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상승의 주된 원인을 중간 유통과정으로 몰고 가는 최근의 여론 조성 행태에 대해 산지유통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추 재배 방식과 그동안의 배춧값 폭락에 따른 산지유통인들의 피해 감수 등 일련의 과정은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일부 언론 “중간상인 유통 이윤” 지적, 일부 의원실도 가세  
산지유통인 “재배 감소, 작황부진으로 공급 부족 때문” 반박


최근 주요 언론 및 국회의원실 등에선 배춧값 상승의 주된 이유로 중간 유통과정을 들고 있다. 실례로 추석 직전 한 언론에선 ‘배춧값 폭등 이윤은 중간 상인 몫’이라고 지적했다. 농민들이 1000원에 판 배추 한 포기를 소비자들은 1만원에 사먹는다는 것이 주요 보도 내용이었다. 또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가보다 비싼 농산물 유통 이윤’ 등의 국회의원실발 발표자료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산지유통인 단체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는 “배춧값만 오르면 마치 눈에 가시처럼 산지유통인들을 폭리의 주범으로 몰고 가는 보도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며 반박하고 있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여름 고랭지 배추가격의 급등 요인은 재배 면적 감소 및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작황부진에 추석 수요가 겹쳐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또 보통의 배추 생육과정을 보면 재배 농민이 육묘장에서 20~25일간 자란 육묘를 밭에 정식하고 정식이 끝난 후에 산지유통인들이 재배 농민으로부터 포전매매, 일명 밭떼기로 거래를 한다. 거래 이후엔 농가가 손을 떼고 산지유통인이 45일에서 60일간 배추를 직접 키워 수확, 포장, 운송 등을 통해 시장에 출하한다.

유통법인연합회 관계자는 “산지에서 1000원이라고 하는 배추는 농가가 다 키우지 않은 상태에서의 정식한 배추를 산지유통인으로부터 매매대금으로 받는 성격으로, 농가가 받는 이 가격은 생산비 수준으로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고 있지만 산지유통인들은 수확기까지 배추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부담을 안고 6개월에서 1년 전 농가와 계약을 한다”며 “그동안 국내 배춧값 추이를 보면 생산과잉으로 인해 원가를 건지지 못하는 해가 많았고 배추를 갈아엎는 일도 반복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와 그 전년도 2년간 배추가 과잉 생산되면서 시장 가격은 폭락했고 이에 산지유통인 대부분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 여파로 산지유통인들이 줄어들며 올해 재배 면적이 크게 감소했고, 일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산지유통인들도 나오고 있다.

유통법인연합회 관계자는 “배추 생산 원가가 얼마인지 정확한 분석도 없이 폭등 이윤은 모두 누가 챙기더라는 식의 보도는 앞으로 지양돼야 한다. 한 포기의 배추라도 더 살려보겠다고 폭염과 싸우면서 숱하게 흘린 땀과 노력들이 무시돼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유통법인연합회 관계자는 “배춧값이 너무 오르는 것은 우리도 원치 않는다”며 “앞으로 산지유통인들은 연합회를 중심으로 가격 안정을 위한 정가·수의매매 확대와 더불어 고품질 안전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체계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도) 이번 배춧값 급등을 교훈삼아 정부와 농협도 행하지 못하는 배추, 무 유통은 산지유통인들이 대행하고 있다는 순기능을 인지해 정책 파트너로서 장기적인 수급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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