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최근 협동조합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낙농관련 조합의경영성과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축협중앙회의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주고 있다. 유제품의 완전개방화에 따른 낙농가 및 낙농산업의 경쟁력 도모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낙농 관련조합들이 오히려 민간유업체에 비해 경영성과가 매우 부실하다는 것이다.
현재 30개의 낙농관련 조합 중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경우 우리 낙농산업을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다른 조합들은 생산성, 안정성, 수익성은 물론 협동조합의 중요한 봉사지표인 배당률에 있어서도 일반 유업체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낙농관련 조합들의 이러한 현상은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한 비경제성,영세한 고정자본과 고정자산에 대한 상대적 과잉투자, 경직된 조직 및 인사관리, 그리고 경영자의 경영능력 부족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농 관련조합들의 부실은 탄생부터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출발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90년 이후 우리 낙농산업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일부 낙농지도자들이 낙협 결성을 통해 낙농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자세보다 오히려 낙농진흥법개정 이후집유사업을 겨냥, 낙협을 설립한 것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현재30개의 낙농관련 조합중 충남지역에 10개의 조합이 모두 집유조합이며, 이중 5개 조합이 지난 89년 이후에 설립된 영세조합이라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물론 당시 낙협설립 취지가 설득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나타나는 경영부실 현상으로 이어진 것을 볼 때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함께 합리적인대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러한 현상은 다른 협동조합분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농관련 조합들은 이 차제에 개방화등 축산환경변화에 대응해 민간 영리조직과 경쟁할 수 있는 과감한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낙농관련 조합들은 과감한 합작투자나 흡수·합병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조합의 자산문제나 지도자인 조합장들의 정서 등 많은 문제가 뒤따를 수 있지만 낙농산업의 먼 미래를 보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도산지경에 있는 낙농조합은 조합원의 권익보호를 도모할 수 없고 오히려 낙농산업 발전에 악영향만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이나 미국의 낙농협동조합들의 변화추세를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75년에 6백22개였던 낙농조합이 합병을통해 96년 3백83개로 감소해 경쟁력 향상에 주력했다. 이 결과 일본의 상위10개 유업체 가운데 5개 업체가 협동조합이 투자하여 설립 운영하고 있는업체이며 이들은 일반 유업체에 비해 경영실적이 더 우수하다는 분석이다.미국의 낙농협동조합의 수도 대폭 감소된 반면 개별 낙농조합의 경영규모는대규모화 되고 있는 등 미국 전체 시장에서 유통되는 원유의 86%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훈삼아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낙농지원정책 축소와 수입개방, 그리고 원유의 계약생산에 따라 낙농소득이 불안정할 경우 영세한 낙농조합의 경영부실은 더욱 심화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축협중앙회도 최근 고비용 저효율 경영구조 개선을 위해 개혁과제를 선정,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낙농관련 조합들도 이제 스스로 현 상황을 냉철히 분석해 결단을 내려야한다. 앞으로 낙농진흥법 개정으로 낙농진흥회가 설립되면 우리의 낙농산업이 낙협을 주축으로 구조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영세한 낙협들의 합병은 필연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발행일 : 97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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