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서울종묘사가 매각됐다. 그것도 스위스계 다국적 기업에 팔렸다. 그러나주변의 반응은 의외로 무반응이다. 단순히 한 중소기업이 매매됐다는 의미이상을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종묘업계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중소기업의 주인이 바뀌는 현상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종묘사라는 점에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이번 서울종묘사의 매매협상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를 추진하는 주체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외부의 영향을떨쳐버리기 위해 철저히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이제 다 밝혀진 입장에서 정리를 한다면 비밀유지의 입장이 외국사와의 거래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우리의 희망이라면 서울종묘사의 사주 입장에서 이왕 매매를 할 것 같으면국내 기업에서 새 주인을 찾아보는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왜냐하면 종묘사는 유전자원을 기초로 사업구성이 되어 있고, 민족성과 근본을 같이하고 있는 먹거리 문화의 기초산업이기 때문이다.바야흐로 세계는 유전자원의 거센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수많은 동식물 유전자원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는 비판과 반성이 일고 있는터다. 서울종묘사의 경우도 2백여가지의 품종등록을 해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이 분명할 것이다. 이것은 돈 이전에국가의 중요한 자산임을 인식했어야 한다.우리는 이번 서울종묘사의 매각사태가 초래된 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개방으로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터에농업의 중추적 기업이 외국사에 넘어가는 사태는 또다른 위기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소문에 의하면 또다른 중견기업에 대해 외국사가 눈독을 들이고있다고 하니 종묘사가 줄줄이 넘어가는 도미노현상도 우려된다.현재 우루과이라운드 핵폭풍이후 국내 농업의 각 분야에는 막대한 투자가진행되고 있다. 57조원이라는 천문학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종묘업계만예외다. 이는 종묘산업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줄이어 일어나고 있는 종자분쟁 문제로 인해 겨우 종자특허제가 검토되고 있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업계도 정부돈을 받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돈의 성격이 시설자금으로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별로 필요성이 없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고 한다. 종묘업계가 진정으로 필요한 돈의 성격은 육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정부는이점을 수용하지 못했다.이제 우리는 종묘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시각을 바꿀 때가 됐다. 우선 정부차원에서 먹거리의 근본인 종자산업에 대한 투자방향을 재설정하는노력이 있어야 한다. 본격적인 유전자원 싸움에 대응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시설비 지원의 인식을 과감히떨쳐버리고 신품종 육성을 위한 투자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종자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과도 비길 수 없는 고부가가치산업이다. 다국적기업들이 거의빠짐없이 종자산업에 손을 대고 있는 점을 우리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그리고 종묘업계도 이번 기회를 통해 반성과 함께 21세기를 향한 새 출발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노바티스사의 협상팀이 국내 종묘업계를 진단한함축된 발언이 “한국의 종묘산업은 영세하고 난잡하다”고 했다는데 이 의미를 잘 받아들여야 한다. 채소종자에 국한된 국내 종묘산업, 그것도 고추와 수박을 주축으로하여 무·배추 등 극히 일부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는 한계성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발행일 : 97년 10월 27일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