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림수산물 수출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느 공산품처럼 일시에대거 만들거나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에 따라 내다파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김치 식혜 삼계탕 등과 같이 전통식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문화를 수출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기에 더욱 어렵다.
그러나 농수산물 수출이 이와같은 자연적인 문화적인 여건 때문에 어렵다고만 할 수 없다. 문제는 농수산물 수출에 대한 마인드다. 농수산물 수출이갖는 의미,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에따른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고자하는 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수출마인드는 정책당국자, 업체, 농업인 모두에게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정책당국자에게 더욱 절실하다.
국내 농수산업에 대한 전체적인 환경이 그렇지만 특히 농수산물 수출에 대해서는 거의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기에 그렇다. 잇속을 제일로 하는업체들에게, 아직은 깊고 폭넓은 시각을 갖지 못하고 생산에 치우쳐 있는농업인들로 하여금 농수산물 수출에 대한 필요성과 의미를 그리고 대안을제시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 정책당국자이기 때문이다. 60~70년대정부의 강력한 수출지원정책에 힘입어 오늘날 이 정도의 경제를 일구어 냈다는 점에서도 그같은 지적은 설득력을 지닌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는 정책당국자와 그같은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에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농수산물 수출의 중요성을 인식한 농림부는 정부 각부처 조직개편시 무역진흥과를 신설, 수출정책을 전담토록 했다. 그러나 이후 농수산물 수출정책이 크게 개선됐다고 보지않는다. 수출이크게 증가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무슨 농산물이 수출되는지도 모르겠고,농산물 수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내가 수출담당과에 앉아있는 데 무슨 수출이 되겠는가”라는 그곳 공직자의 자조적인 사담에 우리는 더욱 어처구니없음을 느낀다. 그같은 공직자에서 입안되고 집행될 수출정책에 대해서는 더이상 평가를 내리고도 싶지않은 심정이다.
농수산물 수출 전문 기관으로 자타가 인정하고, 이를 위해 사뭇 노력하고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공사는 일본 유럽 미주 중국 동남아 등 5개 권역에 해외농업무역관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들 무역관은한국 농수산물과 식품을 알리고 바이어를 발굴하는 것이 주업무다. 그러나손에 쥐어준 홍보간행물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무역관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5개국에설치돼 있는 해외농업무역관 기능과 역할에 대해 재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산자단체로서 전국 어업인을 대표하는 수협중앙회도 그같은 지적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다. 수출농어업인과 관련 업체들의 사기를 진작하고수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모처럼 갖는 시상식에 내부 부서들의 알력과 책임회피로 수상 후보자를 내지 못하는 행태가 수협중앙회의 한 단면이다. 수산물 수출에 대한 수협중앙회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한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공직자들의 그같은 불미스러움만을 고의로 지적하고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많은 공직자들은 여전히 생산농장을 누비고 수출현장을 찾아 고민하고 독려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다만 농수산물 수출에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시기적으로도 그들의 역할이더욱 중요한 마당에 그들의 태도, 생각 하나하나가 농수산물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지적하는 것이다. 농업선진국치고 농산물 수출국이 아닌 나라가 없음을 상기하면서 정책당국자와 공직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발행일 : 97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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