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사태와 관련 현대화반대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가 추진하는 시민공청회 일정이 연기됐다. 공청회 개최 요건, 즉 5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데, 수협 측은 공청회 ‘취소’가 아닌 ‘연기’를 결정한 서울시에 대해 구시장 잔류 상인들의 억지에 끌려 다니는 꼴이라며 사태 해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화반대 비대위, 개최요건 못 갖췄지만 서울시는 취소 아닌 연기 결정
수협 “구시장 잔류상인, 도매시장 기능과 관련 없어” 적법성 등 문제제기


비대위는 지난 7월 서울시에 노량진수산시장 관련 공청회 개최를 청구한 바 있다. 서울시 ‘주민참여기본조례’에 따르면 주민은 시의 중요 정책사업에 대해 공청회 등을 시장에게 청구할 수 있으며, 공청회 청구를 위해선 5000명 이상의 주민 연서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비대위의 공청회 청구 서류를 검토한 결과 서명 인원이 부족했고, 이후 비대위는 연명부를 보완 했다. 그 결과 지난 9월 20일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다시 연명부에서 서명자의 인적사항이 정확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견된 것.

이 과정에서 비대위 집행부는 서명 인원 미달로 공청회 개최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지난 13일 서울시청을 찾아가 무조건적인 공청회 개최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가 연명부 보완 기회를 다시 주며 공청회 ‘취소’ 대신 ‘연기’ 결정을 내린 상태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수협 측은 서울시가 상인들의 억지에 끌려가는 것으로, 향후 더욱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집단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서울시 조례를 보면 시의 중요 정책 사업에 대해 공청회를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노량진수산시장 문제가 서울시 정책 사업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새 시장으로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구시장 잔류상인들은 소매상들로 노량진수산시장 건립 목적인 도매기능과도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수협노량진수산 관계자는 “공청회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보완을 거친데 이어 공청회 일정도 연기한 것은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며 법적 근거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특히 비대위의 집단행동을 이유로 공청회 취소가 아닌 연기를 결정한 것은 적법성과 형평성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수협에 따르면 그간 비대위는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법원 점유방해금지가처분 신청 등에서 연이어 기각결정을 받은 데다 지난 9월 7일에는 상당수의 구시장 잔류상인이 현대화시장 입주희망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입주반대 명분과 집행부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공청회 연기 결정 등이 이러한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수협 측 우려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는 당초 20일로 예정됐던 공청회를 27일로 연기한 상태다.

한편 노량진수산시장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 역할론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구시장에서 신시장으로 이동하는 상인들 계약 관계의 문제로 정부가 개입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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