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쌀 20kg을 구매했다. 지난 명절에 고향의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을 보며 문득 햅쌀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주문한 쌀은 경기지역의 특등급 햅쌀로 가격은 6만6000원이었다. 기존에 구매하던 쌀보다 무려 2만원가량 비싼 가격이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쇼핑몰의 ‘구매’ 버튼을 눈앞에 두고 짧은 시간 고민을 했다. 즉흥적인 생각에 괜한 충동구매를 하는 건 아닌지, 혹은 일반 쌀과 특등 쌀이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여러 고민을 뒤로한 채 과감히 ‘구매’ 버튼을 눌렀다. 생각해보니 6만6000원이란 가격이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년 전에도 쌀값은 지금과 비슷했다. 모든 물가가 다 올랐지만, 쌀 가격은 유독 제자리였다. 다만, 커가는 아이들의 학원비, 식비가 늘어날 때 쌀값이 오르지 않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TV에선 매년 농민들이 추수가 이뤄져야 할 논을 뒤엎거나 수확한 쌀을 도로에 쏟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때마다 아버지가 밥상머리에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쌀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는 쌀 한 톨을 수확하기 위해선 농부의 손길이 천 번 가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천 번의 손길로 재배한 쌀을 스스로 버리는 걸까.

신문기사를 보니 산지에서 쌀값이 20kg에 3만5000원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 가격을 토대로 유추해보면 1년 농사 후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했기에 농민들을 어쩔 수 없이 도로로 나온 것이다.

소비자들은 안다. 지금 쌀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농민들이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기존보다 2만원 비싼 쌀을 샀다고 농민들에 대한 그동안의 부채의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농민들이 땀 흘려 일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값에 쌀을 구매할 계획이다. 올 한 해도 땀 흘려 고생한 모든 농민분들, 부디 힘내시라.  

/서울 서초구 임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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