사는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 및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알렌하림 사의 매출액 중 60%를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 및 판매에서 올리고 있는데, 이 같은 이유는 타이슨과 필그림스와 같은 대형 육계계열업체와 비교해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물량보다는 품질로 경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기웅 알렌하림 전무에 따르면 알렌하림이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에 집중하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소비자의 무항생제 닭고기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측하고, 국내 하림에서 생산하는 무항생제 닭고기 ‘자연실록’의 사육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도입했다.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을 도입하고자 했을 때 알렌하림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무항생제 닭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어떠한 항생제도 사용해서는 안 되는데 이로 인해 폐사가 늘어 육성률이 저하되고, 사육 밀도도 기존 일반 사육에 비해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성을 두고 논쟁이 많았다.

이기웅 알렌하림 전무에 따르면 일반사육(3kg 출하 시)의 경우 3.3m2당 40수를 사육하지만, 무항생제 사육 시 36수를 사육해야 하고 사육 원가도 일반 사육보다 8~9센트 가량 더 높다. 또 육성률의 경우 사육 초기에는 88%밖에 되지 않았다.

이기웅 알렌하림 전무는 “현재 알렌하림은 미국수의사협회의 ABF(Antibiotic Free) 규정에 따라 사료에 첨가하는 케미컬 항콕시듐제 이외에 어떠한 항생제도 쓰지 않고 사육하고 있다”면서 “무항생제 사육 초기에는 폐사로 인해 육성률이 88%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95%까지 증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 사육보다 불리한 사육조건에도 불구하고 알렌하림이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 및 판매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 내 무항생제 닭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육계 시장의 경우 오르가닉, NON GMO, 무항생제, 저항생제, 항생제 사용 등 세분화가 이뤄져 있는 게 특징인데, 특히 무항생제 닭고기 판매 비중이 2015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렌하림 측은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 및 판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소비자 지불의사’를 꼽았다. 현재 미국 대형마트에서는 닭고기가 450g당 1달러30센트에 판매되는 반면, 무항생제 닭고기는 2달러, 25% 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무항생제 닭고기 판매량이 점차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지불의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기웅 알렌하림 전무는 “미국은 인구도 많고 시장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 수요가 다양하다”면서 “미국 내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알렌하림이 무항생제 닭고기의 생산과 판매에 집중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 최영일 알렌하림 직영농장 매니저<좌>와 이기웅 알렌하림 전무<우>.

#무항생제 생산은 마케팅 전략 

정부의 법적 규제 아닌
수의사협회 규정 따라 사육
정부는 항생제 성분 검출만


미국 무항생제 닭고기 시장이 국내와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은 정부가 규정을 만들어 법적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닌, 육계계열업체의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계열업체는 무항생제 닭고기를 생산 및 판매하고 싶으면 수의사협회가 정해 놓은 규정에 따라 사육하고, 정부는 생산된 제품에 대한 항생제 성분 검출 검사만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기웅 알렌하림 전무는 “미국 내에서 육계 사육에 있어 항생제 사용 여부는 계열업체들이 소비자 요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항생제 사용 유무는 규정이 아닌 마케팅 요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의 경우 최근 정부가 무항생제 축산물 관련 동물용의약품의 전면 사용금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내놓으며 무항생제 축산물을 생산 및 판매하는 육계계열업체들과 소속 계약농가들이 큰 반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개정안을 살펴보면 기존에는 수의사 처방에 따라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하고 휴약 기간의 2배가 지날 경우 무항생제 축산물로 인정됐지만, 개정안에는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무항생제 축산물로 인정받지 못하게 돼 있다.

국내 육계 산업 종사자들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투자비용과 친환경축산보조금 지급액 중단 등으로 매년 1230억원의 농가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며, 정부에 명칭 변경 혹은 미국처럼 케미컬 항콕시듐제를 사용토록 허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알렌하림 사를 견학한 국내 육계사육농가들은 정부가 미국처럼 항생제 사용을 계열업체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무항생제 닭고기에 대한 항생제 검출 검사만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근 전국육계사육협의회장은 “현재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무항생제 닭고기를 생산하는 계열업체는 물론 소속 사육농가까지 막대한 손해는 물론, 사육 농가의 사육주권도 훼손될 우려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계열업체에 항생제 사용 자율권을 주고, 생산 제품에 대한 항생제 검출 관련 검사만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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