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정부지원 농산물가공식품이 최근 잇달아 열리는 식품홍보전에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러한 일과성, 전시성 홍보로서는 도저히 정부지원 국산농산물가공식품업체들이 살아날 길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그동안 정부의 가공시설투자비 지원액이 3천억원에 달하고 사업자들이 직접투자를 합하면 대략 1조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유통이 문제가 돼 생산된가공식품을 팔 곳이 없어지고 있다. 업체들은 진이 빠졌다. 정부지원가공업체들이 죽을 쑤는 동안 수입을 막아놨던 농산물은 WTO이후 2년동안 쏟아져들어오고 있다. 국산농산물을 원료로 써야하는 정부지원업체들은 수입농산물을 못쓰는 것을 원망할 정도다.농협에서 가공식품공장을 지을 때 전국에 1천5백개나 되는 농협슈퍼가 있기 때문에 판매문제는 걱정도 안했다. 그런데 판매량으로 보면 농협슈퍼는얼마되지 않는다.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을 열심히 팔아 줄려는 노력도 없다.조합끼리 부탁하니 제품을 받아놓고 잘 안나가면 밀쳐놓고 있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반품되고 만다. 그렇다고 연간 20억~30억원 규모의 매출에 불과한제조농협에서 공장장과 직원 한두명이 새로운 판로를 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초장에 잘 나가다가 한 2년 지나면서 위기가 닥치는 게 대부분이다.또 다른 대리점유통은 따지고 보면 가장 고비용의 유통방법이다. 1~2개의품목만으로 시작한 가공업체는 대리점의 이익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렇다고죽일 수도 없다. 결국 대리점 때문에 농협들은 유사한 제품으로 구색을 맞추어 주어야 하고 농협끼리 판매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특히 지역특산물을 가공제품으로 개발한 경우 이해관계에 있는 조합원은 일반조합원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적자가 누적되면서 어떻게든 가공공장을 살려보려고 애쓰기 보다 어서 없애버리자는 분위기마저 없지 않다는 것이다.일반농민이나 영농조합법인의 가공사업은 농협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기껏 한두명이 영업을 하고 있으며 그나마 농협같은 슈퍼도 없고 대리점은 생각도 못해 본다.1천4백개나 된다는 정부지원업체들의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현대적유통채널이 총체적으로 막혀 있는 것이다. 소비지 가공식품시장은 급변하고있는데 이들에게는 전근대적 시장만이 놓여있다.따라서 우리는 가공식품유통정책이 없었다는 데 주목코자 한다. 아직 유통구조문제를 제대로 다룬 연구보고서 조차 없다. 일부에서는 희망이 없으니까 기껏 소규모로 지역에만 팔자고 하지만 이것도 우선은 좀 유지될 것이나역시 안되는 것이다. 또 이왕의 시설을 살리기 위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을 권장하는 것도 죽어가는 목숨 연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정도의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우리는 이 위기국면에서 탈출할 대응방법은 소비지분배시장에 정부지원가공제품 분배기구를 진입시키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민간 그리고 제조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제3섹터식 정부지원가공식품전문유통회사’의 설립을 제안한다. 생산은 개별공장에서 하고 한 상표로공동판매를 하자는 것이다. 개별업체로서는 불가능한 대규모적 홍보전략,유통망확보, 소비자 신뢰구축, 이미지 구축, 상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분산돼 있는 수천의 소매점에 제품을 흘려보낼 가공식품유통전문가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다. 물론 심도있고 충분한 제3섹타의 운영준비가 돼야 할것이다.우리는 가공식품관련 투자비 1조원을 애물단지에서 희망나무로 키우기 위해 정부의 인식변화와 작심이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발행일 : 97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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