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 남부지역 강타…농산물 피해 눈덩이
수확 앞둔 과수 낙과·비닐하우스 파손피해 속출

▲ 진주시 문산읍 이학구 씨가 제18호 태풍 ‘차바’의 거센 비바람을 맞고 힘없이 떨어진 배를 들고 깊은 한숨을 토하고 있다.

제18호 태풍 ‘차바’가 짧은 시간 강력한 비바람으로 휩쓸고 간 직후인 5일 오후에 찾은 경남 진주시 문산읍 옥산리 이학구 씨의 배 과수원. 거센 비바람에 힘없이 우수수 떨어졌던 배들이 과수원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수확을 코앞에 두고 있던 최상품들이다.

농장주 이 씨도 과수원 바닥에 주저앉아 연신 깊은 한숨을 토했다.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고 시치미를 떼듯 청명한 가을하늘을 내놓았지만, 이 씨의 마음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비켜갈 줄 알았던 태풍이 당초 일기예보와는 달리 부산에 상륙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전날인 4일 인부는 물론, 이웃 지인들까지 총동원해 황급히 수확을 서둘렀지만 역부족이었다. 5일 새벽부터 과수원에 나가 수확에 매달렸지만 비바람이 거세지자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약 2만3100㎡(7000평)의 이 씨의 배 과수원은 추석 전후로 20% 가량 수확하고 80% 정도나 수확할 배가 달려 있었으나, 이번 태풍에 무려 50~60% 가량 낙과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 이 씨는 농작물재해보험을 넣어둬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래도 20%의 낙과피해는 농가가 감수해야 하기에 무조건 손해다. 오랜 영농노하우로 최상품의 배를 많이 달았던 것도 전혀 반영될 수 없다. 태풍 직전 하나의 배라도 더 건지려고 사투를 벌였던 이유다.

이 씨는 “태풍이 지나간 후 날씨가 화창하지만, 보험회사 손해사정인들의 실사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면서 “기온이 여름 못지않게 높은 만큼, 배가 썩어 냄새가 진동하기 전에 하루빨리 보험회사의 실사가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창원=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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