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연구소 직원들이 자신들이 직접 육종한 배를 생산자와 소비자, 시장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배는 과일이다. 그런데 과일 유통 종사자들은 배는 과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당연히 배는 작목 분류상 과일이 분명하지만 우리가 자주 먹는 과일보다 제수용 이미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이런 인식의 중심에는 신고 위주의 단일 품종이 80%를 넘어서는 현재의 배 산업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정말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는 여러 신품종 배가 시장에 정착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는 9월 22~23일 도매시장 경매사와 생산자,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신품종 배 개발 협의회와 평가회를 동시에 개최했다. 이를 중심으로 신품종 개발 동향 및 산지 반응을 살펴봤다.

껍질째 먹는 ‘조이스킨’, 초록색 ‘초록배 슈퍼골드’ 주목
추석 노린다면 ‘신화’, ‘그린시스’는 특유의 청량감 자랑

“1년 내 꾸준히 소비하는 과일로” 12개 신품종 선보여
산지 “현장 정착 시급, 맛·효능 다각적 홍보 우선” 주문


▲신품종 개발 동향=배연구소가 내놓은 주요 배 신품종은 8월 중순에 수확하는 한아름을 시작으로 10월 하순에 나오는 만황까지 12개 품종이다. 나오는 시기 순으로 한아름, 원황, 조이스킨, 슈퍼골드, 소원, 신화, 황금, 화산, 만풍, 그린시스, 추황, 만황 등이다. 이중에서 재배 수확 시점의 중요성,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대한 적합성 등을 따질 때 주목해 봐야 할 신품종은 조이스킨, 슈퍼골드, 신화, 그린시스다.

‘껍질 째 먹는 우리 배’가 조이스킨이다. 껍질 째(스킨), 즐겨(조이) 먹을 수 있다는 의미로 조이스킨으로 품종 명을 정했다. 껍질째 먹을 수 있어 바로 먹을 수 있는 걸 선호하는 최근의 소비 패턴과도 부합하고 껍질에 황산화가 다량 들어가 있어 기능성으로도 인기를 끌 수 있다. 여기에 당도도 15.2브릭스에 이를 정도로 높고 과중도 신고의 절반 정도에 가까운 322g으로 1~2인가구가 늘어나는 현 시장 소비 구조에서 충분히 안착할 수 있는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확기는 9월 상순이다.

 

배는 노란색이라는 이미지를 탈피시킨 초록 배 슈퍼골드는 9월 상순에 만날 수 있다. 맛이 좋아 청와대에 올린 배로도 유명하다. 조생종치고는 저장력도 30일까지 유지될 수 있고 수분수로도 활용 가능하다.

현재 배의 주 품종인 신고의 적정 수확 시기는 10월 초, 이는 배의 최대 소비시기인 추석과는 수확기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이른 추석에는 일부 성장촉진제를 쓸 수밖에 없는 산지도 있다. 이 추석을 공략한 품종이 ‘신화’다. 신고와 유사한 나무 특성 및 과실 외형을 가지고 있어 추석 제수용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신고보다 당도가 높고 숙기도 9월 상순으로 이른 추석용 배로 적합하다. 냉장 보관 시 50일 이상 저장도 가능하다. 신고를 대체할 수 있는 우리 배, 바로 신화다.

초록색 오아시스’를 뜻하는 ‘그린시스’ 품종은 명칭 그대로 초록 배이자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처럼 특유의 청량감이 뛰어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9월말이 숙기이며 신고보다 병 저항성이 20배 이상 강하다.

김윤경 배연구소 연구사는 “이제 배를 귀신이 먹는 과일(제수용)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1년 내내 꾸준히 소비할 수 있는 과일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여러 신품종, 특히 변화하는 소비 패턴, 수확시점 등에 맞춰 조이스킨, 슈퍼골드, 신화, 그린시스 품종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산지 반응은=9월 23일 나주 배 산지에서 만난 30여년 배 재배 경력의 오헌상(73) 씨는 신고 이외 추황, 화산 등의 신품종 배를 재배하고 있다. 오 씨는 “추황의 경우 재배한지 10년 정도 됐다. 처음엔 신고배의 수분수 역할로 재배를 했고 당시엔 가격이 신고의 절반도 못 미쳤는데 이제는 맛이 좋다는 점과 중소형이라는 특징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가격대도 신고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처럼 추석이 이르면 신고 물량을 많이 출하할 수 없고, 이로 인해 물량 출하가 지체되면 계속해서 시세가 낮게 전개되기에 적기에 맞는 신품종이 배 산지에 정착해야 한다”며 “이는 줄어들고 있는 배 소비를 다시 늘리는데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나주 배 재배농민인 정길수(55) 씨는 신고와 함께 추황, 화산, 황금 등의 신품종 배를 재배하고 있다. 정 씨가 신품종 배를 선택하게 된 데에는 직매장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입맛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원협으로 주 출하하지만 일부 직판을 하는데 찾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 달라 그들의 다양한 입맛을 맞추기 위해 여러 품종의 배를 재배하고 있다”며 “신품종 배는 위축된 배 산업을 다시금 살리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산지를 비롯해 신품종 배의 중요성이 여러 곳에서 인지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홍보라고 과일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석철 가락시장 서울청과 과일총괄부장은 “이번에 보듯 배는 좋은 품종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신품종에 대한 홍보”라며 “맛, 효능 등을 중심에 놓고 다각적인 홍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홍보를 통해 신품종이 시장에 정착되면 배는 분명 우리가 자주 먹는 과일로 다시금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대해 김명수 배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신품종 배를 육종하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정말 세일즈맨의 심정으로 신품종 배를 대대적으로 알려나가는데 매진하겠다”며 “아무리 잘 만들어놔도 쓰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에 신품종 배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우리 배 산업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가겠다. 도매시장, 언론 등 각계에서도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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