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가칭)한국포도가공연구회가 내년초에 출범한다. 포도가공산업의 경쟁력제고와 시장개방에 따른 수입제품에 대응, 그리고 가공연구를 위한 정보교류 등을 취지로 창립될 한국포도가공연구회는 지난달 29일 대구에서 본사주관으로 발기인대회를 열고 이같이 결의한 것이다. 이번 한국포도가공연구회의 출범소식은 근년들어 포도생산이 급증하고 있고 96년부터 포도수입이 완전 자유화돼 가격 폭락등 국내 포도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미리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때늦은 감도 없지 않다.
사실 포도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최근 몇년 사이에 급격한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90년에 1만5천ha였던 재배면적이 94에 1만9천ha, 96년말에는 2만7천ha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생산량도 소비적정수준인 25만톤을 훨씬넘어내년에는 40만톤에 육박하는 과잉생산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94년이후 신규입식이 크게 늘면서 입식후 2~3년이 지나 수확기에 접어든데다 그동안의 재배기술의 발달로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크게 증가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외국산 포도의 수입이 완전 자유화, 96년 한해동안 건포도 2천9백48톤, 포도주 4천7백5톤, 포도주스 6천8백58톤, 포도통조림 16톤 등이 수입됐고, 생과의 경우 미국, 칠레 등지에서 지난해 2천3백57톤이수입되기 시작하여 국내 포도애호가들의 식미를 길들이고 있으며 당도가 높은데다 가격도 두배 정도 저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어 국내 포도재배 농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량의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잉여량에 대한 적정 가공방법을 개발, 다양한고부가가치제품으로 대량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포도가공산업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1백년 대계를내다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특성에 맞는 품종의개발은 물론 토양과 식재방법 등 작은 것부터 선진기술 습득을 통해 착실히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입하는 것이 싸다는 비교우위론자들의 논리로는선진국 제품에 걸맞는 제품의 생산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누군가 가공은 시작해야 한다는 명제를 놓고 볼 때 장기적인 계획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둘째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국내도 이제 자기지역에 맞는 제품개발에 눈을 뜨고 있는 만큼 제품을 차별화해야 한다. 왜냐하면 전세계적으로명품포도주는 ‘부르는게 값’으로 가격논쟁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지역에 맞은 품종을 개발해 제품을 차별화 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셋째는 가공공장의 규모의 적정화다. 현재 국내 가공현실은 소비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초기 과다 설비투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2백여개의 와인공장이 가동되고 있으나 소규모 가족단위경영이 대부분으로 보통 1백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따라서 우리도 공장규모를 무조건 확대하기 보다는 적정규모와투자범위 등을 검토해 지역단위로 관광상품화 하는 등 방향을 제대로 잡아급격한 추진보다는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는 슬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의 포도가공산업을 육성·발전시켜 나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사실이다. 무엇보다도 포도농가들의 안정적 영농과 한국포도산업의 지속적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포도가공품의 연구 개발이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포도가공연구회’의 내년초 출범 소식은 닥쳐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발상으로 포도산업의 발전에 크나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발행일 : 97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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