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만 효율적으로 써도 생산량이 많아서 빚어지는 풍년기근 논란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선 농업 현장과 학계, 심지어 국회에서까지 재정당국의 쌀 관련 예산 씀씀이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2016년산 쌀에 대해서는 ‘시장격리와 시점’을, 2017년도는 '쌀 생산조정제 예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선 2016년산 쌀 시장격리 문제다. 현장 농민들은 지난 2014년과 2015년산 쌀을 두고 두 번의 시장격리를 경험했다. 평가는 간단명료했다. ‘쌀값 다 떨어지고 난 다음에…’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반감’이란 거다. 올해도 정부는 지난 2차례와 같은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결과는 뻔해 보인다.

쌀은 생산량이 수요량보다 ‘조금’이라도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가격이 등락한다. 정부 재고가 많은 상황에서는 특히 조금이라도 많으면 쌀값은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생산량이 많을 때는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언제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쌀 생산조정제 예산’이다. 벼를 재배하던 농지 3만ha에 타작물을 심도록 해서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게 쌀 생산조정제의 목적이다. ha당 300만원, 총 900억원의 예산이 든다. 농식품부는 2017년 예산에 반영을 요구했고, 정부협의 과정에서 삭제됐다고 한다.‘이전에도 생산조정제가 도입됐다가 폐지됐고, 또 생산조정제 예산이 직불금과 비슷한 성격이라며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는 농업부문 직불제 검토결과를 보고 결정하자’는 게 들리는 이유다.

여기에 농업진흥구역 해제를 통해 생산면적을 줄이겠다는 말도 나왔다. 정부예산이 필요없는 조치다. 환영할 것이다. 왜? 땅값이 오를 테니까. 하지만 이번 쌀 대책의 핵심 이해당사자이면서 농사를 업으로 하는 농민도 이를 환영할까? 수도권 인근만 보더라도 부재지주의 땅을 이를 빌려 농사짓는 농민들이 부지기수다.

한 지역 조합장의 말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를 모르겠다. 있는 예산만이라도 효율적으로 썼으면 정부는 지출을 줄이고, 현재와 같은 양수 겹장이 나오지는 않았을 텐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냐?”

이건 또 뭔가? 생산자가 나서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면 정부 재정지출이 줄 것’이라고 충고를 하는 이 형국은.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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