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정 중앙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이상길, 이하 농기평)의 지원을 받아 ‘할랄(Halal)제품의 돈육·돈지 및 알코올 검출을 위한 진단기법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농식품 중 돼지고기 및 알코올이 포함된 제품을 검출하는 기법은 물론 검사장비가 개발됐으며, 상용화가 되면 할랄시장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할랄식품 수출활성화를 위한 R&D(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할랄관련 R&D의 필요성과 추진상황, 성과 등을 짚었다.
 

▲ 대동고려삼(주)는 무슬림 소비자 맞춤·수출전략형 할랄 홍삼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주목받는 할랄식품 시장
미·중·일 쏠린 수출 다변화 모색
할랄시장 규모 세계 인구 1/3
비 무슬림도 ‘건강식품’ 인식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의 경우 일본, 미국, 중국에 집중돼 있어 해당국의 경제상황이나 환율 등에 따라 상당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 2015년 농림축산식품 수출액 61억730만 달러 중 일본, 미국, 중국으로의 수출이 28억4390만 달러로 절반 가까이 된다. 따라서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해 수출국 다변화 및 안정적 수출수요의 확보가 필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할랄식품시장이다. 무슬림식품시장이 2014년 기준 3조2000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5조2000억 달러로 성장하고, 무슬림인구는 2014년 17억명에서 2020년에는 19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랍어로 할랄이란 ‘허용된 것’이란 뜻인데, 식음료 외에 의약품, 화장품 등 거의 모든 제품에 적용된다. 또 무슬림에게 금지된 것을 하람(Haram)이라 하는데, 이슬람법에 따라 도축되지 않은 육류, 동물의 피, 돼지고기, 알코올 등이 포함된 제품 등이다. 더구나 할랄과 하람에 대한 해석은 이슬람 종파나 국가, 인증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우리 농식품의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국가별, 지역별 시장조사와 함께 각각의 인증기준에 적합한 제품개발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허용된 원료를 사용해 생산 또는 제조됐는지, 도축방법이나 제조공정, 유통방식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사전장벽해소가 필요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기평가원에서도 2015년부터 할랄기준에 부합하는 농산가공품 개발을 비롯해 할랄시장 진출을 위한 R&D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상길 농기평원장은 “할랄시장은 3조2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며, 최근 비 무슬림에게도 건강식품, 자연식품 등으로 인식돼 그 시장이 매우 확대되고 있다”며 “농식품부와 농기평은 우리 농식품의 할랄시장 진출을 위해 2015년부터 발효 중 알코올이 생성되지 않는 장류개발, 할랄식 도축방식 개발 등에 25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상길 원장은 “앞으로 국내 자생식물의 기능성을 살린 알코올 성분 대체물질 개발, 개별제품 공정이 아닌 플랜트(Plant)단위의 할랄인증 공정개발 등 할랄식품 개발을 위해 전략적으로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할랄식품 진단기 상용화 임박
할랄 관련 R&D에 63억 투자
할랄 인증받은 홍삼제품 개발
진단키트·휴대용 검출장비 주목


할랄관련 농림축산식품 R&D는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과 수출전략기술개발사업을 통해 13개 과제에 2015년 25억6000만원이 지원됐고 2017년까지 63억5000만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슬람국가출신 거주민 및 이슬람시장 진입을 위한 장류개발, 할랄식품용 대체소재 개발, 할랄기준에 부합하는 농산가공품 및 향장제품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중 건강식품 전문제조업체인 대동고려삼(주)는 농기평 지원을 받아 ‘무슬림 소비자 맞춤 수출전략형 힐링 홍삼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02년 설립된 대동고려삼(주)(대표 최성근)은 다양한 홍삼제품을 생산하고, 홍콩, 미국, 일본, 베트남 등지에 ‘불로건’이란 자체브랜드로 수출도 하고 있다. 또한 할랄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수출전략형 할랄홍삼제품인 ‘홍삼코코’, ‘홍삼커피믹스’, ‘유탕봉밀삼’ 등을 개발하고 있다.

짧은 연구기간이지만 성과가 두드러진 과제도 있다. 바로 박태정 교수가 주관연구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는 ‘할랄 제품의 돈육/돈지(돼지기름) 및 알코올 검출을 위한 신속진단 기법 개발’이다. 이 연구는 나노기술이 적용된 고감도 바이오센서를 활용해 할랄식품에 금지된 돈육 및 돈지, 알코올을 검출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박태정 교수팀은 임신여부를 손쉽게 진단하는 체외진단키트처럼 신속하게 할랄제품 진위여부를 판별하는 기법과 함께 ‘진단키트’, ‘휴대용 검출장비(리더기)’ 등을 이미 개발했다. 나노바이오센서를 활용하기 때문에 정성·정량 분석 및 데이터출력도 가능하다. 돈육과 돈지를 검출하는 것은 항체와 항원의 결합반응을 이용한 면역진단법을, 알코올은 색깔에 따른 반응을 감지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박태정 교수는 “시제품 제작 및 실험실 수준의 테스트는 완료했고, 2017년 1~2월에는 사용가능한 제품이 나올 것”이라며 “이후 현장실증시험을 거쳐서 상용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가 되면 파급력이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돈육 및 돈지, 알코올을 함유한 제품을 곧바로 판별할 수 있어 할랄식품의 제조, 유통 및 검역현장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무슬림이나 이슬람국가를 대상으로 한 검사장비의 수출도 기대된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우리 농식품 수출 확대에 필수기술”

#박태정 중앙대 교수
농식품 제조·검역·유통 유용
검사장비 수출까지 ‘일석이조’

▲ 박태정 교수는 중앙대의 ‘할랄산업화기술연구소’도 이끌고 있다.

할랄상품은 단지 종교적으로 무슬림이 소비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깨끗하고 안전한 웰빙상품이란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할랄제품에 대한 수요는 점점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할랄과 관련된 연구가 매우 미흡하다. 그래서 농식품 R&D과제를 수주한 것이 2015년 8월인데, 중앙대학교는 총장 직할로 2015년 10월 1일 ‘할랄산업화연구소’를 설립했고 한국연구재단에 등록했다. 화학, 식품공학, 약학 등을 전공한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할랄관련 산업이 확장되는 것에 맞춰 산업화기술 및 인증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다.

전공은 IT분야에 적용되는 나노바이오기술이다. 그런데 식품분야에도 적용가능하다는 판단에 농식품 R&D에 참가하게 됐다. 식품분야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표기를 하지 않고 성분을 첨가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할랄제품의 진위여부를 진단하고 판별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2013년 유럽에서는 소고기 햄버거 패티에서 말의 유전자가 확인돼 전수검사를 단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할랄식품도 마찬가지다. 돈육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가공과정에 돼지기름을 첨가하기도 하고, 알코올은 자연적인 발효과정에서도 생긴다. 이것을 선별해내는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세계인구의 1/3인 무슬림들이 섭취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농식품의 수출확대 등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술이다. 식품 내에 함유된 돈육 및 돈지, 알코올을 검출하는 기법 및 장비가 상용화되면 농식품 수출이나 검역현장은 물론 검사장비의 수출 등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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