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1990년대 이후 농산물 유통환경은 수요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즉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농산물이 넘쳐나는 시대이기 때문에 생산자가 아무리 가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농산물이 범람하는 시대에 나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다. 나의 농산물이 다양한 농산물 속에서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한 마케팅요소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즉 ①제품(Product)전략, ②가격(Price)전략, ③유통(Place)전략, ④판촉·홍보(Promotion)전략이다. 

우선 제품품질에 대한 가치의 정도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한다. 즉 소비자의 관심도에 따라 품질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 소비자는 모양, 맛 등과 같이 소비자가 눈으로 보고 맛봄으로써 확인할 수 있는 현물 중심의 품질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식품안전과 관련된 각종 사건사고를 경험하면서 소비자는 농산물이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재배·유통돼 자신의 눈앞에 있는지 알고 싶어 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안심할 수 있는 과정 중심의 품질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물 중심의 품질은 일정지표를 통해 객관화할 수 있는 반면, 과정 중심의 품질은 객관화할 수 없는 다분히 소비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양한 교류를 통해 서로 얼굴이 보이는 관계를 구축하거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함으로써 얻어지는 안심이 중요한 차별화요소가 되는 것이다. 물론 제품의 품질 종류와 그 수준에 따라 목표고객과 가격설정은 당연 달라진다.

2000년대 들어 '과정'에 가치부여

현재 농산물의 1차 구매자는 대부분이 재판매를 전제로 하는 유통업자이다. 따라서 잘 팔리는 농산물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유통업자도 선호하는 농산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선별과 출하의 안정성(정시·정량·정품질·정가격)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출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별농가가 조직화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유통업자를 경유해 거래되는 유통경로의 핵심적 가치는 “유통효율화”이다. 따라서 이러한 유통경로에서는 표준적 거래를 위한 불필요하리만큼 철저한 선별과 공급의 안정성이 가장 중시되는 것이다.  한편 최근 생산자와 소비자의 물리적 심리적 거래의 확대가 가속화되면서, 소비자와 생산자를 이어주는 것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얼굴이 보이는 관계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직접거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직거래의 핵심적 가치는 “안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직매장도 이제는 효율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소비자의 마음도 대화가 아닌 POS데이터를 통해 파악하는 시대로 변했다. 결국 직거래의 핵심인 ‘안심’도 효율화라는 곳에 매몰되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식품 '안심'이 차별화요소 

그러나 대면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소중한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대면을 통해 판매한 농산물은 클레임 발생도 적다. 생산자의 마음을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판매방식은 효율성을 대신하는 또 다른 가치인 것이다. 나날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농산물 시장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대면판매가 농업인의 마음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소중한 비즈니스로 재평가 돼야 할 것이다.

농산물의 소비확대와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통업자 및 소비자로 하여금 당해 농산물을 구입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령 시금치 매장에 간단한 시금치 레시피를 제공하거나, 시금치를 다듬는 방법 등을 알기 쉽게 표기함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구매해 사용해 보고 싶도록 구매의욕을 환기시킬 수도 있다. 

요리법 제안·영양가치 입증도 전략

한편 소비자에 대한 메뉴 제안, 소비상황 제안 등을 통해 소비 편의성을 지원하고, 동시에 산지는 크로스 머천다이징(MD)을 강화해 매출액 신장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크로스 머천다이징(Cross Merchandising)이란 관련 상품을 동일한 매장에 전시하는 수법을 말한다. 삼겹살과 상추, 그리고 쌈장을 동일한 판매대에 진열하면 소비자에게 메뉴를 제안하기 쉬우며, 매출액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가령 일본에서는 버섯과 함께 볶음용 소스를 매대에 함께 진열함으로써 버섯과 소스류 매출을 동시에 견인하는 등 크로스 머천다이징을 통해 채소 소비를 늘려가는 사례가 일반화돼 있다. 신선농산물의 품목별 매대에는 빠지지 않고 소스류가 진열돼 있다. 물론 이를 위해 가공업체 등과의 연계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농산물이 가진 영양학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가령 채소의 황산화력, 면역력, 해독력 등과 같은 다양한 영양학적 가치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업분야와 의료분야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영양학적 가치와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밝힘으로써 소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영양학적 가치를 활용하는 마케팅 방법은 농가 또는 특정 생산자 단체에서는 실현이 곤란하다. 그러나 새로운 농산물이 가지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치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결과적으로 농산물의 차별화 요인을 전달하고 소비확대를 위한 섭취상황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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