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단 농정대연구 공개 심포지엄

▲ 지역재단은 지난 9월 30일(금) aT센터 4층 창조룸에서 ‘농정대연구 공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9개 주제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 꽤 오래된 화두다.

그동안 농업계의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문해왔다.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경쟁력과 효율 지상주의의 농정 패러다임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때문이다.

경쟁력 지상주의→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극대화로
농업재정 점검통해 직불예산 대폭 확충·가족농 육성을
농가에 환경·생태보전 의무 강화…국민 공감대 얻어야


하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농정은 ‘경쟁력 지상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고부가가치 수출산업화’라는 박근혜 정부의 주요 농정목표가 이를 압축해 보여준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2017년을 앞두고 ‘농정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농업계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역재단이 지난 9월 30일(금) aT센터 4층 창조룸에서 개최한 ‘농정대연구 공개 심포지엄’의 주요 화두도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이날 ‘농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시장개방과 함께 추진된 경쟁력 지상주의 농정은 농업의 구조조정에 일정한 성과를 냈으나 농촌내 심각한 양극화와 빈곤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생산주의 농정에서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극대화로 농정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박 이사장이 주목한 것은 유럽연합(EU)의 ‘다기능 농업’.

‘Agenda 2000’을 통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정책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EU는 2013년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을 추진, 환경 보전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직불제도를 재편했다. 환경기여 조건을 강화한 ‘녹색지불’, 소규모 농가에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소농직불’, 40세 이하 신규청년농에 대한 직불 등이 그것이다. 특히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연방헌법에 명문화한 스위스의 경우 직불금이 농식품 예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박 이사장은 “우리도 농업재정구조를 철저히 점검해 농업의 다원적 기능 향상을 목표로 한 직불 예산을 대폭 확충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환경과 생태보전을 위한 농가의 대응의무를 강화,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특히 “다기능 농업에 가장 적합한 농업경영 형태는 이윤 극대화가 목표인 기업농이 아니라 지역에 뿌리를 둔 가족농”이라며 “가족농이 세대를 이어 지속가능하도록 농지 보전과 경자유전의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업의 미래주체 확보방안=유정규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장은 이어진 발표에서 “다기능 농업을 실천할 미래 농업인력을 어떻게 육성, 확보할 것인가에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농가인구의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는 농업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다. 현재 농업승계인력을 확보한 농가비율은 10%를 밑돌고 있으며 농가인구의 고령화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유 단장은 미래 주체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중소농·귀농인의 조직화 및 법인화 △젊고 역량 있는 귀농귀촌인의 확보 및 지원 △도농연계 코디네이터 양성 △농업·농촌의 다면적 가치 지킴이 육성 △신규취농인을 위한 예비농업인 교육과정 운영 등을 제안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증대를 위한 농촌환경정책=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는 “농업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의 환경자원은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다”며 “농촌지역의 환경자원 보존 여부가 그 지역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와 영국의 농업환경정책을 소개한 그는 “농업활동은 물론 농촌지역 자원 보전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농촌환경정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들의 협력, 김 교수는 “주민들이 지역자원 보존의 가치를 느끼고 협력할 수 있도록 지역 거버넌스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촌지역개발정책의 한계와 새로운 방향=정부의 농산어촌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진단한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은 “주민주도의 상향식 사업추진을 위해 정부가 농촌활성화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농촌현장포럼을 추진 중이지만, 이 역시 사업계획 도출을 위한 형식적 절차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 단장은 “일상적으로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지역내 인적·물적 자원을 발굴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이 절실하다”며 기존 중간지원조직의 재정비와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서 단장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70% 이상을 농어촌공사가 위탁 관리하고 있음에도 농어촌공사의 역할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농어촌공사가 과연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지속가능한 가족농을 위한 가격·소득정책(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도농상생과 지속가능 먹거리 확보를 위한 국가식품계획(허남혁 지역재단 먹거리정책교육센터장) △행복농정의 생산자조직주체, 농협을 농민에게(이호중 지역재단 농협연구교육센터장) △자치와 협치의 농정시스템을 구축하자(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등을 주제로 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박 이사장은 “한국농업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 왜 농업을 지원해야 하는지, 국민은 농업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는지, 보다 근본적 질문이 필요한 때”라며 “2017 대선때까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 연구의 핵심을 명확히 하고 내용을 심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재단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농정대개혁을 위한 핵심정책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전문 연구자 모임을 꾸려 9개 분야별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역재단은 이번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앞으로 권역별 공개 심포지엄을 준비 중이다.

그 첫 번째 행사로 오는 20일(목) 오후 3시부터 충남연구원에서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 모색을 위한 충남도의 제안’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한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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