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입점된 전통주의 판매 실적이 크게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업계에선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뿐만 아니라 전통주의 통신(온라인) 판매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올 초 정부 공공기관들이 이용하는 조달청의 ‘나라장터’ 온라인 쇼핑몰에 전통주가 새롭게 둥지를 틀면서 전통주의 판매 확대와 전통주의 통신(온라인) 판매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9월 현재까지 약 6개월 동안 전체 판매 실적이 5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등 크게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보 부족과 더불어 행정 성과주의에 우선하는 정부 당국의 태도, 전통주의 협소한 저변 인식 등이 빚어낸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으로 2000년부터 시작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 시행이 요구된다.

구매력 높은 공공기관 대상·수요많은 추석 있었는데 실적 부진
농식품부 "별도 홍보 안해"…관련 예산·인력 부족 '예견된 결과'
업계 "민간과 협력 홍보 강화 필요·소비 접근성 높일 방안 강구"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초라한 성적표=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전통주가 판매 가능한 시점인 올해 3월부터 약 6개월간 전통주 판매 매출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농어민신문이 조달청 등을 통해 파악한 전통주 판매실적은 9월 23일 기준 약 484만원으로, 5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23일 조달청 관계자는 “나라장터에 등록된 전통주의 판매 실적은 현재까지 대략 500만원을 넘지 않은 수준”이라며 “당초 예상보다 많이 판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조달청이 나라장터 쇼핑몰에 전통주를 입점해 전통주 판로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고 전통주 판매가 가능해진 시점은 대략 3월부터다. 이 때부터 약 6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이 지났고, 특히 이 기간 중 통상적으로 전통주 선물 수요가 많은 추석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로 평가된다. 23일 현재 나라장터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에 나온 전통주 업체와 전통주 제품은 각각 30여 업체, 90여개 제품이다.

특히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은 ‘G2B’ 형태로, 구매 대상이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구매력이 높은 정부 공공기관인 데다 그 숫자도 국내외를 합하면 5만여 곳에 달해 관련 업계의 기대감을 한층 키웠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던 B2C 형태의 전통주 통신 판매와는 달리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런 기대는 철저히 빗나갔다. 저조한 판매 실적을 두고 여러 원인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홍보 부족이다.

전통주 산업 진흥 업무를 총괄하는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의 한 관계자는 “3월부터 나라장터 쇼핑몰에 전통주가 판매되고 있지만, 아직 실적은 크게 올라가지 않고 있다”며 “아무래도 홍보 쪽을 강화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 현재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별도로 홍보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에 나가있는 공관 관계자가 나라장터에서 전통주가 판매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전통주 구입을 문의해 와서 다소 놀랐다”면서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정부 자체적인 홍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술이라는 특성상 공공기관이 구입하는 데 애매한 경우가 있다는 고충도 들린다. 조달청 쇼핑몰기획과 관계자는 “술이라는 특성상 공공기관이 업무추진비 등으로 구입하기 어려운 부분도 예상보다 많이 판매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입점에만 ‘급급’, 요원한 온라인 판매 활성화=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의 부진한 판매 실적에 대해 예견된 결과라는 비판도 전통주 업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또 이는 비단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근본적으로 전통주의 통신 판매 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전통주 관련 관계자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역시 다른 전통주 통신 판매처처럼 관련 홍보 및 운영 예산이 미흡한 상황이며, 이에 따라 사후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금처럼 단순히 모니터링 수준의 소극적인 운영 태도만으로는 전통주의 통신 판매 활성화는 점점 요원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정부는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채널을 넓히는 쪽으로 방향타를 잡아가고 있다. 정부가 통신 판매를 허용해 준 주류는 전통주가 유일하다. 직거래 판매 비중이 높은 열악한 전통주 업계의 판로 여건을 많이 반영했기 때문이다. 2000년 2월 정부가 전통주의 통신 판매를 허용한 이후 판매처는 꾸준히 늘어 9월 현재 9곳의 온라인 공간에서 판매가 가능해졌다. 우체국·aT·지자체·제조업체·농협·전통주 관련 협회·나라장터 홈페이지 등에 더해 최근 공영홈쇼핑과 한국무역협회의 ‘kmall24’ 등 2곳이 추가 확대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통주의 통신 판매 실적이 부진하기보다는 느리지만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실적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며, 판매 채널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판로 지원 측면에서 온라인 판매 채널을 늘리는 것을 이해하지만, 이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는 정부의 현행 방침으론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즉 홍보 예산 및 인력의 충분한 확보보다는 제품 입점에만 급급한 나머지 적극적인 사후관리가 어려워지면서 판매 채널 확대에 따른 효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다른 통신 판매처의 수익 현황도 저조한 상태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aT의 전통주 온라인 거래현황은 2011년 7000만원, 2012년 2000만원, 2013년 1000만원, 2014년 800만원 등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전체 매출은 2012년 기준 전체 판매 비율의 약 7%인 39억원 수준이다.

▲관련 업계의 목소리는=전통주 업계에선 나라장터 쇼핑몰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전통주의 통신 판매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류의 온라인 판매 규제가 까다로운 현실 속에서 전통주만이 갖고 있는 ‘온라인 판매’라는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온라인 판매처에 대한 홍보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술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 주요 온라인 판매처의 대부분이 정부 관련 기관인 만큼 민간과 비교해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에서 관련 홍보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한된 인력과 예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민간과의 협력도 고려해 볼 부분으로 꼽힌다.

한 전통주 단체의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처를 관리하고 있는 곳이 aT, 우체국, 지자체, 조달청 등 대부분 정부 관련 기관인 만큼 홍보 등에 적극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홍보 방안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단체의 관계자는 “정부가 도맡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민간 영역과 공동으로 온라인 판매 관리를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 차원의 획기적인 제도 개선 목소리도 제기된다. 일반 소비자들이 전통주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특성상 온라인 판매에 한해 특정주류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제안이다.

한 전통주 전문가는 “전통주하면 선물세트가 떠오르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먹고 싶은 것은 선물세트가 아니다. 소량 구매하고 싶어도 잘 몰라서 구입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며 “특정주류 판매업자들을 대상으로 일정한 요건을 거쳐 전통주를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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