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리산약초랑영농조합법인 장정옥(60) 대표는 최근 한방약초를 활용한 김부각을 개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7·8대 회장을 역임하고, 2012년 경남 산청으로 내려가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지 약 4년 만의 결실이다.

산청 여성농업인 4명과 법인 설립
5가지 한방약초로 김부각 생산
찹쌀·약재 모두 국내산 고집
입소문 타고 수출문의도 들어와

지난해 대학 한약재개발과 졸업
뒤늦은 공부 걱정했지만 큰도움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좋은 자원과 아이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업은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아 너무 아쉽더라고요.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가 먼저 해보자는 생각으로 산청지역 여성농업인 4명과 함께 법인을 설립하고 가공식품 개발에 뛰어들었죠.”

경남한방약초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한방약초 김부각은 오미자(빨강)와 흑미(검정), 뽕잎(초록), 당귀(흰색), 치자(노랑) 등 5가지 약초 추출물을 이용해 다섯 가지 색깔과 맛을 표현해냈다. 찹쌀가루와 풀을 이용하는 기존 부각 제조방법과 달리 찹쌀을 그대로 이용하는 전통방식으로 식감을 살리고, 기능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장흥 무산김을 엄선해 사용하고, 찹쌀과 약재 모두 국내산을 고집한다. 특히 당귀와 뽕잎, 오미자의 경우 기름흡수율이 최고 40~75%까지 낮게 나타났고, 100g당 칼로리 역시 기존의 일반 김부각에 비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부각에 문제가 되는 타르색소 또한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김부각과 궁합이 잘 맞는 약초를 선별해 기능성을 높이는데 주력했어요. 차별화를 위해 수고스럽지만 전통방식으로 생산하고, 재료도 국내산을 고집하고 있죠.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고려해 직접 튀겨먹거나 참기름을 발라 전자레인지에 구워 먹을 수 있도록 ‘반제’ 상태로도 판매하는데 호응이 정말 좋아요. 짜지 않고 고소해 한번 먹어보면 재구매하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시행착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산청지역의 다양한 약초를 활용해 장아찌와 식혜를 개발했지만, 판매가 여의치 않았다. 장아찌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고, 식혜는 짧은 유통기한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고심 끝에 나온 해답이 바로 ‘한방약초 김부각’인데, 여기에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산대학교 한약재개발과에서 공부한 장 대표의 피나는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지난해 졸업한 장 대표는 재학기간 동안 과대표를 도맡으며 장학금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한약재개발은 평소 하고 싶었던 공부지만, 이 나이에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죠. 그래도 한약재를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학업을 통해 기능성 가공식품 분야에 눈을 뜨게 된 것 같아 만족하고 있어요.”

한방약초 김부각은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홍콩 등에서 수출 문의도 들어오고 있지만, 현재의 생산시스템으로는 물량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장 대표는 조만간 가공식품 공장을 지어 생산량을 늘리고, 연근이나 우엉 등 다양한 식재료를 부각으로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여성농업인들이 농촌을 지키는 중심이 될 거에요. 지금 도전에 머뭇거리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이 있다면 일단 부딪혀 보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문의 053-973-2777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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